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국산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실제 사용자와 개발자인 임상의사-의료기기기업 간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의료기기상생포럼, 체외치료기포럼, 서울의대-서울공대 포럼 등 갖가지 연합단체가 생겨

 
나고 있지만, 넘어야할 산이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5일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과 한국체외치료기포럼이 KIMES2014를 기념해 주관한 ‘의료기기 명품화 전략‘ 세미나에서는 임상의사, 제조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산 의료기기 개발의 애로사항을 공유했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 중 한국은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초음파, 임플란트 생산액이 가장 많으며, 생산액은 3조 8000억, 수출액 2조 2000억원, 수입액 2조 9000억원이다. 시장 규모는 3조 9000억원, 유통까지 확대하면 8조 6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의료기기산업이 창조경제와 맞물린 신성장동력 산업이자, 국가를 먹여살릴만한 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의사가 임상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기업이 이를 활용해 사용가능한 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동국대 의공학과 남기창 교수는 “일단 개발자의 생각대로 개발부터 하게 되면 시제품이 나온 다음에서야 사용자 피드백을 토대로 개선하게 된다. 그만큼 시간, 비용의 손해가 생긴다”며 “처음부터 임상에서의 피드백을 받아 개발이 이뤄진다면 이득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 류제청 소장은 “의사들이 나서서 국산의료기기를 발전하려는 열의는 매우 긍정적”이라며 “매년 KIMES 전시회가 많이 발전하고 있고 외국회사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 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의대 재활의학과 배하석 교수(이대목동병원)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의료기기 중에 과연 명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제품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명품의료기기를 만드는데 의사와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 소비자 욕구에 대한 변화를 파악해 양측이 협업하면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대 난관은 허가 규제, 그리고 급여 등재

개발을 하더라도 또 다른 난관은 바로 규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야 하며, GMP 등의 엄격한 품질검사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남기창 교수는 “

 
개발자들이 개발에 대한 열의로 의료기기를 개발하더라도, 각종 규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다음에는 크게 놀라곤 한다”며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GE는 GoldSeal, 지멘스는 ECO 라인 등 기존에 판매된 제품을 다시 수거해  재제조도 많지만, 재제조에서도 성능평가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살아남으려면 허가 외에 보험 등재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처음부터 수가등재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면 시장 자체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실제 사용하는 의사의 판단이 중요하다.

경희의대 재활의학과 김희상 교수(경희대병원)는 “의사 입장에서는 비급여가 좋다. 삭감의 압력없이 마음껏 처방할 수 있는 반면, 급여는 사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고 적정수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의료기기는 규제로 인해 사용을 거의 최소화해야 하고, 시장이 확대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박희병 전무는 “그간 3개 정부에 걸쳐 밀어준 산업인 만큼, 성과가 있어야 하지만 여전히 10위권에 머물러 있다가 오히려 13위로 하락했다. 이대로 가다간 지원이 끊길까 걱정이 앞선다. 각종 규제와 보험재정 압박으로 순탄치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삼성  등 의료기기 시장에 진입하는 대기업이 어느 정도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 전무는 “대기업이 집중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우려가 된다는 입장도 있지만, 시장을 키우는 효과에서 환영할 만하다”며 “ 수입 의료기기가 대부분인 현재 중국 제품 확대, FTA체결, 초가격 경쟁 등의 악재가 산적해있다”고 덧붙였다.

대신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품 설명회, 중기간 경쟁 품목 지정, 중소기업 제품 우선 구매제도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입찰가액이 2억 3000만원 미만인 경우 공공기관에서는 국산제품을 우선구매하게 돼있으며, 임상근거 논문을 토대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으면 보다 진입이 수월하다.  

정부에 “연구 확대, 규제 완화” 건의

의사, 기업 양측 모두 의료기기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의 연구 확대와 규제 완화를 필수 요건으로 내세웠다.

고려의대 재활의학과 윤준식 교수는 “개발자는 개발을 빨리 완료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만, 의사는 논문을 쓰는 기간을 필요로 하게 되면서 협업이 끝까지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신의료기술을 좀 더 검토 중이지만, 허가와 인정 절차가 수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충남의대 조광희 교수(충남대병원)는 “국가가 돈이 없고 병원도 돈이 없고, 결국 병원이 좋은 기기를 살 수 없다. 의사들이 포기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우수한 의료기기가 제대로 개발되지 못하는 이유”라며 “개발해봐야 규제도 까다롭고 수가를 받지 못하면 시장이 생길 수 없다. 즉, 돈의 문제이고 제도의 문제이며, 정부는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대성마리프 관계자는 “정부과제는 1년~2년, 길어야 5년이다. 의료기기는 개발하다 보면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과제에 쫓겨 2년 동안 개발을 마치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하다”라며 "1~2년 연구해서 나오는 제품은 거의 없고, 몇 년 간 제품에 집중해야 완성되고 명품이 만들어지게 된다. 국가에서 2~3년 안에 성과를 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남기창 교수는 “R&D를 성과로 제시하려는 노력이 있지만, 대다수인 국내 영세한 의료기기 기업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정부가 허가 절차를 지원하거나 공용 GMP시설이 필요할 것”이라며 “비급여 인정 범위를 지금의 포지티브가 아닌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희상 교수는 “모든 의료기기가 아이디어는 있지만 제품화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포럼 등을 통해 서로가 끊임없이 소통해 짧은 기간에 개발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하자”라며 “우리나라가 의료시설은 좋지만 의료기기 국산화가 많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의사와 업계간 끊임없는 소통과 노력으로 개선해보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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