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들의 얽히고 설킨 인생
어릴 때 어머니를 잃은 어린 송화와 동호는 소리꾼인 아버지와 유랑하며 소리를 배운다. 소리만을 생각하는 아버지에게서 받은 상처들을 서로 위로하며 견뎌낸다. 견디다 못한 동호가 떠나고 그리움에 사무쳐 하던 송화는 결국 아버지 유봉에 의해 두 눈을 잃지만, 그 한으로 소리꾼이 되어 살아간다. 매정하던 아비마저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자 그 아픔을 한으로 승화시켜 서편제 소리의 경지를 이룬다.

90년대 애절하고 한국적인 스토리로 인기를 얻었던 영화 서편제가 웰메이드 창작뮤지컬 ‘서편제’로 2012년에 이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서편제’의 인기에 가장 큰 바탕이 된 것은 바로 한국인만이 느끼는 가장 보편적이고 감성적인 한이라는 정서를 잡은 스토리에 있다. 서편제는 고 이청준의 원작 소설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으로 원작이 가진 묵직한 감동을 전하는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담아냈다. 여백이 살아있는 한국적인 무대위에 오로지 소리만을 생각한 유봉과 비참한 삶에도 고향이라는 뿌리에 닿아 있는 송화 그리고 속박과 옛것을 버리고 싶어했던 동호 세 캐릭터의 갈등이 심도 깊게 다뤄진다. 갈등이 극 중반에 고조되고 폭발하지만 결국 다시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메시지로 힘든 우리네 어깨를 다독인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무색하리 만큼 어떤 세대가 보아도 눈물짓게 하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이다.

통곡에 가까운 울림에 가슴 ‘먹먹’
'소리'가 주제이다 보니 음악이 주제가 되는 뮤지컬에 서편제는 너무나 딱 맞아떨어지는 소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뮤지컬 서편제는 소리극만이 아닌 '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얽히고 설킨 일생'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다양한 음악을 한국적인 정서로 풀어내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무기이다. 무대 위 꼬마 '송화'와 '동호'가 어른이 되고 '유봉'과 갈등을 빚으며 이별과 만남을 겪는 과정은 때로는 절제된 음악으로 때로는 통곡에 가까운 울림들로 관객의 가슴에 먹먹한 감정을 쌓는다.

판소리·팝·록 한데 어우러져
‘서편제’는 소리가 주제인 탓에 판소리만을 연상할 수 있는데, 미군정 시절의 팝, 록, 그리고 심청가를 그대로 옮긴 판소리 등 다양한 음악 장르가 독특한 조화를 이뤄 창작뮤지컬 음악중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풍요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송화'의 테마곡 '살다 보면'과 같은 넘버는 현대적인 발라드 선율에 한과 체념 섞인 가사를 얹혀 젊은 관객들에게도 시대를 넘어선 우리네 정서를 쉽지만 강하게 전하기도 하고, 유봉의 ‘한이 쌓일 시간’ 같은 넘버는 현대적이지만 한국적인 호흡으로 넘버를 듣는 것만으로도 중년 관객들조차 눈물 흘리게 한다. 특히 국악기를 차용해 사용한 밴드의 음악이나 극 후반부의 판소리를 그대로 진행하는 부분 등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국악이 얼마나 깊이 있고 아름다운지를 알려준다.
 
중요 무형 문화재 이자람 송화역
2014년 ‘서편제’에는 두 번의 공연에 걸쳐 검증된 배우들과 신선한 목소리를 낼 새로운 배우들이 캐스팅돼 기대를 더한다. 이 극에서 실제 소리를 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송화는 초연부터 함께 한 소리꾼 이자람과 배우 차지연이 맡는다. 송화 그 자체로 보이는 이자람은 중요 무형 문화재인 이 시대 최고의 소리꾼이다. 이자람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을 만날 가치가 충분하다. 뮤지컬 배우이지만 외조부로부터 판소리를 어릴적부터 배워온 차지연도 또다른 감동을 준다.
 
아버지 유봉은 초연부터 한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다는 찬사를 받아온 서범석과 중후한 목소리로 유봉을 표현한 양준모가 캐스팅됐다. 이번 시즌 재해석되는 동호는 배우 마이클리, 송용진 그리고 엠블랙 멤버인 지오가 각기 다른 동호를 표현할 예정이다.
 
2014년 봄,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음악과 스토리에서 전달되는 깊이 있는 감동과 즐거움이 있는 ‘서편제’가 관객의 마음을 울릴 채비를 마쳤다. 뮤지컬 서편제는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3월 20일 개막한다.
 
문의 클립서비스 1577-3363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