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연봉계약 제대로 하고 있나?
1.NET 연봉 계약의 부작용
2.통상임금제 대처방안
3. 표준근로계약서 작성법

시험 끝난 전문의 3341명이 배출되고, 여기저기 취업 자리를 모색하고 있다. 전공의 시절에는 병원과 단체로 계약했지만 전문의는 사정이 다르다. 중소병원, 의원 원장과 1대 1로 계약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계약하다가는 뒤늦게 손해를 볼 수 있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근로자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최근 노동법 개정이 고용주에게 족쇄가 될 수 있다. 이에 고용주, 근로자 모두에게 바람직한 연봉계약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NET 연봉제 vs GROSS 연봉

그간 병원은 NET 연봉계약을 많이 해왔다. 일반적인 근로계약은 GROSS 계약의 형태로 세금을 포함해 임금을 산정한 후 4대보험, 근로소득세를 임금에서 공제해 지급하는 방식을 취한다. 4대보험은 고용주와 근로자가 반반씩 부담한다.

반면, NET 계약은 4대보험, 근로소득세등 근로자부담분을 제외한 실수령액을 기준으로 임금액을 약정하는 형태의 계약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연봉 1억원이면 세후 650만원정도 월급을 받는다. 그러나 NET계약으로 1억원이면 12로 나눈 금액인 830만원을 받게 된다.

NET 연봉제에 대해 근로기준법에서 별도로 정한 규정은 없으나, 근로자 세금 부담분을 사용자가 부담하는 형태의 근로계약으로 볼 수 있다. 프로야구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약으로, 선수들이 과도한 세금 부담을 막아주기 위해 나왔다.  

병원은 좀 다른 경우다. 병원에서 NET 계약을 하게 되면 고용주가 급여를 적게 신고해 세금을 한 푼이라도 적게 내려고 한 것이 그간의 관행이었다. 병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의사 월급이기 때문이다.  해당 근로자에는 월급에 각종 수당, 퇴직금까지 포함된다는 규정을 넣어왔다.

실제 2013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의사 연봉에 따르면, 성형외과 9278만원, 외과 8268만원, 치과의사 8224만원, 정신과 7394만원, 산부인과 7283만원, 안과 7150만원, 피부과 7116만원, 비뇨기과 7012만원, 소아과 6889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표면에 드러나는 금액이 전부가 아니더라도, 소규모의 병의원을 운영하는 원장 입장에서는 괜찮은 봉직의를 고용하려면 그만큼의 월급을 줘야 했고, 이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한 세금과 퇴직금을 덜어보려고 한 것이다.

잇따른 소송·통상임금법 출연...NET 계약 문제

그러나 사용자에 불리한 소송이 잇따르면서 관행처럼 여겨진 NET계약을 GROSS계약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7년 NET 계약으로 퇴직금 포함으로 월급을 받다 퇴직한 봉직의가 3년 간의 퇴직금 1400만원을 지급해 달라고 소송을 통해 요구했고, 대법원이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시킨 것은 무효로 판결했다.

2012년에는 봉직의가 퇴직금과 연차·휴일수당을 돌려달라는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가 있다. NET계약으로 월 1300만원과 매출액 일부를 인센티브로 받았고 퇴직금 포함으로 규정했으나, 퇴직 후 퇴직금, 연차수당 미지급분, 휴일수당 등 8000만원을 요구했다. 원고 주장의 일부 받아들여 병원이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통상임금법까지 이슈로 등장하면서 퇴직금 산정에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 기업 전반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통상임금은 평균임금의 최저한도, 해고예고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수당, 산전후휴가급여 등을 계산할 때 기준으로 사용하게 된다.

병원도 예외없다. 기본금을 적게 신고하거나 수당이나 퇴직금을 무시한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 별도의 인센티브 규정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통상임금법이 출연하면서 NET 계약이 더욱 문제시되고 있다. 통상임금은 기본급과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규정한 것으로, 퇴직금 산정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 NET계약을 했더라도 퇴직금을 포함시키는 것이 위법이 되고, 월급 외에 인센티브를 줬을 경우에도 퇴직금으로 산정하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근로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패소할 사안이다"라고 피력했다. 

GROSS로 변경하면 세금폭탄? 한전병원 퇴사 사례도 

NET 계약에서 GROSS계약을 택하는 순간 자칫 세금폭탄을 맞게 될 수 있다. 근로자, 사용자의 원만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만약 월급이 830만원이면, 대략 연봉 1억원으로 산정된다. 1억원을 모두 세무 신고를 하면 세후 약 657만원이 책정된다.

결국 근로자 입장에서는 176만원이나 손해다. 만약 퇴직금을 별도로 산정하고 월급을 제하면 더욱 큰 문제가 된다. 512만원 정도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기존 신고액에서 추가적인 세금을 부담해야 하고, 그만큼 연봉을 더 올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만약 퇴직금 포함이 아닌 별도로 산정한다면 기존보다 830만원의 연봉을 추가로 줘야 하는 셈이다.

실제 최근 한전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일부 스탭이 퇴사하는 사례가 있었다. NET 연봉제를 GROSS로 바꾸면서 세금폭탄을 맞게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근로자에 일방적인 계약변경을 요구해 스탭이 퇴사하고 당장 수술실 운영 등에 차질이 생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취과 스탭은 프리랜서로 고용이 가능해 의료계 내부에서 문제가 크게 불거지진 않았지만, 자칫 유사한 사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

병원 관계자는 “당사자로서는 세금이 문제되겠지만 병원도 추가로 보존해야 하는 금액이 늘어나고, 그만큼의 연봉을 올려줘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재계약을 하려다 보니 실제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월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전병원 김대환 원장은 "계약이 종료됐기 때문에 퇴사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현재 법률적으로 명확한 연봉계약 규정을 만들고 있다“이라고 밝혔다.

당장 세금 적게 내면 족쇄될 수 있어

이렇듯, NET 연봉제는 사용자, 근로자 모두에게 커다란 족쇄가 될 수 있다. 당장은 NET 계약에서 월급이 더 많아 보여도 무조건 원장의 뜻을 따를 필요는 없고, 근로기준법이 우선시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금 몇 푼 아끼려고 계약했다가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퇴직금, 각종 수당 등을 별도로 뱉어내야 한다. 

한 봉직의는 "당장은 월급 자체만 생각해서 이익을 얻을 것이라 생각하더라도, 나중에 연봉체계 개편 시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우선 병원에서 신고를 누락했는지 알아보고 연말정산 서류나 원천징수 영수증을 요구해 확인하고, 표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다음은 노무법인 글로벌 김동진 대표노무사가 제시한 주요 근로기준 위반 판결 사례로, 숙지하면 도움이 된다.

00대 부속의료원은 00대에 소속된 하나의 기구에 불과하므로 00대와 병원은 동일한 사업장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에 따라 차등적인 퇴직금을 설정할 수 없다.(서울지법 1997.06.27 선고, 96가합 69956)

병원이 소속 의사들에게 지급한 진료포상비는 근로기준법 상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총액에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대법원 2011.03.10, 2010다77514)

의료원을 대표하는 사업경영담당자는 의료원 산하 병원 등의 근로자의 사용자로서 임금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죄 죄책을 진다.(대구지법 2007.01.16, 2006노2840)

의사가 1명 뿐인 병원에서 수술부작용 등 의료사고를 야기하고 개인채무 문제로 소란을 일으킨 의사를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 (중노위 2008부해763, 2008.12.04)

의사로서 무단으로 타병원에서 수술한 의료행위는 해고사유에 해당한다.(중노위 2009부해167, 2009.04.13)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