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료 분야 새로운 도전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비만의 증가와 함께 이 위험인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성인 만성질환들이 소아·청소년 단계에서부터 다중 발현되면서 심혈관 위험인자 집합체의 위험이 의료계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대사증후군은 성인에서도 진단기준을 놓고 여전히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 2005년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연구학회(EASD)가 명확한 연구결과가 나올때까지 대사증후군을 하나의 질환으로 보고 진단 및 치료하는 진료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논쟁이 촉발됐다. 진단기준 역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당뇨병연맹(IDF), 미국국립콜레스테롤 성인치료패널(NCEP ATP III) 등이 각각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는 정의를 제시하고 있다.

소아·청소년은 성장기 특성상 위험인자의 명확한 비정상 경계치를 규정하기가 더욱 어렵다. 성인과 달리 장기간 관찰연구의 어려움으로 인해 다중 위험인자 환아에서 차후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하는지에 대한 결론도 더 많은 시간과 연구를 필요로 한다.

국내외적으로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에 대한 관심도가 아직은 미미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근 소아 비만 증가와 함께 대사증후군을 구성하는 심혈관 위험인자들의 동시발현과 이들 사이의 부정적 상호작용이 소아·청소년기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의 부족으로 인해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을 임상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의 여지는 있겠지만, 이들 연령대에서도 대사증후군의 특징적인 병태가 발견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더욱이 이 같은 현상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사증후군의 핵심은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을 기저요인으로 고혈압·이상지질혈증·고혈당 등의 심혈관 위험인자가 동시다발되고, 이로 인해 죽상동맥경화증이 유발돼 궁극적으로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소아 대사증후군의 증가는 성인, 특히 기존의 중장년 시기보다 이른 청장년기에 심혈관질환이 다발할 수 있음을 예시한다. 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보건당국이 직면한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현재까지의 기초 및 임상연구를 종합해 볼 때, 대사증후군이라 함은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을 기저요인으로 이상지질혈증·고혈압·고혈당 등 위험인자들이 유발되고 여기서 죽상동맥경화증이 발생돼 심혈관질환으로 진행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여러 위험인자들이 동시에 다발되면서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심혈관질환 및 당뇨병 위험이 배가되는 현상이다.

성인에서 대사증후군을 하나의 질환으로 볼 것인지, 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학계의 합의(consensus)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하지만 대사증후군이 이미 심혈관질환 병태를 이해하고 대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비만에 동반된 인슐린저항성·이상지질혈증·고혈압·고혈당 등의 군집이 소아·청소년 연령대에서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계는 이를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으로 보고 있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성장기에 다양한 신체적 변화를 겪는 특성으로 인해 대사증후군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성인보다 어렵다. 이들 연령대의 대사증후군이 이후 심혈관질환 위험을 배가시키는지에 대해서도 장기간의 대규모 관찰이 어려워 아직 명확한 결론은 없다.

