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자본 유입 우려, 비영리법인도입 등 해결책 논의

 

대한약사회가 13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주최한 법인약국 정책토론회에서 다수의 패널들이 도입 반대를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원칙적으로 법인약국을 반대하는 약사회의 입장도 재차 강조됐으며, 비영리법인약국에 대한 제안, 법적인 부분에서 법인약국의 문제점 등 의견이 도출됐다.

“비영리법인약국이 대안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유경숙 정책실장은 비영리법인약국을 새로운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법인약국의 대응은 헌법 불합치의 해소와 의료민영화 반대의 두 가지 방향이 결합돼야 하며,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해소하는 방안이 비영리법인약국이라는 설명이다.

비영리법인약국에 대한 세부 사항은 약사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주문했다.

약사만으로 구성된 법인, 법인의 제약, 도매업 등 겸직금지 등 업무제한, 약국법인 구성원의 최소인원과 자격규정, 법정적립금(예 : 잉여금의 30% 이상) 등을 명시하고 그 외 사항은 ‘민법상의 사단 또는 재단법인’의 규정을 준수한다고 규정하면 된다는 것.

비영리법인의 배당금지와 폐업시 국고환수에 관한 약사들의 우려는 ‘법정적립금과 사회공헌사업 준비금을 제외한 근무시간에 따른 합리적인 임금을 분배함’을 정관에 명시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정책실장은 “비영리법인약국은 약사들에게 새로운 약국을 실현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약사들의 의지와 이를 대변하는 약사회의 민주적 의견 수렴 이를 통한 회원약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했을 때만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회는 원칙적으로 법인약국 도입 반대”

대한약사회 서영준 약국위원장은 법인약국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약사회의 기본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법인약국이 도입되면 ▲약사 면허를 내세운 대재벌·병원·제약사 등 법인약국 개설 우려 ▲동네약국 몰락으로 인한 국민의 약국 접근성 악화 ▲일자리 감소와 비정규직 증가 ▲국민 약제비 지출 증가 등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영리법인약국을 도입한 외국의 경우 일자리 창출, 가격 하락, 접근성 개선 등 효과는 없으며 영리법인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영리법인 약국을 도입한 노르웨이는 10년만에 3개 법인이 전체 약국의 85%를 점유했으며, 경영 효율성 강조로 약국당 평균 근무자는 감소했다.

2006년 영리법인약국을 허용한 헝가리는 지역약국이 잇따라 도산했으며, 체인약국의 도시 집중 등 문제를 초래해 2010년 헝가리 의회에서 약사만이 약국을 설립토록 관련법을 재개정했다.

그는 “정부가 투자활성화 차원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 건강권 보호를 원한다면 일방적으로 발표된 법인약국 관련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한약사회는 국민들에게 양질의 약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수약국관리기준을 도입하고, 개인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약국 현대화 등 약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법인약국허용, 명백한 보건의료민영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영명 정책실장은 법인약국 허용이 영리자본 투입의 규제 장벽 허물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나 정책실장은 보건의료 민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기준을 영리자본의 투입 여부로 규정했다. 영리자회사 허용, 부대사업 확대, 법인약국 허용, 인수합병 허용 등이 보건의료 분야에 영리자본의 투입을 허용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고령화시대, 저성장국면에서 보건의료시장은 ‘최고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황금시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정부가 방어벽을 쳤으니 괜찮다고 불을 지르겠다고 한다”며 “불 자체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4기만 암이라고 하는데 1, 2, 3기도 암”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가 ‘법인 형태의 약국 설립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는 약사법 20조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반영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적으로는 기업형 경영과 법인자본 축적, 대대적인 투자 등으로 약국을 영리자본의 투자처로 만들려는 목표를 숨기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정책을 막지 못하면 우리나라 보건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거대 영리자본에 의해 보건의료시장이 완전 장악당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보건의료제도의 취약점과 왜곡현상을 개선하고, 보건의료의 공공적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야 정당, 시민사회가 참가하는 ‘대한민국 의료제도 발전 위원회(가칭)’ 같은 범사회적 대화기구를 마련해 사회적 논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같은 사회적 논의를 위해서는 당연히 박근혜 정부가 강행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전면 중단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약사법에 비영리 특수법인 규정 필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정소홍 변호사는 법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법인약국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정 변호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약국의 형태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맞는 방안이라 하기에는 부족하고, 헌법재판소도 우려하는 보건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가 아니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법인약국 허용의 헌법재판소 결정도 보건의료기관인 약국의 영리법인화로 인한 문제(보건의료 질 저하, 지나친 영리위주 의약품 과소비 등)를 발생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허용됨이 명백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영리를 추구하는 상법상 회사 형태의 법인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으며, 법인약국이 약국외 사업을 할 경우 그 원천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법인약국에서는 목적사업의 범위를 한정해야 하며, 법인 구성원의 자격 및 규모, 지역에도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리법인은 말할 것도 없고 비영리법인도 목적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비영리사업을 기본으로 의약품에 대한 조제, 판매, 경영, 관리에 국한됨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

이어 기업형 약국에 의한 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규모와 약국 개설 지역도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한회사라는 영리회사와 약국의 보건의료기관으로서 공공성은 성격상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는데다, 법인약국 도입 시 함께 규제돼야 할 상황까지 고려하면 약사법에서 법인에 대해 규율해 기본적 성격을 비영리 특수법인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의 ‘제4차 투자활성화방안의 약국영리법인허용의 문제점’ 주제발표 후 ▲서영준(대한약사회 약국위원장) ▲유경숙(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실장) ▲김준현(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 ▲정소홍(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나영명(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 ▲황선옥(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 ▲한은아(가천대 약대 교수) 7명의 패널 토론으로 진행됐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