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우울·조울병학회 박영민 정보이사

AHA 권고, 대규모 근거들로 연관성 제시
환자 주관에 따른 우울증 척도는 한계
항우울제 심혈관계 부작용은 주의해야

"다수 미국 학회 가이드라인에는 심혈관질환 환자들에서 우울증 선별검사 및 치료를 반드시 시행하도록 추천하고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미국에서도 심혈관질환에서 동반된 우울증이나 우울증상의 진단은 매우 과소평가 되고 있다."

AHA가 우울증을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으로 공식화한 이번 권고안에 대해 대한우울·조울병학회 박영민 정보이사(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두 질환이 동반된 환자에 대한 즉각적인 관리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관상동맥질환(CHD) 관련 연구들을 검토해 보면, 대부분이 우울증 혹은 우울 증상들이 CHD 위험 및 재발 인자가 되며, 관상동맥우회술(CABG) 후 예후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심근경색 후의 우울증 발병률은 15~23%, 우울증과 CHD가 동반된 이들의 사망 위험도는 3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HA의 발표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는게 박 교수의 말이다. 53개의 통합적 분석연구(System Review)와 4개의 메타분석연구를 토대로 제정됐는데, 대규모 연구들을 한데 모은 것으로 우선 근거들이 방대하다는 강점이 있다. 박 교수는 "위원회는 여러개의 대규모 연구들을 리뷰한 것으로 신뢰도가 높을뿐만 아니라 이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큰만큼 국내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 연구 검토과정에서 위험요인에 중점을 뒀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박 교수도 "3개의 메타분석자료와 최근 실시된 1개의 메타분석을 포함했는데 여기서도 우울증을 동반한 심혈관질환 발병위험도가 1.8~2.9배였다"면서 "즉 우울증이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친다"고 피력했다.

박 교수는 우울증이 심혈관질환의 경과와 예후에 나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생물학전 기전과 심리행동학전인 기전으로 분리해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단 권고안에서도 우울증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심혈관질환의 예후를  더욱 악화시키는데 대한 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박 교수는 "생물학전 기전을 보면 우울증이 심장자가기능의 변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활동증가, 세로토닌 수치 증가, 염증발현 증가, 오메가-3 지방산수치 감소, 스트레스로 인한 허혈 등을 발생시켜 심혈관질환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심리행동학적 기전의 경우 우울증으로 인해 생긴 음식 섭취 양상의 변화, 운동량 감소, 치료 약물 순응도 감소, 사회적인 지지부족,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 등이 심혈관 질환에 영향을 끼친다는 다수의 보고가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한계점 역시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연구에서는 15개의 척도를 사용했고, 이는 우울증 발병 시기와 환자의 주관 및 객관적인 판단이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이 환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우울증 여부를 결정지은 것"라며 일괄되지 않은 우울증 척도에 대한 부분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우울증이 심혈관질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고, 질환의 경과와 예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동의하면서, "두 질환을 동반한 환자는 사망률이 몇 배 이상 증가될 수 있고 심혈관질환 자체가 우울증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두 질환은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으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와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고안에서는 우울증도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에 포함이 되야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제시했지만 약물치료 등의 치료전략은 언급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약물치료에 앞서 몇가지 주의사항을 염두해둬야 한다고 했다.

먼저 항우울제들이 갖고 있는 심혈관계 부작용이다. 삼환계항우울제(TCA)의 경우 응고시간을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용체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항우울제 복용 시 체중증가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에서는 모든 항우울제들이 체중증가를 일으킬 수 있다고 되어 있고, 이로 인해 LDL-C 수치가 상승해 심혈관질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심혈관질환 환자에서는 항우울제의 병합요법시 심혈관 부작용이 심화될 수 있으므로 이에 따른 주의가 필요하며 심혈관질환 약물과의 상호작용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후 억제제(SNRI)도 혈압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하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후 억제제(SSRI)도 비교적 안전한 약물이기는 하지만 혈중 염분수치를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숙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우울증임상연구센터 김재민(전남의대 정신건강의학과)교수도 이번 권고안이 장기추적연구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AHA 공식내용에도 언급됐듯이"ACS환자에서 우울증은 매우 흔하고, ACS의 예후(재발률 및 사망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ACS환자에게 우울증을 조사하고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연구자료를 토대로 해 국내 연구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김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연구가 이루어져 발표된 자료는 아직 없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지정 우울증중개연구센터(책임연구자 전남대 정신건강의학과 김재민)와 보건복지부 지정 심혈관질환특성화센터(책임연구자 전남대 순환기내과 정명호)의 공동연구로 1200여명 ACS환자의 우울증에 따른 예후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었으나, 아직 논문 투고 단계다"면서, 예비분석결과 외국의 연구결과와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소견을 보여, 현재 외국의 연구결과를 국내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1~2년내 논문으로 출판될 것으로 기대하고, 국내에서는 최초로 발표될 자료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국내외 상당수 연구자와 임상가들이 이번 권고안에 대한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어 향후 긍정적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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