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신산업 지원 예산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헬스케어 산업은 수십억부터 수백억, 수천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투자 소식이 나오면서 어느 부처 사업에 지원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정부의 창조경제 성과 압박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기업청, 아예 초기 창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의 창조경제 예산도 나와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연구개발성과지원센터는 현재 지난해 처음 실시한 '신산업 창조 프로젝트 사업'의 2014년도 신규과제를 공모 중이다. 올해 사업비는 총 105억원으로, 먼저 2개 기술사업화 전문가단을 선정하고 선정된 기술사업화 전문가단이 10개 융합분야에서 사업화 가능성이 큰 플랫폼형 융합과제 5개를 직접 선정한다.

대상은 10개 융합분야로, △HCI △실감형 컨텐츠 △모바일 미디어 △스마트 디바이스 △3D프린팅 △바이오센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 △에너지 수집·전송 및 효율화 등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식서비스, 바이오, 화학공정, 시스템반도체 및 로봇 분야 등 산업 전분야에 걸친 산업핵심기술개발에 1138억원을 지원하는 ‘2014년도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의 신규 지원계획을 24일 공고했다.

특히, 시스템산업 6개 분야, 431억원 지원에는 시스템 산업간 기술 융복합을 통한 신시장 창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헬스케어에서는 자폐/ADHD 아동의 심리·정서 치료를 보조하는 ‘자폐아 교육훈련용 로봇’, 신속함을 필요로 하는 응급현장에 활용하는 ‘무선 초음파 솔루션’ 등이 포함됐다.

중소기업청은 기술수요처(대기업, 공공기관, 해외수요처 등)에서 구매의사를 밝힌 기술개발 과제의 지원을 위해 ‘2014년 구매조건부신제품개발사업’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과제에 참여할 중소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판로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올해 815억원의 기술개발(R&D)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선정된 중소기업은 총 개발비의 75%범위내에서 최고 5억원까지 기술개발(R&D) 자금이 무담보·무이자의 출연방식으로 지원된다. 국공립병원 수요를 조달하기 위한 의료기기업체도 지원 대상이다.

25일에는 박근혜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벤처 창업을 40%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2017년까지 청년창업과 엔젤투자펀드를 7600억원을 추가 확충하고 2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요즈마 펀드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창조경제포털인 '창조경제 타운'에서는 창조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개별 창업 아이디어 상업화 지원이 상시 진행 중이다.

"지원금 받으려면 '이너서클'에 들어야"

당장 투자 지원금 확보에 목마른 기업들은 환영하고 있다. 정부의 관심이 있어야 그만큼 지원도, 성공의 기대도 가질 수 있

 
기 때문이다.

서울은 물론 대전, 부산 등 전국에 걸쳐 실시되는 사업설명회는 발디딜 틈 없이 서서 듣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워낙 좋지 않고 투자 유치 환경은 더욱 좋지 않다. 해외 기업에 비해 핵심 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결국 기술력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 지원금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B업체 관계자도 “아이디어는 있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아이디어를 상용화한다면 회사나 정부에나 큰 도움이 되고 결국 소비자에 이득이 갈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업 선정은 단계별로 이뤄진다. 신산업 파급효과가 큰 경쟁력 있는 과제 발굴을 핵심 요소로 두고, 1단계 기술제안서 평가, 2단계 사업계획서 평가, 3단계 현장실사 등 보통 3단계 과정을 거쳐 최종 선정한다. 

하지만, 부처마다 ‘이너서클’에 들어가 있어야 선정되기 쉽다는 것은 암묵적으로 공유되는 정보다. 미래부는 우선 기술사업화전문가단을 추리고, 산업부 역시 스마트헬스케어 자문단을 두고 있다. 전문가단에 의해 1차 서류 통과가 이뤄지는 일이 많다는 전언이다.

전문가단 출신 관계자는 "전문가단은 기존 부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들 위주로 선정하고, 한 번 전문가단에 들어가게 되면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부처 실무자나 전문가단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을 배제할 수도 있고, 전문가단에 기업인이 있다면 경쟁사를 탈락시킬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C업체 관계자는 “기존에 진입해 있던 업체나 사람이 계속 부처와의 상호관계를 가져가는 곳이 많다. 결국 그들만의 그룹에 의해 선정이 좌지우지되는 일이 허다하고, 어느날 갑자기  생소한 업체가 선정되면 난리가 날 정도”라고 전했다.

