[KIMES 2014 대해부] 4일간 직접 둘러본 현장 

'창조경제'로 주목받고 있는 의료기기산업이 재활, 미용, 진단기기 등 비급여 제품이 이끄는 반면, 급여과에 포함된 치료재료, 수술기구 등의 시장은 대폭 축소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코엑스 전관에서 열린 제30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14)에서는 한층 화려하고 커진 규모와는 달리 냉정한 의료산업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실제 참가사를 보면 재활의학·물리치료기 202개사, 진찰 및 진단용기기 191개사, 피부미용 및 건강관련기기 181개사 등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영상관련 기기 83개사,  임상·검사용기기 68개사 등이었다. 반면 의료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수술관련 기기와  치료관련 기기는 각각 119개사,  108개사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재활, 미용, 진단기기의 확대가 가장 눈에 띄었고  수술재료는 패키지 위주로 구성됐다.
재활기기는 비급여는 물론, 일상생활 운동을 접목한 치료기기가 많았다. 진성메디는 운동기구와 재활치료를 접목한 운동기기를 선보였고, 위즈메디칼은 병원에서 쓸 수 있는 재활치료 비급여기기를 출품했다.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운동기기, 재활기기 등도 많았으며, 파나소닉, 대경산업 등이 전시한 안마의자는 일반인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피부미용기기는 미용성형 관련 학회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레이저가 많았다. 루트로닉, 하이로닉, JPI 등이 국산 레이저 장비를 전시했고, 여타 장비보다 동남아, 중국 등 해외바이어들의 방문을 많이 받았다. 원텍 등은 아예 중국장비를 들여와서 국산장비보다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려는 전략도 엿보였다. 녹는 실, 실리프팅 등 쉽게 시술이 가능한 간단한 장비는 물론, 가정에서 쓸수 있는 스크럽, 마사지팩, 진공치료기 등도 다수 전시됐다.

수입 규모 1위를 차지할 정도의 진단기기시장은 무한 확대 중이었다. 기존 GE, 필립스, 지멘스, 삼성메디슨 등의 아성을 넘나드는 다양한 업체가 자신만의 장비를 무기로 들고 나왔다. 경기불황, 매출 감소에 따른 병원 침체에 따라 장비 시장도 포화인 것을 반영, 하이엔드보다는 미드엔드와 로우엔드급의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장비가 대거 선보였다. 지멘스, 필립스는 아예 전시회에 나오지 않았다.

초음파 급여화로 사용이 보급화되면서 알파니언, 도시바, SG헬스케어 등의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초음파도 대거 전시됐다. 또 에코레이의 엑스레이, 메디퓨쳐의 맘모그래피 등 전통 강자의 시장을 빼앗기 위한 다양한 제품이 나왔다. 국산 업체 중에서도 젬스, DK메디칼솔루션은 어느 때보다 화려해진 부스를 꾸며 시장의 강자임을 과시했다.

수술실 장비는 개별 품목이 아닌 패키지로 전시하는 것이 많았다. 바이오넷은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등에서 사용하는 수술 패키지를 전시했고, 화인메디케어는 조명까지 갖춘 수술장비를, DK메디칼은 외상센터에 들어가는 장비를 한꺼번에 선보이기도 했다.

의료IT, 센서 활용 건강관리 제품 확대

의료IT기업은 다소 축소됐다. 최근의 매출 부진을 그대로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고작 29개업체가 참여했다. 이 마저도 원격진료 논란을 의식해 조용히 지나가는 분위기였다.

삼성전자는 CT, 엑스레이, 초음파 외에 모바일기기는 소극적으로 홍보했다. 100여 곳이 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비트컴퓨터는 의료기관 간, 해외환자와의 원격의료 시스템에 한정시켜 소개했다. 매출 실적이 주춤한 것으로 공시된 유비케어,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아예 전시회에 나오지 않았다

반면, 평소 건강관리는 기존 스마트폰에 연동한 체지방, 혈압, 혈당 등에 이어 각종 센서를 부착한 수면, 생체리듬 등으로 확대됐다. 

△혈압, 혈당 측정은 물론 센서를 활용해 체지방, 체중, 수면 등의 건강관리 제품이 늘어났다.

SMART PULSE는 손가락만으로도 혈압을 측정하고 현재의 생체리듬을 알려준다. iLucir은 휴대용체지방 분석기를 전시해 체지방 분석을 일상생활에서도 가능하게 했다. 비트컴퓨터는 수면센서를 장착해 평소 수면관리는 무호흡, 코골이, 뒤척임, 수면리포트 등을 알려주는 제품을 개발했다. SD바이오센서는 평소 건강관리는 물론 병원의 환자 관리까지 가능한 제품 패키지를 소개했다.

17일 의정협의체에서 원격진료는 6개월 시범사업 후 결과에 따라 추진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업체들은 일단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이미 시대의 흐름으로 가고 있고 기술에 비해 인식과 제도, 시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 뒤쳐지면 내년, 후년엔 아예 못 따라간다”고 지적했다.

