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 나란히…정부도 '산업 유망성' 기대 적극 지원

백신개발을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행보가 분주하다. 기초연구나 후보물질 발굴 등 연구과정에서 어려움이 많고, 그만큼 진입장벽이 있음에도 백신의 가시적인 성과들이 뿌리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정부도 백신의 '산업적 유망성' 등 경제적 가치와 신종 전염병·생물테러 등에 대비한 백신 자급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분주히 백신 지원 사업을 추진 중에 있어 국내 제약사의 시장 진출이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녹십자, 글로벌 시장서 우뚝

▲ 녹십자 독감백신 지씨플루프리필드시린지주

국내 제약사 중 백신 분야에서는 단연 녹십자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녹십자는 남반구, 북반구 독감백신(제품명 지씨플루프리필드시린지주) 입찰에서 연이어 수주에 성공해 2400만달러 규모의 수출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지난 1월에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의 2014년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녹십자의 의약품 수출 중 역대 최대인 2300만달러 규모의 독감백신 수주에 성공했다. 올해에도 북반구 입찰에 참가할 예정이어서 지난해 기록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녹십자를 비롯해 단 4개의 회사만이 WHO 독감백신 입찰 참여자격을 확보하고 있으며 아시아는 녹십자가 유일하다. 이에 독감백신 시장에서 녹십자는 다국적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녹십자는 AI(조류인플루엔자, H5N1)백신의 임상시험을 올해 안에 완료하고, 세포배양 방식의 4가 독감백신 임상시험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성인용 Td백신과 탄저백신 등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성인용 Td백신 개발에서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향후 다(多)가백신 개발의 토대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양약품 플루백신 '날갯짓'

일양약품도 지난해 8월 독감백신 '일양플루백신프리필드시린지주'를 허가받아 34만주를 생산·완판하고 해외 진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독감백신 해외 입찰을 위해서는 WHO의 사전적격성 심사(Pre-Qualification, PQ)를 통과해야 한다.

PQ에서 요구하는 자료가 통과되고 공장 GMP실사를 통해 적합판정을 받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백신을 대량으로 공급할 필요성이 있다보니 프리필드시린지(사전 충전형 주사기) 외에도 저렴하거나 용량이 많은 멀티도즈바이알 등에 대한 추가 허가가 요구되기도 한다.

실제로 전 세계 WHO PQ 인증 백신은 지난해 기준 35종(27개 업체), 이중 국내개발 백신은 4종(2개 업체)에 불과했다.

일양약품 안창남 백신생산본부장은 "통과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시간과 자금의 문제"라며 "일양플루백신도 올해 말 PQ를 신청할 것"이라고 귀뜸했다.

▲ 일양약품 충북 음성 백신공장

한편 일양약품 백신사업의 기반이 되는 충북 음성 백신공장은 우리나라에서 연간 필요한 백신의 5배 규모인 6000만도즈의 독감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 언제든지 신속한 백신생산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단장 김우주)'에서 공모한 H7N9형 신규 인플루엔자 백신공모에 최종 선정됐다.

그 동안 신종 조류인플루엔자 H7N9형의 기초 연구를 광범위하게 진행한 일양약품은 정부와 단기간에 모든 실험을 완료할 계획이다.

안 본부장은 "국내에서도 백신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케미칼 쪽이 많았지만 앞으로 제약시장은 바이오의약품 시장으로 판도가 바뀔 것"으로 판단했다.

또 "인플루엔자 백신 같은 경우는 50년 이상 사용된 것도 있어 한 번 개발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기적인 먹거리가 된다"고 덧붙였다.

LG생명과학·SK케미칼 '기대주'

 LG생명과학의 '유포박-히브주'도 지난 해 PQ 인증을 획득하고 올해 수출 성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포박-히브주는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B형간염, 뇌수막염 5가지 영·유아에서 많이 발생하면서도 치사율이 높은 질병을 예방하는 5가 혼합백신으로 중남미와 아시아 등에 수출되고 있으며, 향후 해외시장 공급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SK케미칼은 2010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연계협력 사업인 '인플루엔자 등 백신원료 맞춤형 생산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SK케미칼은 경북 바이오 산업단지에 연간 1억5000만도즈가 생산 가능한 백신 생산기지 L하우스를 보유 중이며, 현재 세포 배양 방식을 통해 만든 백신의 최종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세포배양 백신은 생산기간이 4~5개월에 불과하고 유정란을 통해 만들지 않아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위기상황에도 안전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밖에도 백신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앞으로도 국내 제약업계의 백신을 향한 도전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백신 자급화' 정부도 팔걷어

정부도 백신의 '산업적 유망성' 등 경제적 가치와 신종 전염병·생물테러 등에 대비한 백신 자급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분주히 백신 지원 사업을 다각도에서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의약품협회, 관련 제약기업 등과 '백신산업 글로벌진출 협의체'를 발족해 백신산업의 지원을 다짐했다.

협의체는 우선 국내 백신 중 가장 수출역량이 높은 '인플루엔자 백신'의 남반구 국가진출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또한 최근 식약처는 산업계·학계 협의체인 '바이오의약품 산업발전 전략기획단(Dynamic BIO)'에서 논의된 내용을 가이드라인과 정책에 반영코자 진행하고 있으며, 5일에는 '백신 기술 연구 지원 전문가 협의체' 첫 회의를 가지며 본격적인 연구지원 행보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생물의약품연구과 반상자 과장은 "범부처 글로벌진출 협의체는 백신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부서별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구상하는 곳이고, '백신 기술 연구 지원 전문가 협의체'는 제조사가 피부로 느끼는 애로사항을 R&D로 풀어갈 수 있도록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협의체는 국내 백신 개발지원 현황, 애로사항 등을 분석하고 제약·학계 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며, 필요 분야별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지원 중장기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여상구 보건연구사는 "기초연구나 백신 후보물질 발굴 등은 국내 기업이 열악하지만, 기술력으로 보면 뒤쳐지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진단하며 "백신 개발은 오케스트라 같은 일이라 한 분야에 집중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며 이를 이끌 원동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각각의 역할이 있고 조합이 돼야 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국가기관에서 이를 취합하고 방향제시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백신 물량이 국내에서는 얼마되지 않다보니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유지하는 것에도 돈이 많이 든다. 글로벌 회사의 경우 이미 생산시설 등에 대한 감가상각비가 제외됐기 때문에 경쟁력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 자급화나 주권 등은 좋은 얘기지만 제약사가 참여해야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다. 글로벌 입찰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어차피 준비해야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국내 기관에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주는 부분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백신주권 확보 및 세계 5대 백신강국 도약'의 비전을 갖고 2020년까지 백신자급률 80%(22종), 수출액 랭킹 5위(2조2000억원), 고용인원 확대(2012년 기준 2350명→2만2700명) 등의 목표를 달성할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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