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부여 후 기록 담긴 평생면허관리 체계 시급
의협 자체관리, 법규마련 이전에 협회 규약으로 시행

의료윤리연구회(회장 홍성수)는 지난 3일 대한의사협회 3층 회의실에서 의사면허제도를 주제로 한 마지막 연구모임을 가졌다. 지난 4번의 연구모임에서 캐나다, 영국, 미국 등 다른나라의 의사면허관리제도에 대해 살펴본 데 이어 이날은 '우리나라 의사면허관리의 개선 방향'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순천향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윤형 교수의 강의로 진행된 이날 연구모임의 내용을 정리했다.

- 사회적으로 의료행위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이유가 뭔지?

▲ 박윤형 교수
면허는 일반적으로 금지돼 있는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것으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는 자격과는 차이가 있다. 의사에게 부여된 면허는 의료행위에 있어 배타적인 허가이며 면허 없이 이뤄지는 의료행위는 법으로 금지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법에는 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서 그 범위를 판시하고 있다.
판례는 의료행위의 범위를 확대해가고 있는데 언어교정, 최면요법, 카이로프랙틱, 척추 교정, 문신, 벌침, 쑥뜸, 박피술 등이 모두 의료행위로 판결한 바 있다.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를 위한 모든 행위와 인체에 침습적이거나 영향을 주는 행위는 모두 의료행위로 이에 따르면 현재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치료를 표방한 업종들은 따지고 보면 모두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따라서 의료행위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의사의 의료행위 독점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바가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국민보건의 위해성 방지를 위해 국가시험을 거친 사람에 한해서만 허용하는 것은 타당하며, 무면허 의료행위자를 식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국가자격증 외의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다.

- 우리나라는 의사면허제가 언제 시작됐는지?

1899년 의학교 졸업자에게 '의술개업인허장'이 부여된다는 규칙 제정 후 1908년 6월 세브란스병원의학교 졸업생 7명에게 1번~7번까지 의술개업인허장이 부여된 것이 국내 최초의 의사면허 부여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가 안상호, 서재필, 김익남, 박에스더, 홍종은, 박서양, 유병필 중에서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1910년 위생국이 파악한 의사(醫士) 수는 2,650명인데 이 중 의술개업인허장을 보유한 의사는 30여 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인허장이 없는 의사 또는 한의사였다. 1913년 시행된 의사규칙에 따라 의술개업인허장은 의사면허로 변경됐는데, 이 때 의사(醫師)와 한의사(醫生)로 분리됐고 한의사는 규칙 시행 이전 2년 이상 의업을 행한 자에 한해  면허를 받았다. 이 때 면허를 받은 사람은 한의사는 5827명이었다.
이후  몇 차례 의사면허 갱신이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에 부여된 의사면허증에 대해 1946년 미군정청에 의한 일제 갱신이 이뤄졌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에 의한 일제 갱신, 1973년 일제 갱신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 현재 의사면허자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우리나라 면허관리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정확한 현황 파악이 안되고 있어 의사면허관리가 어렵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초기 부여한 면허관리대장과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과 관련된 기록 관리만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자율 신고자에 대한 관리만 이뤄지고 있는데 그나마 지난 2013년 재신고 의무화가 도입돼 보다 정확한 면허관리 기반이 마련됐다. 면허부여 후 보수교육 등 정확한 기록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의대졸업, 수련, 개원, 봉직, 연수교육, 이민 귀국 등의 정보가 담긴 의사 평생 면허관리 등록부 운영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사무장병원 원장과 같이 개원기관을 자주 바꾸는 경우도 사유 파악이 쉬워질 수 있다. 의협 차원의 자율적 면허 관리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리 체계가 먼저 마련돼야만 한다.

- 의사면허관리를 위해 면허관리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것도 방법이다. 더 바람직한 방법은 의사협회에 면허 관리위원회를 두고 자율적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럴려면 의사면허관리등록센터를 신설하여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만 한다. 여기에는 의협이 공정 경쟁과 품위 유지 등 회원 자율규제가 가능한지, 의협 중앙윤리위원회가 회원의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제재를 엄격하게 할 수 있는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면허 자율관리를 보장한 법 체계가 갖춰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의협이 규약 형태의 체계를 먼저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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