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병원 최고수준 의료기관 만들기 총력

국군의 날로 시작하는 10월. 다시 한번 나라를 위해 몸 바친 모든 이들을 생각하게 하고 애국
심을 되새겨 보는 달이다. 국가보훈처 안주섭(安周燮·57) 처장은 열악한 상태의 보훈병원을
국내 최우수, 세계 유수의 의료기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이들에게 보답하는 첫걸음이라는 확
고한 신념으로 장단기 발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부임한 안 처장은 그간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로 보훈병원 발전을 손꼽았을 만
큼 이 병원의 존재가치에 상당한 무게를 둔다.


영세민 의료보다 못하다는 불만 개선
 
"보훈병원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치료하고 보살피기 위해 설립된 특수병원으로 보
훈 의료의 상징적 존재입니다. 따라서 최고 수준의 우수의료기관으로 육성하고 운영하는 것
은 국가의 기본책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다릅니다. 지난40여년간 임기응변식으로
병원을 증축하고 인력, 장비를 보강하느라 명목상의 종합병원수준에 그치고 있을 뿐 국가유공
자가 절실히 원하는 고난도 질환과 장기 요양성 질환을 진료할 기능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진료시설이 열악하고 수용능력의 포화상태로 입원을 하려면 최소 1개월 이상 장기대기를 해
야하는 실정이다. 또 이러한 실정을 타개하고 보훈병원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위탁병원을 지
정해 운용하고 있지만 지정을 희망하는 경우가 적어 쉽게 접근하고 진료받을 수 있는 의료기
관이 태부족해 이용하는데 큰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에서는 전투 중에 입는 부상을 영광으로 생각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다치면 나만 손해
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에 대한 의료가 영세민 의료보호보다 못하
다는 불만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군 기피 풍조도 이러한 인식과 현실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
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 처장이 여러 가지 보훈사업 중 보훈대상자의 건강을 보장해주는 의료분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획기적인 개선을 통해 종합적인 의료전달체계의 완성과 서울보훈병원이
보훈중앙병원으로서, 국내 최고수준의 의료기관으로 변모시키는데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내실화
 
"보훈병원의 진료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국가유공자의 의료전달체계를 5년 이내에 완성,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고 우수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보훈대상자들이 입
은 부상, 그리고 일반 진료와 재활치료기능을 전문화하고 진료편의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
다."
 
이를 위해 우선 전국의 모든 병의원급, 지역보건소를 통해 1차진료를 담당케 해 가벼운 질환
이나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지방 보훈병원을 모두 500병상 이상의 규모로 확장하고 위탁지정병원과 연계, 중증질환자
와 장기입원환자 등 2차진료를 전담할 수 있는 거점병원으로 육성하게 된다.
 
서울보훈병원이 맡게될 보훈중앙병원은 위탁병원과 지방보훈병원에서 진료가 곤란한 고난도
질환자를 전담케 함으로써 보훈가족을 위한 최종 진료기관으로 발전시키게 된다.
 
각 보훈병원의 기능도 전문화하게 된다. 서울병원은 욕창클리닉, 부산병원은 전립선클리닉
등 각 병원을 대표하는 특수클리닉을 운영함으로써 특성진료를 강화하고 나머지 병원들도 연
내에 특정진료과를 선정, 특성화하기 위한 전문의 및 전문진료장비를 보강하게 된다.
 
이와 함께 보훈병원 이용이 곤란한 지역 거주 국가유공자들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위탁병원제
를 지역실정에 맞게 1차진료기관 위주로 대폭 확대함으로써 불편이 없도록 하고 지난 2001
년부터 운용하고 있는 가정간호팀을 강화, 퇴원환자나 재가 와상환자들에 대한 정기방문 진료
를 실시함으로써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를 내실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보훈병원 특장차를 활
용, 도서벽지 등 의료취약지역 보훈대상자를 위한 이동진료도 더욱 강화한단다.
 
올 추경예산 편성시 529억원을 확보, 위탁병원확대 및 만성질환 증가, 의약분업 등으로 대폭
증가하는 위탁진료비를 적정확보, 50%를 선지급하는 등 활성화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
다.

확장공사 예산 당국 승낙
 
`보훈병원이 일류여야 나라가 일류된다`는 서울보훈병원(원장 하권익·본지 객원논설위원)의
슬로건에 뜻을 같이한다는 안 처장은 이 병원을 일류의 보훈중앙병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마
련된 청사진이 최고위층과 예산당국의 승낙을 받아 이달 중 타당성조사에 착수, 내년 4월 평
가작업이 끝나면 곧바로 예산확보를 거쳐 2005년 착공하게 됨으로써 자신이 하고 싶은 일 1
순위가 이뤄진다는데 가슴 뿌듯해 한다.
 
"현재의 800병상을 2,000병상으로 확충하고 뇌종양치료기, 혈관조영촬영기 등 최신 의료장
비와 시설을 갖추기 위해 총 5,000억원이 투입되는 대역사입니다. 물론 겉모양만 일류일 수
는 없습니다. 따라서 국가유공자의 노령화 등 특성을 고려, 재활, 암, 심장혈관, 장기이식, 관
절 등에 대한 전문진료센터를 구축,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게 할 계획입니다. 또 유명의과대
학과 의료진 교류 협약을 체결, 전문진료센터 운영을 위한 교수초빙 등 우수 의료진 확보로 진
료의 수준을 대폭 향상시켜나가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영상전송체계(PACS), 디지털 차트 등 의료정보시스템의
도입으로 신속하고 편리한 진료체계 구축과 경영의 투명화 및 효율화도 실현하게 된다.
 
보훈의료의 최후 보루인 보훈병원의 발전은 이 병원 수준을 자신의 공헌과 희생에 대한 국가
의 평가로 인식하는 국가유공자들의 자긍심을 보호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안 처장은 단순한
종합병원수준의 기능과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이들에게 무한책임을 제공한다는 특
별예우기관으로 발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임을 강조한다.

유공자 애국정신 계승·발전시켜야
 
"국가 유공자들에 대한 보훈 사업은 장래의 국가 에너지가 재창출되도록 해주는 결정적인 역
할을 하게 됩니다. 국민과 국가는 이들의 숭고한 애국애족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데 소홀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선진외국에서는 이들에 대한 기념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고 영화나 소설로 그들의 발자취
를 기록, 다음 세대의 귀감이 되도록 할뿐더러 군인의 경우 전역 후 취업문제까지 관심을 가져
주는 나라도 있다며 보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보다 확고히 자리잡기를 희망했다.
 
광주고를 졸업(64년)하고 육사(24기 68년)를 나온 그는 제9사단 29연대장(85), 제5사단 부
사단장(91), 제3군사령부 동원처장(91), 제35사단장(93), 제2군사령부 참모장(95), 육군대
학 총장(97) 등 무관으로서의 주요직책을 두루 거치고 98년 육군중장으로 예편 34년간의 군
생활을 마쳤다. 곧바로 국민정부 대통령경호실장에 발탁돼 5년간 역임했다. 보국훈장 삼일ㆍ
천수장, 청조근정훈장, 이탈리아최고명예훈장, 프랑스국가공로훈장 등 국내외 훈장을 받기도
했다.
 
전주대 지역정책대학원 행정학석사, 명지대 사학과 문학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박사학위 논
문 `고려-거란 전쟁사 연구`를 일반인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 정리, `압록강
연안에서 전개된 영토확장 전쟁`으로 부제를 달아 펴내기도 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사진·김형석 기자 hskim@kims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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