다른 병원장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언젠가는 가야 할 방향이라는 입장과 동네의원을 무너뜨린다는 우려가 공존한다”며 “가정용 시장,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장으로 이행하는 흐름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의사들 입장에서는 불행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다수의 개원의, 시민단체는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 건강관리 등의  임상시험을 한다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시술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 시범사업, 법안 통과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고되기도 했다.

적정수가 인정 못받아 급여시장 속수무책

전반적으로 봤을 때 비급여, 소비자 시장, 가정용 의료기기 등이 늘어나는 반면, 급여 시장을 이끄는 연관산업은 속수무책이다. 의료계에서 적정수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삭감의 문제에 직면하는 현실이 산업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더욱이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당장 올해 95개 항목이 급여화가 전환된다. 급여화가 진행되면 사용 확대의 장점을 얻을 수 있으나, 보험재정을 아끼려는 정부에 의해 수가 인하라는 '암초'를 만나기 쉽다.  

하반기에 급여화가 시작되는 한 검사는 현재 70만원 상당의 비급여로 책정되고 있지만, 40~50만원 수가를 받으면서도 해당학회, 업체는 ‘수가 잘 받은 편’이라고 해석하는 기현상이 빚어질 정도다.

이같은 결과는 수치로도 확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 중인 2013년도 전체 의료기기 생산실적 1위는 수년간 자리를 지켜온 초음파가 아닌, 임플란트가 차지했다는 후문이다. 수입도 치료재료가 아닌 진단기기에 내주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실적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해오던 삼성메디슨이 오스템 임플란트에 밀리고, 수입 1위인 존슨앤드존슨메디칼이 지멘스에 자리를 내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며 “새로 장비를 구매할 여력은 떨어진 반면 지나치게 치열한 경쟁,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급여화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역시 MRI, PET 등의 급여화가 되면서 진단기기시장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새로운 구매는 제한적인 대신 모든 병원들이 비용 절감에만 관심을 두면서 저가제품만 팔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체 대표는 “급여화가 확대되면 적정 수가를 인정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관행수가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만큼 병원이 기존의 매출을 유지하려면 환자를 2배 많이 봐야 하고 기업도 저렴한 상품을 여러대 팔라는 것”이라며 “보험재정 절감을 이유로 치료재료 시장은 망가지고 비급여 시장만이 전체 산업을 끌고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조경제, 의료기기 7대 강국 비급여가 견인?

현재 정부는 창조경제의 꽃인 의료산업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면서 2020년 세계 7대 강국으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국민건강특위 박인숙 의원은 “창조경제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은데, 의료기기산업의 현장, KIMES를 확인하면 무한한 가능성을 느낄 수 있다”며 “ 열심히 개발하고 수출도 해야 하는데 규제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어떻게든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이영찬 차관도 “창조경제를 내세우는 정부가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중점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기술교류 혁신을 통해 신의료기술을 육성하고 국정과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복지부는 19일 '2020년 의료기기산업 글로벌 7대 강국' 도약을 위한 범부처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한다. 전세계 의료기기 시장 중 한국은 13위, 시장규모 3조 9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창조경제의 핵심을 의료기기산업으로 보고 어떻게든 규모를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매번 반복되는 허울뿐인 지원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박희병 전무는 “그간 3개 정부에 걸쳐 밀어준 산업인 만큼, 성과가 있어야 하지만 여전히 10위권에 머물러 있다가 오히려 13위로 하락했다"며 "이대로 가다간 지원이 끊길까 걱정이 앞선다. 아직도 산적해있는 각종 규제와 보험재정 압박으로 순탄치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창조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의료의 중심인 수술, 치료재료가 아닌 비급여, 가정용 의료기기가 견인하는 기이한 현실에 직면한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은 기피하고 피부과, 성형외과에 몰리는 의료계의 현실이 산업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급여와 연관된 치료기기, 수술기기에서는 저가 제품만 팔리고 그만큼 우수한 의료기기보다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출혈경쟁이 심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한 업체 대표는 “창조경제가 바로 안마기기, 가정용 불법 의료기기를 말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의료기기전시회도 의료보조기기 전시회로 바꿔야할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한 병원장은 “병원이 수익이 나지 않고 계속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의료기기산업이 어떻게 창조경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의료기기를 구매할 여력조차 없다”라며 “의료산업의 핵심이 의료 본질의 제품이 아닌 주변 것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병원장도 "환자안전, 각종 첨단시술에 도움이 되는 수술기구, 의료기기 등은 정체되는 반면 당장 비급여 수익을 창출하는 비용대비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만 쏟아지고 있다"며 "가정에서는 건강관리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비급여로 인해 의료비는 기형적으로 팽창하면서도, 정작 필요한 제품은 마음대로 쓰지 못해 병원과 의료기기산업은 저질 산업 구조로 변질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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