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여부 관건...병원도 임금체계 개편해야

병의원 연봉계약 제대로 하고 있나?

1.NET 연봉 계약의 부작용
2.통상임금 판결 대처방안
3. 표준근로계약서 작성법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린 가운데, 기업들이 임금체계 점검에 분주하다. 노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병원 역시 가만있을 수만은 없다. 수당, 퇴직금 등의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통상임금을 새롭게 정의하고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과연 통상임금 판결은 무엇이고 어떤 항목을 눈여겨봐야 할까?

통상임금이란 무엇인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일급, 주급, 월급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지급받는 임금으로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등의 법정수단 산정의 기준이 된다.

그간 경제성장 과정에서 장시간 근로관행이 계속돼왔다. 그만큼 각종 수당이 증가했고 임금구성이 복잡해졌다. 통상임금에 대한 각종 판례와 1988년 제정된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산정지침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했고, 해석상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8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그간의 통상임금에 관한 법원의 해석을 종합적으로 정의, 제시했다.

대법원은 “복리후생금품 등 각종 수당과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여부에 대해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요건을 명확히 하고, 고정적인 정기상여금의 소급분에 대해서는 신의칙을 적용해 추가 임금 청구를 불허한다”고 명시했다.

이후 노사가 통상임금 제도의 법리와 기준을 정확히 숙지해 복잡한 임금구조를 재정비하고, 임금체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개편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현안과제로 부각됐다.

고용노동부는 상반기 중 노사정 논의를 통해 통상임금제도에 관한 근로기준법령을 개정하고, 관련 예규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노사 간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초로 한 노사지도 지침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등 3가지로 정의

통상임금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등 3가지로 압축된다. 여기서 하나라도 어긋나면 통상임금이 아닌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정기성은 미리 정해진 일정한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지에 따라 통상임금으로 보게 된다.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더라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 1개월, 2개월, 분기, 반기, 년 단위로 지급되더라도 정기성 요건은 충족된다. 

정기적인 지급이 확정돼 있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보게 된다. 기업실적에 따라 일시적, 부정기적, 사용자 재량에 따른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률성은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 뿐만 아니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일률적으로 지급돼야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

가족수당은 부양가족수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면, 근로와 관련된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따른 것이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모든 근로자에게 일정금액을 기본금액으로 지급한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고정성은 초과근로를 제공할 당시 지급여부가 업적, 성과와 같은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사전에 이미 확정돼 있는 것이면 인정된다. 근로의 대가로 확정적으로 지급받는 최소한의 임금을 말한다.

근무성적에 따라 지급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지는 성과급은 통상임금이 될 수 없으나, 최소한도로 보장된다면 근무성적과 무관하게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고정적인 통상임금으로 보게 된다.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만 지급받는 금품은 통상임금이 아니며 퇴직 시에도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되는 금품이라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이번 판결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보다 낮은 임금 등 불리하게 근로조건을 계약하는 것은 무효라고 법으로 규정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항목을 노사합의를 통해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

신의칙 원칙 적용되면 소급 적용 불가

근로자 입장에서는 지난 3년 간의 초과근로수당을 다시 소급 적용해볼 수 있다. 법률상 통상임금에 해당되는 임금을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시켜 다시 초과근로수당을 계산한 다음, 이미 지급받은 것과의 차액을 추가임금으로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합의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무효더라도, 해당 사업장이 신의칙 원칙을 갖춘 경우에는 추가임금 청구가 허용되지 않도록 했다.

신의칙 적용 요건은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고 산정한 항목이 정기상여금일 것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합의된 상태에서 임금조건을 정했을 것 추가임금을 청구하면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이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사정이 있을 것 등이다. 

노무법인 정평 이윤하 노무사는 "통상임금 판결 이후 상여금, 통상임금성 수당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임금협상 시 근로조건 개선도 필요하다"며 "임금청구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판결 이전 임금소급 청구 소송이 늘어날 수 있고 노조 결성으로 집단 행동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병원 입장에서는 복리후생 금품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임금 항목별 통상임금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소송을 막기 위해 노조와 미리 합의를 유도해야 하며, 무노조더라도 근로자 개별 합의가 필요하다. 

소송 관련 대응 논리도 만들어놔야 한다. 임금협약, 근로계약서 등의 명시적 동의를 입증할만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 만약 표준근로계약서 자체가 없다면 이 기회라도 문서화해야 한다.

또한 소송으로 간 이후에도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다음 수당의 증가액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보고 매출액, 당기순이익과의 비교자료를 작성, 경영상의 중대한 손실이 발생한다는 입증자료가 필요하다.

정기상여금, 기본급 등 통상임금 여부 판단

 병원에서 눈여겨 봐야할 항목은 정기상여금이다. 만약 퇴직자도 일할 지급했다면 통상임금이며, 재직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근속자 대상으로 제한한다면 고정성이 부인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노사간 사전 협의된 금액이 아니라면 통상임금에서 벗어난다.

능률 수당, 생산장려수당은 오류율 달성 등이라는 별도 지급 조건을 둔다면 고정성을 부인해 통상임금을 피할 수 있다. 출근수당과 보조비 역시 일정 비율의 출근율을 달성하면 지급한다는 규정을 두면 고정성이 부인된다.

기본급 자체도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호봉제, 월급제, 단순연봉제를 고수하고 있다면 성과연봉제로 변경할 수 있다. 성과급은 최소 금액을 300% 등의 일률 적용이 아닌 0~600%로 조정한다면 고정성에서 제외될 수 있다. 직무급제는 직무평가 후 직무등급에 따라 정해지며, 최소금액을 미리 보장하는 직무수당이라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이윤하 노무사는 “임금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임금항목 별 지급 방식의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의견을 구해 구체적인 실천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이익한 변경이 발생한다면 노사합의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밖에 혼동이 쉬운 항목으로는 학생 자녀를 둔 근로자에게만 지원되는 학자금 수당, 부양가족이 있는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가족수당은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

일정한 근무를 채워야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며, 근속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근속수당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특수한 기술, 경력을 조건으로 하는 기술수당, 자격수당, 면허수당 등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김장보너스 등 금액이 일정하지 않고 지급액수를 확정하지 않았다면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다.

고용노동연수원 최영우 교수는 “판결일 이전에 노사가 이미 합의했으나 판결일 이후에 만료된다면 만료되는 시점까지 유효하다”며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임금협약 만료기간과 다르다면, 명시적 합의, 묵시적 합의, 관행 등이 가능하다. 대신 병원은 추가되는 임금이 차지하는 규모를 미리 고려해두고,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노사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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