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이달 27일부터 4월 27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서

1994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북측 초소에서 격렬한 총성이 울려퍼진다. 북한초소병 정우진이 처참하게 살해되고 남한군 김수혁과 북한군 오경필이 총상을 입은 채로 발견된다. 사건 이후 북한은 남한의 기습 테러공격으로 남한은 북한의 납치설로 각기 상반된 주장을 펼친다. 양국은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책임수사관을 기용해 수사에 착수할 것을 극적으로 합의하고 책임수사관으로 스위스인 지그베르사미 소령이 파견되지만 수사를 진행할수록 점점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원작 감동 매력적으로 풀어내
분단시대 우리의 슬픈 초상화를 밀도 있게 그려내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박상연의 원작소설을 기본으로 하여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로 태어났다. 분단된 조국에서 형성된 남북한의 모순된 감정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진 공포라는 심리를 매력 있게 선보이면서 리딩공연으로는 드물게 매진사례를 이끌며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 냈었던 JSA가 2014년 2월 공식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영화에서 이영애가 연기했던 스위스 장교는 원작소설 그대로 남성인 베르사미 장교로 등장한다. 베르사미가 객관적인 제3자적 시선으로 사건을 진행하는데 이런 극적 장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팽팽한 긴장감을 제공한다. 극 속에서 변화하는 베르사미의 감정선은 총격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면서 또 과거의 625세대인 베르사미 아버지의 비극을 현재의 젊은 군인들까지 연결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이어지는 민족상잔의 아픔을 묵직하게 표현한다. 세뇌된 이데올로기의 대결은 극한으로 치닫게 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포라는 심리가 비극적인 총격난사로 이어지는 사건을 설득력 있게 그린다. 다소 제한적인 무대장치를 사용하면서도 현실과 과거 그리고 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면서 치밀하게 보여주는 연출의 힘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사나이 우정에 남성관객들 눈물
영화와 마찬가지로 분단이라는 극한의 현실에서도 각기 다른 네 남북한 병사가 인간 대 인간으로서 가지는 우정, 갈등 그리고 유대를 진솔하게 그린 따뜻한 드라마는 이 작품에 빛나는 매력을 더한다.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보여지는 여러 에피소드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폭소를 터뜨리게도 하고 때로는 눈물짓게도 한다. 중년관객이나 남성관객들도 이 작품에 빠져드는 이유다.
 
이런 극적인 연출은 신예 작곡가 맹성연의 쉽고 중독성 있는 곡들을 통해 각각의 씬에서 관객의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면서 빛을 발한다.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친숙한 만화 주제가를 차용한 재미있는 곡부터 베르사미나 남한병장 김수혁의 절규에 가까운 절절한 솔로넘버까지 오가면서 펼쳐지는 넘버들은 뮤지컬의 듣는 즐거움을 충분히 제공한다.

배우 숨결 느끼는 소극장공연 묘미
무대가 다소 작은 중극장인 만큼 배우들의 숨소리 마저 느껴질 정도로 관객석과 무대가 가까운데 이 작품은 이런 대학로 소극장의 묘미를 충분히 활용한다. 배우들이 관객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장난도 치는데 그만큼 주조연 배우들의 역량이 중요하다.
 
이번 공식 초연 전에 시험적으로 진행되었던 워크숍 공연에서 관객과 평단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낸 대부분의 주조연 배우들이 그대로 투입되는 점도 이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스위스 장교이자 이 사건을 수사하는 중립국 수사관 베르사미 역의 임현수, 이정열. 인간적이고 호기심 많은 남한 병장 김수혁 역의 정상윤 강정우, 카리스마 있지만 다정한 북한 중사 오경필 역의 이석준 최명경, 따뜻한 북한 전사 정우진 역의 임철수 등 출연진들은 무대에서 관객들을 웃고 울리며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것이다. 특히 북한군 역의 최명경 배우와 임철수 배우는 마치 실제 북한출신으로 느껴질 정도로 페이소스 짙은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리딩공연부터 주연으로 참여하고 있는 베르사미역의 임현수는 "이 작품을 통해 분단을 체험했던 중년관객뿐 아니라 반공교육조차 받지 못했던 젊은 세대에게도 시대의 아픔 그리고 인간애에 대해 감동을 줄 수 있어 뿌듯하다"며 "많은 분들과 이런 감동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 작품을 권했다.
 
2월 27일부터 4월 27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만날 수 있는 공동경비구역 JSA는 만 14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가격 5만원~6만5000원.  문의 02-749-9037
 
송혜경 메디칼업저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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