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세상네트워크, 특정 제품 가격 기준•산정 절차 특혜 의혹 제기

국내 2개 밖에 판매되지 않는 '자가유래피부각질 약제' 중 한 제품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의 급여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최근 건강세상네트워크가 '화상 약제 요양급여 가격결정의 부적절성'을 명목으로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청구를 요청했다.

현재 건강보험에서 비급여인 화상약제 테고사이언스의 홀로덤과 엠씨티티의 케라힐은 산업재해보상법에 근거해 산재급여로 인정된 상태다.

홀로덤은 건강보험에서 비급여로 고시됐지만 제품원가 검토보고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해 2005년 결정된 가격이고, 산재급여 등재 시에도 건강보험 비급여 가격(제품원가 검토 가격)을 준용해 2007년 결정했다.

반면 케라힐은 산재급여 인정 시점이 2009년으로, 건강보험 비급여 품목으로 결정된 시점이 2010년인 것을 감안했을 때 산재급여 가격 결정 당시 약값을 제약사가 임의로 설정했으며 이것이 그대로 적용됐다는 게 시만단체의 지적이다.

시민단체, 산재급여 절차 의혹 제기

이들 품목의 가격결정 및 가격산정 방법, 약제 산정지침 등과 관련해 약제간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케라힐은 공보험의 급여원리에 적합하지 않아 불필요한 재정낭비를 유발하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시민단체 측은 "홀로덤은 제조원가를 근거로 심평원에서 결정된 약가를 준용했지만 케라힐은 제약사가 임의로 설정한 약가를 산재급여에서 그대로 수용했다"며 "이는 약가 타당성이 확보됐다고 볼 수 없고, 적어도 홀로덤과 동일하게 제조원가자료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가 이처럼 강한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근로복지공단에 약가결정근거와 근거관련 자료 공개를 2번이나 요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 측이 '산재환자 진료에 필요하다 판단되는 건강보험 비급여 약제의 약가결정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규정에 따라 시장유통가격, 제조공정, 납품가격, 원가분석 등으로 결정했다'라며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감사청구 등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바빠지자 엠씨티티 측은 "약가 산정 받을 당시 원가산정 자료 등 요구되는 모든 자료를 제출했다. 제약사가 약값을 임의로 설정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원료비나 자재 등 기타 경비를 계산해 모든 자료를 제출했고 심사를  통해 인증받은 것이며, 자료 제출이 미비했다면 등재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시민단체의 감사청구 자체에 대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단체가 감사청구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A제품과 B제품간 우위를 결정 지을 수 있는 부분을 섣불리 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 심평원 관계자는 "산업재해와 건강보험 등재는 달라 근로복지공단에서 이를 급여로 하든 비급여로 하든 우리가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용 효과성을 따지려면 원가 보고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답하며 자료 미제출 의혹을 부정했다.

일부 업체에 유리하게 약가 산정?

시민단체가 지적하는 약가산정의 비합리성은 두 약제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홀로덤은 1장에 78만4000원/56㎠, 케라힐은 1바이알에 395만7000원/100~400㎠이다. 홀로덤은 화상 면적에 규격이 정형화돼 가격 산정이 용이하지만 케라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만일 4000㎠ 크기의 광범위한 화상의 경우 케라힐을 400㎠를 투여하면 10바이알(395만7000원×10=3957만원)이 필요하지만 동일한 면적을 100㎠씩 투여하면 40바이알(395만7000원×40=1억5828만원)이 필요하다. 또 케라힐은 약제의 특성상 단독으로 사용할 수 없고 국소지혈제인 '피부린 글루'를 사용해야 하므로 별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에 엠씨티티 측은 "범위 자체를 식약처에서 정한 것"이라며, "처음에 우리가 100㎠로 신청했는데 환자의 나이가 어리거나 회복이 빠를 것 같으면 적게 써도 되도록 의사에게 재량권을 부여한 것이고, 돈을 더 받기 위해 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시판 후 조사(PMS) 보고서의 '케라힐 이식시술 현황'을 보면 1바이알당 평균 적용면적은 349±268㎠였고, 시술자나 의료기관이 더 많은 비용보상을 목적으로 유리한 투여방식(100㎠)을 채택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시민단체는 두 약제 모두 자가유래피부각질세포로 분류됐으나 제조공정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현재 약가 산정 지침은 이런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공정과정을 보면 홀로덤은 '세포 접종 및 시트완성'을 위한 2단계 공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이식조직'인 시트(sheet)를 형성하는 반면 케라힐은 1단계에 해당하는 공정으로 '세포현탁액제' 생산에 그친다는 것.

자가유래세포치료제는 환자 자신만 사용할 수 있고 생산기간이 2~3주가량 소요되며 유효기간이 2일이라는 특이성이 있는데, 화상환자는 약이 만들어지는 동안 사망하는 등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제조사의 약가 보전을 위해 이를 지원한다.