선정 방법 컨설팅, 얼굴마담 내세우기?

이제 막 생긴 스타트업이나 교수라면 아무리 예산 정보를 입수해도 면밀한 지원 방법이나 선정 과정을 잘 모를 수 있다.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인 셈이다.

일단 사업화가 가능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서류 작업부터 꼼꼼히 해야한다. 공고문에 나온 지침 그대로 작성해야 한다. 기존에 이미 지원받은 동일한 사업명은 배제되며, 그렇다고 너무 생소한 분야에서는 잘 선정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 트렌드를 반영하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타깃으로 이전에 심사를 맡았던 사람이나 기존 선정 경험이 있는 업체가 암암리에 사업 선정 노하우 컨설팅에 나서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물론 별도 비용을 받는다.

컨설팅에 의해 제시된 방법은 일단 얼굴마담격의 업체 또는 사람을 찾도록 하거나 직접 다리를 놔준다. 예산의 덩어리가 크면 기업 간 컨소시엄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원래 업체가 서류작업을 모두 맡아 수면 밑에서 일하고, 표면에는 '얼굴마담'을 내세우는 방법이다.

연구개발에 공동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않더라도 지원금을 받아 일부를 인건비, 자문료 등으로 할당하는  형식을 취한다.

반대로 이미 진행상황이나 노하우를 뻔히 알고, 여러 번 지원을 받았던 업체가 표면에 생소한 업체를 내세우기도 한다. 부처, 전문가단, 업체는 한 편(?)이 되면서도 감사가 빈번한 정부 서류에서도 빠져나가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드물게 실력으로 정면돌파하면서 외부 심사위원의 평가를 노리기도 한다. 최근 한 정부기관 지원 사업은 기존에 활동하지 않은 팀이 5억원 수혜를 입었다. 외부 심사위원이 3,4명에서 많게는 10명까지 배석하는 심사였고, 여기서 점수를 땄다고 전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모업체 컨소시엄이 이미 선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지만, 유기적인 관계만 믿고 서류나 발표를 소홀히 한다면 오히려 최종심사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하지만, 관계가 전혀 없는 업체가 선정되면서 그들로부터 비아냥거림을 들은 것이 사실이고, 앞으로 우연한(?)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고 폭로했다.

정치적인 끈.대기업 몰아주기도 한 몫

다른 선정 의혹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한 대학 교수가 포함된 컨소시엄은 국회의원 친분으로 윗선(?)에서 지시했다는 제보도 들려왔다.

다른 교수는 "기업과 컨소시엄을 짜고 3개월 이상 매주 만나 준비에 준비를 거듭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대와 크게 차이나는 부분이 없이 정치적인 끈으로 점수가 역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대기업이 대거 참여하면서 이미 대기업 사업영역을 정부부처에 먼저 뿌려준 다음 예산안이 나온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최근 정부가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지원사업 중 로봇은 H사, 바이오센서는 S사, 유전체사업은 K사 등이 정부에 사전계획을 전달했다는 것. 창조경제 성과의 압박을 받는 정부가 오히려 기업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전면 부인했다. 평가표와 채점표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한다고 분명히 했다. 아이디어의 참신함, 사업화 가능성, 사업 추진 의지 등의 평가항목이 있고, 이를 서류화해서 감사에 면밀히 보고한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정보 공개 시대인 만큼, 민원인이나 외부 심사위원의 눈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는 선정 과정과 결과를 면밀히 공개하지 않아 '커튼 뒤'의 심사가 허다하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지난해 개별 부처 홈페이지에는  각종 사업예산 공고와 신청안내만 남아있을 뿐, 선정 결과와 선정된 업체, 인물 명단이 나와있지 않다.

업체 관계자들은 "예산도 좋고 지원금도 좋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제품 연구개발할 사람은 받지 못하고 지원금으로 회사 운영자금을 대체하거나 정부와의 관계 유지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문제가 있다"며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결과를 면밀히 공개해야 한다. 사업화에 제대로 쓰이지 않으면 패널티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