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병원 김한국 원장(가칭)은 병원의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는 동시에 특성화 센터 구축에 고심했다. 일단 교수들의 의견을 묻기로 했다. 

"내시경 센터를 키워야 합니다. 내시경 검사가 갈수록 많아지고 내시경을 활용한 치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인암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성들이 병원 선택을 주도합니다. 유방암, 자궁경부암은 완치율도 좋습니다."
"근처 병원이 하지 않는 진료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고난이도의 이식센터 등을 확대해 환자 치료에 중심을 둬야 합니다."

각 진료과마다 이해관계가 첨예했다. 각자의 진료과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고,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당장 특성화를 하지 않으면 차별화가 불가능하고, 모두 활성화하다보면 백화점식 진료라는 기존 전략 그대로를 이어가야 하는데.'

병원 발전전략위원회에서 논의해도 마땅한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각자의 진료과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되풀이됐고, 어려운 시기에 투자를 원하는 건의가 줄을 이었다.

김 원장은 원장을 맡기 전이 떠올랐다. 이전 원장이 본인 진료과에 지원 몰아주기를 한 것이 못마땅했던 기억이 났다. 일단 본인의 진료과를 제외하기로 했다. 지나치게 수익이 낮은 과도 제외했다. 기존에 투자를 많이 받은 과를 제외하고, 수익이 많이 나는 과는 알아서 잘 될 것으로 판단해 뺐다.

결국 과감히 중증 난치성 질환 중 하나를 선정한 센터를 키우기로 했다. 많은 과의 반발이 있고 환자수 자체가 별로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강행했다. 대한민국에 유일무이한 센터로 키울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환자에게 최대한 통합진료의 이점을 주기 위해 치료사 등의  채용도 늘렸다.

하지만, 수개월 운영해 보니 적자에 또 적자였다. 기본적인 인건비와 운영비용이 들었지만, 수익이 나지 않았다. 어렵게 투자한 곳에서 가능성을 발견해야 하지만,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물론 대학병원이 돈벌이에 급급하면 안되지만, 최소한의 경영원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김 원장의 상황에서 대학병원 특성화센터는 어떻게 운영해야 하나? 그렇다면 그냥 돈되는 과를 더 키워야 하나? 

우선 우리 병원이 무엇을 잘하는지부터 냉철히 들여다봐야 한다. 설문조사든, 환자 데이터 분석이든 병원의 현재 위치를 객관적으로 명확히 따져야 한다. 각 진료과도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병원의 강점을 들여다봐야 한다. 각자의 진료과가 아닌, 특성화센터 하나가 잘되면 전체 파생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그저 순간의 판단이나 감정에 치우치는 전략 설정은 위험하다. 비록 원장이 그리 큰 권한은 없더라도 순간의 결재가 병원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단 투자가 확정되면 센터는 만들어지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비용을 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한 번 센터로 만들면 없애기도 쉽지 않다. 처음부터  병원의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병원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세부 전략이 논의돼야 할 것이다.

※'실패경험'(지면신문 ‘외양간 고치기’) 칼럼은 과거의 시행착오를 토대로 더 나은 경영전략을 모색하자는 취지의 실제 실패경험 사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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