그러나 케라힐은 미사용 시 '이식조직완성'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공정에 대해서도 비용 보상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지급된 재환수돼야 할 금액은 2억 849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엠씨티티 측은 "우리도 근로복지공단의 지침에 따라 적용된다. 마찬가지로 접종비용 등으로 구분되는데 작업을 위해 자제나 비용이 필요하니까 사용한 것에 대해 일정 비율로 돌려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산정 기준의 이식조직완성이라는 문구가 문제될 수 있는데 사실 케라힐은 '이식세포완성'에 가까우며 살아있는 세포를 증식시키는 과정이고, 이식조직은 세포를 조직시켜 일정한 시트형태로 만드는 차이라고 부연했다.

식약처, 재심기간 봐주기 논란?

테고사이언스 측은 홀로덤이 CEA(Cultured Epidermal Autugaft)라는 기법에 근간을 둔 피부세포치료제로 약리기전은 '생착'돼 자기피부가 됨으로써 상처를 치유하는데, CEA와 관련된 임상논문은 방대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3도 화상환자 이식 후 진행된 장기간의 추적조사에서 안정적으로 표피를 재생하고 환부와 연결된 미성숙조직으로부터 진피의 재건을 유도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케라힐 등과 같은 세포현탁타입(cell suspension type)의 제품은 2도화상을 적응증으로 임상이 진행됐고, 전 세계적으로 2개의 제품이 임상을 중도 포기한 바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엠씨티티 측은 진피 재생 후 투여한다는 점은 일부 인정하며 "케라힐은 생착률이 85% 이상으로 피부 재생에 도움을 준다. 안전성과 유효성은 국내에서 시판 후 조사를 완료해 재입증 했다"고 밝혔다.

현재 홀로덤은 6년간 시판 후 조사를 근거로 2010년 안전성과 유효성을 재차 입증해 식약처에서 기한 내에 재심사 승인을 받았다. 케라힐도 환자 117명(시판 후 3상 임상시험 대상자 19명 포함)을 대상으로 시판 후 조사를 실시했으며, 유해사례 발현율은 19.8%, 제제와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는 유해반응 발현율은 1%였던 것으로 재심사를 받은 상태다.

문제는 재심사기간이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였는데 기한을 넘긴 시점인 2013년 1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쳐 같은 해 12월 재심사 승인이 이뤄졌지만 임상케이스가 포함된 점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엠씨티티 측은 "원래 기존 환자 증례수는 600례였는데 세포치료제 특성상 이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이를 조정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이후 중앙약심을 열고 논의하겠다고 해서 기간이 연장됐다. 증례수가 적다 보니 임상케이스를 포함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근로복지공단 측은 "산재급여 허가가 처음 나고 재평가될 때까지 해당 업무를 했던 당사자가 퇴임하거나 순환 보직됐다"며 "산재급여는 고용노동부 고시와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적용된다. 산재근로자들에 혜택을 받는다는 근거가 입증돼야 허가를 내준다. 임의로 설정할 리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 관련 자료를 찾으려 해도 3월 울산으로의 본부 이전으로 인해 모든 짐을 정리한 상태로, 찾기가 어렵다. 이전한 이후에 다시 문의해 달라"고 밝혔다.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에 대해 식약처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홀로덤과 같이 케라힐도 3상 적응증을 갖고 있는 것은 충분한 근거 데이터를 제출했으며 자가유래피부각질 세포치료제라는 점에서 동일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홀로덤과 케라힐은 시트타입과 뿌리는 타입의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일본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것으로 안다. FDA와 다를 수 있지만 차후에 그쪽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 본다. 다만 화상학회 등 현장에서 의사들의 의견이 갈린다면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화상치료 전문의는 "중화상환자의 치료에 있어 공여피부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환자가 사망하게 되는 것은 흔히 일어날 수 있다"며 "환자의 부족한 피부를 대체하기 위한 배양피부의 사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아직까지 사례가 많지 않아 보다 정확한 시술법의 개발이나 효용성의 증명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이로 인해 가격대비 효용성이 늘 질문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배양피부 시술로 생명을 구한 환자들이 점차 늘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배양피부의 사용자체를 문제 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홀로덤과 케라힐 모두 임상연구 디자인을 주도했던 모 병원 원장은 홀로덤은 오래 전부터 연구돼 왔던 제품으로 어느 정도 화상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2도나 3도화상 환자의 죽은 조직을 걷어내고 거기에 홀로덤을 부착하면 자가세포배양을 한 것이므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피부구축 등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홀로덤과 케라힐의 제품을 비교한  HEAD TO HEAD 연구가 없는 상태에서 어떤 제품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뿌리는 제품인 케라힐은 생착률 확인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케라힐은 뿌리고 난 후 확인이나 검증이 안 되고 또 오남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학회나 의사들이 스스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제대로 사용해야 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가 감사원에 청구한 결과는 3월 중 도출될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에 따라 산재급여의 재조정 여부가 갈릴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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