미국심장협회(AHA)는 Circulation 2009;119:628-647에 발표한 ‘소아·청소년에서 대사증후군의 진행과 도전’에 대한 성명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에 대해 아직 알려진 것보다 밝혀내야 할 것이 더 많아, 이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혼란 속에서도 명확한 것이 하나 있다. 대사증후군을 구성하는 여러 심혈관 위험인자의 동시발현과 이들의 부정적인 상호작용이 소아·청소년 연령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소아·청소년 유병률 계속 늘어
현재까지 학계가 정의한 여러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 기준을 적용한 연구에서 유병률은 3~10% 대에 이른다. 외국의 경우 미국국민건강영양조사(1988~1994) 분석에서 4%, 북미 청소년 조사에서 4.2%와 8.4%(두가지 다른 기준 적용), 멕시코 조사에서 6.5%와 4.5%, 캐나다에서 11.5%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역시 대상연령·진단기준이 서로 달라 정확한 유병률의 파악과 비교가 어렵다. 국내 보고(소아과학회지 2008;51:564-8)를 보면,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은 전체 소아인구에서는 5~9% 정도이며 비만 소아에서는 30~40% 정도로 보고된다. 특히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서는 1998년에 비해 2001년에 뚜렷이 증가하였으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소아 비만의 증가
많은 학자들은 서구화된 식생활습관으로 인해 전세계로 퍼지고 있는 소아비만의 증가에서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찾는다.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은 대사증후군의 기저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들 두 요인이 대사증후군 발생의 필요조건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충분조건은 될 수 있다는데 학계가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비만과 인슐린저항성·고혈압·이상지질혈증·고혈당 사이의 상관관계와 함께 이로 인한 심혈관질환 위험의 증가가 연구를 통해 밝혀져 왔기 때문이다. 최근 서구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에서까지 소아·청소년의 비만이 급증하고 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며,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소아 비만과 대사증후군의 연관성은 앞서 설명한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 유병률 연구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미국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을 보면, 전체의 4%인 유병률이 비만아를 별도로 떼어낼 경우 30%로 증가한다. 우리나라 역시 전체적인 유병률은 대략 9% 이내지만, 비만군에서는 30~40%로 급증한다.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의 위험성
성인에서 대사증후군은 위험인자 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곱셈효과의 방식으로 배가시킨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이 시기에 나타나는 위험인자 동시발현과 이후 심혈관질환 발생의 상관관계가 아직 규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장기적인 관찰이 힘든 만큼 관련 연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심혈관 위험인자 간의 부정적 상호작용이 소아·청소년 시기부터 나타난다는 명백한 결과들을 고려한다면, 성인 대사증후군의 결과를 이들에게도 직접 대입해 볼 수 있다.
 


 

■대사증후군과 비만·인슐린저항성 개별 요인간 상호 작용

 비만은 인슐린저항성·고혈압·고혈당·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증후군의 구성요인들과 어떠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일까? 아직 명확한 기전에 대한 학계의 합의가 이뤄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 대사증후군이 비만 - 인슐린저항성 - 고혈압·이상지질혈증·고혈당 - 죽상동맥경화증 - 심혈관질환의 과정을 거친다는데는 전반적인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이들 위험인자의 상호작용은 다음과 같다.

비만과 인슐린저항성
지방세포는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이 유리지방산이 근육에서 포도당의 이동을 방해하고 ISR-I(insulin receptor substrate-I)를 억제시켜 인슐린저항성 유발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내장지방의 유리지방산 분비작용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대사증후군에 있어 복부비만의 역할이 큰 위치를 차지한다.

인슐린저항성과 고혈당
인슐린저항성은 고혈당에 대처키 위해 인슐린이 과잉생산되는 고인슐린혈증을 야기한다. 고인슐린혈증에 대한 보상은 초기에는 정상혈당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진행에 따라 췌장의 피로누적으로 인슐린 분비 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고혈당이 지속되는 당뇨병으로 발전된다. 과거에는 소아에서 제1형 당뇨병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으로 인해 성인형 당뇨병으로 불리는 제2형 당뇨병이 최근 소아·청소년 연령대에서도 상당수를 차지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슐린저항성과 고혈압
고인슐린혈증은 근육에서 교감신경계를 항진시키며, 뇌에 직접 작용해 교감신경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렇게 항진된 교감신경은 혈관수축을 야기하고, 심박출량을 증가시켜 고혈압을 야기한다.

