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의사 총파업에 참여한 1500여 명의 전공의들이 의사협회 회관에 모였다.

의-정 2차 협상 결과가 발표된 후, 개원의와 전공의의 입장이 갈렸다.

협상안에 건정심 구조 및 수가협상 과정 개선 등이 담겨 있었음에도, 복지부가 '10일 파업 참가자는 원칙대로 처분' 입장을 밝혀 개원의들은 불안에 떨었다.

반면 1차 협상안과 달리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가 담긴 내용이 추가되면서, 전공의들은 "협의를 합의로 이끌어야 한다"는 환영의 제스처를 보냈다.

17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동시에 '제2차 의-정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의-정 협의안에 따르면, 환자-의사 간 원격진료는 올해 4월부터 6개월간 유효성, 안전성 등에 대해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이를 입법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한 의료기관의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해 의료계의 우려가 극심한 것을 반영, 의약5개단체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마련키로 약속했다.
 

17일 권덕철 정책관이 2차 의정 협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공익위원을 정부가 아닌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해 꾸리고, 수가협상 결렬 시 조정소위원회를 거치는 방안도 신설할 계획이다.

의사협회 측에서는 만족할 만한 협의 사안이라고 발표했지만, 개원의들은 불만과 불안에 가득찼다.

협의 결과 발표에 앞서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번 협의안과 관계 없이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도 위반하고 휴진했을 경우 처벌할 예정"이라며 "각 시군구별로 의료법 위반사항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A개원의는 "협의안 내용을 떠나 이처럼 파업에 참여한 회원들을 지켜주지 않는 의-정 협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앞으로 어느 누구도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만약 대외적 발표가 어렵다면, 협의안과 관련한 투표안을 만들 때 '참여회원에 대한 처벌이 가해지면 재파업한다'는 단서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개원의들은 "건정심 구조개편이 몇대몇으로 이뤄질지 정확히 나누지 않은 점과, 리베이트쌍벌제 개선에 대한 정부의 얕은 의지, 아청법에 대한 논의 부재 등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며 불만이 가득했다.

이 같은 반응에 의협 노환규 회장은 회원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노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Q&A를 게재, "정부가 10일 파업참가자를 처벌한다고 한 것은, '봐주기로 타협했다'는 식의 답변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원칙대로 하겠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지만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또 "건정심 구조 개편에 대해 8명의 공익위원 중 정부 측 인사 4명을 뺄지 말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8:8:8로 될지 5:5:3으로 될지 8:8:2로 될지 알 수 없어 동수원칙만 정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청법 등 의료악법 개선안이 빠진 것에 대해 "정부는 입법기능이 없고 발의 기능만 있다"며 "악법을 만든 곳도, 개선안을 만드는 곳도 국회이므로, 정부와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수 전공의들 "수련환경개선안 만족…투표 찬성 많길"

개원의들은 이번 협의안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한 분위기를 띄었으나, 전공의들은 이번 협상안에 '매우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전공의협의회 측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봤을 때 협의안이 괜찮다. 수련환경개선과 관련해 지난 1월 대전협과 정부와 얘기 나눈 부분보다 더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것보다 더 좋은 제안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회원 투표가 남아있기는 하나, 이것이 잘 이뤄져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진행 중인 '전공의 특별법'보다 현실적으로는 더 좋은 개선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의원실 측에서 이번 주에 특별법을 발의한다고 했지만, 특별법 발의 후 법안 상정, 그리고 법안 시행까지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며 "시행 현실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의정 협의안이 더 우세"라고 주장했다.

또 "만약 법안이 이뤄진다면 예산 법적근거도 있고, 수련평가 독립 등이 포함된 특별법이 훨씬 낫지만, 상징적 의미만 가질 확률이 높다"며 "지금 상황에서 명분이 없다"고 평가했다.

비대위원으로 활동한 B전공의도 "파업까지 하면서 이것밖에 못 얻었냐는 회원도 있겠으나, 이 정도면 충분하다"면서 "무조건 40시간 상한제, 신임센터 완전 복지부 직권 등보다는 못한 협의안이나, 그래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업을 이어가자는 전공의들도 있긴 하다. 또 파업하면 수련환경 부분은 더 나아질 수 있는 확률도 있지만, 중간에 파투 날 수 있다"며 "그냥 이대로 잘 협상이 마무리돼 정부에서 개선안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에 참가했던 C전공의 역시 "애초 전공의가 주장한 올바른 의료제도 안에 전공의 수련환경이 있다"면서 "애매한 문장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 전공의들이 집결한 만큼 정부도 이번 협의에 있어서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번 협의안에 대해 의사협회는 오늘부터 회원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회원들이 협의안을 수용하면 24일 총파업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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