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계를 강타한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이 병원에도 혼란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한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병원계 대응방향’ 연수강좌에서는 자리가 꽉 찰 정도로 다수의 병원이 참여했다. 급기야 오는 27일 같은 내용으로 강좌가 한 번 더 열린다.

지난해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사건 개요를 보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했다. 즉, 근로의 대가로 임금이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모두 갖추고 있으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연수원 최영우 교수는 “특정임금이 모둔 근로자에게 지급되거나 일정한 조건, 기준에 달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이라면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정기 상여금 외에 기술수당, 자격수당, 격오지수당, 직책수당, 품위유지비 등의 내용도 통상임금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고정적으로 100만원의 성과급을 2개월에 한 번씩 줬다면 100만원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학생 자녀를 둔 근로자에게만 지원되는 학자금수당이나 부양가족이 있는 근로자에만 지급되는 가족수당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통상임금이 영향을 주는 것은 우선 퇴직금 산정에 영향을 준다. 또한 초과근무수당, 연차 수당을 일할 계산할 때도 영향을 주게 된다.

판결 이전의 소급 적용은 하지 않아도 된다. 임금보다 기업의 경영상태를 우선시하면서 노사합의 신의칙 적용은 배제(무효)됐기 때문이다. 노사간 단체협약이 존재하는 경우 판결일 이전에 합의했으나 판결일 이후에 만료되는 경우에는 만료되는 시점까지 유효하다. 

그러나 병원도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야 한다. 기본급의 비율을 높이고 고정 성과급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등의 대처를 해야 한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사합의가 필수적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기준을 보면, 의료기관 평가 인증 등의 성과급으로 받았던 금액도 통상임금에 들어가게 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고정 성과급을 줄이는 방안이 모색되겠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를 통상임금에 넣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노사갈등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병원 관계자는 “병원은 기술수당, 자격수당, 면허수당이 흔한 곳이다. 이것이 평균임금 산정 외에 통상임금에 해당하면 그만큼의 퇴직금이 올라가게 된다”며 “그러나 대부분 라이센스 소지자들인 만큼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에서도 통상임금에 대한 소송이 늘어나거나 기업에서처럼 체계적인 근로계약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화우 오태환 변호사는 “소송을 막기 위해 신의칙 적용을 위한 입증방법에는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기업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거나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줘야 한다”며 “그간 묵시적 합의, 관행이 존재했다면 이젠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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