인슐린저항성과 이상지혈증
체내에서 인슐린이 제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면 지방세포에 축적돼야 할 유리지방산이 혈중으로 분비돼 간으로 이동한다. 이 경우 간은 중성지방이 다량 함유된 초저밀도지단백 입자(very low-density lipoprotein, VLDL)를 생성하는데, VLDL은 과도한 중성지방을 LDL과 HDL로 전달한다. 결국, 중성지방 함량이 높아진 HDL은 성질이 달라져 리파아제의 공격을 받게 돼 수치가 감소한다.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의 진단과 치료는 성인과 비교해 어려움이 많다.
◇진단 = 소아·청소년 시기는 한마디로 성장기에 해당한다. 이를 대사증후군 구성요인인 위험인자들에 적용하면, 성장과정의 연령에 따라 혈압이나 체질량지수(BMI)는 물론 사춘기의 생리적 인슐린저항성 및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어느 수치를 위험인자의 비정상 경계치로 정할 것이냐, 즉 위험인자들의 분별점(cut off value)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전세계적으로 공통되게 적용할 수 있는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의 진단기준은 아직 없다. 다만, 미국국립콜레스테롤교육위원회 성인치료패널(NCEP ATP III)의 성인 대사증후군 정의를 소아·청소년 실정에 맞게 변형한 기준과 최근 국제당뇨병연맹(IDF)이 연령대에 따라 구분한 기준이 현재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치료 =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의 치료는 우선 체중조절을 위한 식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시 된다. 한 연구에서는 소아 과다체중 환자에서 체중감소를 위한 식생활습관 개선이 3개월 이내에 대사증후군 구성 위험인자의 개선에 혜택이 있으며, 이같은 효과가 1년간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다(Pediatrics 2005;115:e443-e449). 또한 하루 과일과 채소 및 통곡물(whole grain) 섭취를 늘리고, 단 음식과 탄산음료를 제한해 과다한 지방섭취를 피하도록 권했다. TV나 컴퓨터, 게임기 사용시간을 줄여 평소 신체적 활동량을 늘이는 동시에 학교에서도 체육프로그램 개편 및 체육시간의 증가 등 정책적 차원의 노력도 요구된다.

성인에서 사용되는 약물의 적용 시 안전성의 문제로 인해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에서 약물치료는 아직은 제한적이다. 고도비만 소아의 경우 비만 자체를 치료하는 올리스타트를 사용할 수 있다. 인슐린저항성이 매우 심하거나 이미 제2형 당뇨병이 이환된 환아의 경우, 메트포르민(metformin)이 오래전부터 사용돼 효과가 인정돼 왔고 고혈당 개선과 함께 체중감소의 혜택도 있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지난 2007년 Circulation 2007;115:1948-1967에 ‘소아·청소년기 고위험도 지질이상의 약물요법’에 관한 권고성명을 발표, 고위험도의 특정 기준을 만족시키는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아에게 약물요법의 고려와 함께 스타틴을 1차선택제로 권고했다. 지난 10여년간 보고된 소아·청소년 고콜레스테롤혈증과 지질저하제 효과에 관한 연구결과에 근거한 것으로, 임상현장에서 생활요법에 실패한 고위험도 환아에게 우선적으로 스타틴을 투여해 볼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된 것이다.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 진단 기준
1. NCEP ATP III 기준
▶ 복부비만(허리둘레): 연령 및 성별 표준치 90백분위수 이상
▶ 중성지방: 110mg/dL 이상
▶ HDL 콜레스테롤: 40mg/dL 미만
▶ 혈압: 연령, 성별, 신장에 따른 표준치 90백분위수 이상
▶ 혈당: 110mg/dL 이상
※ 이중 3가지 이상의 기준을 만족시킬 경우 소아 대사증후군으로 진단.

2. IDF 기준
▶ 6~10세 미만
복부비만(허리둘레): 연령 및 성별 표준치 90백분위수 이상
▶ 10~16세
복부비만(허리둘레): 연령 및 성별 표준치 90백분위수 이상
중성지방: 150mg/dL 이상
HDL 콜레스테롤: 40mg/dL 미만
혈압: 수축기 13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85mmHg 이상
혈당: 100mg/dL 또는 기존 제2형당뇨병
▶ 16세 초과(성인기준과 동일)
복부비만(허리둘레): 94cm 이상(남)·80cm 이상(여) 또는
민족(인종)에 합당한 기준치 적용
중성지방: 150mg/dL 이상 또는 치료제 복용
HDL 콜레스테롤: 40mg/dL 미만(남)·50mg/dL 미만(여) 또는 치료제 복용
혈압: 수축기 130mmHg 초과, 이완기 85mmHg 초과 또는 치료제 복용
혈당: 100mg/dL 또는 제2형당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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