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급여...고가 약물로 정부와 협상 불가피

▲ 폐암소견 사진<출처 대한폐암학회>

폐암치료제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이 간편하게 경구용으로 복용하면서도 전반적인 생존율까지 높이는 약물 개발에 성공하면서 폐암환자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2상 또는 3상임상을 통해 효과 검증이 끝난 약물은 아파티닙(Afatinib), 닌테다닙(nintedanib), 아이코티닙(Icotinib), 셀루메티닙(Selumetinib) 등 다수다.

■아파티닙

이중 아파티닙은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중인 1일 1회 경구용 차세대 폐암 치료제이다. 얼마전 국내서도 허가를 획득했다. 이약은 EGFR 활성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암세포의 성장, 전이 및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ErbB 군이라 불리는 4가지 ErbB 변이군(EGFR=ErbB1, HER2=ErbB2, ErbB3, ErbB4)을 모두 표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기존 표적치료제와 달리 수용체와의 친화도가 매우 높아 수용체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작용해 암 세포의 신호전달을 비가역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장기간 질환의 진행을 억제해 치료 반응률을 높였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연구결과를 보면 EGFR 활성변이(del19와 L858R)가 있는 환자들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13.9개월로 표준요법대비 6.9개월 대비 두 배 가량 높다. 올해 2월 Lancet Oncology에 발표된 한국인 포함 아시아인 1차 치료 연구에서도 각각 11.0개월과 5.6개월로 나타나 차세대 말기 1차 폐암약으로 입지를 확고히 다져논 상태다.

■닌테다닙

이와 함께 닌테다닙도 임상을 끝마치고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 약물은 성장인자 수용체 3개, 즉 혈관내피 성장인자 수용체(VEGFR 1-3), 혈소판 유래 성장인자 수용체(PDGFR 알파와 베타), 섬유모세포 성장인자 수용체(FGFR 1-3)를 동시에 차단하는 경구용 삼중 안지오키나제 억제제이다. 이 세 수용체 모두 새 혈관의 형성과 유지에 중요하게 관여하는 만큼 이를 차단해 종양 성장 및 전파를 막는 기전을 갖는게 특징이다.

지난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는 닌테다닙이 이미 한차례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서도 무진행 생존기간과 전체 생존율을 개선시킨다는 연구가 발표돼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닌테다닙을 도세탁셀과 병용 치료할 경우, 위약군(도세탁셀 단독) 대비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무진행 생존기간을 0.7개월 늘렸고(2.7개월 vs 3.4개월), 전체 생존율도 2.3개월 더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12.6개월 vs 10.3개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였다.

이 연구는 예후가 나쁜 폐암환자들에게 10년만에 처음으로 종합 생존율을 개선한 것으로, 닌테다닙을 통한 2차 치료가 향후 유용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셀루메티닙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중인 셀루메티닙도 KRAS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곧 시장에 나올 기미다. MEK1/MEK2 억제제인 이 약물은 1일 2회 복용하는데, 도세탁셀 대비 전체 생존율과 무진행 생존기간을 개선시킨다.

전체 생존율의 경우 9.4개월과 5.2개월로 차이를 보이며, 무진행생존기간도 5.3개월과 2.1개월로 통계적으로 차이가 뚜렸하다. 반응율 또한 큰 차이가 있다. 현재까지 셀루메티닙의 반응률은 37%로 위약은 0%다. 따라서 이약이 나온다면 국내 4% 미만인 KRAS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환자에 대한 유일한 옵션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코티닙

그밖에 중국 지장베타파마가 개발한 이코티닙도 현재 효과검증을 마쳤다. 이 약물은 EGFR 타이로신 키나제 억제제로 1일 3회 투여하는 경구용 약물인데 무진행 생존기간에 있어서 이레사와 유사하지만 약물관련 부작용을 크게 줄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 폐암신약에 도전하는 약물도 적지 않다.

현재 머크가 개발중인 테세모타이드는 3기 이상의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START 연구에서 전체 생존율을 개선시키지 못해 1차 종료점 달성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하위분석에서 '동시병용 화학방사선요법(CRT)'를 받은 환자들의 경우 전체 생존율을 유의하게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오면서 현재 START2 연구를 진행중이다. 개발사인 머크는 지난해 9월 테세모타이드의 연구 개발 지속의사를 밝힌 상태며 따라서 새 연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화이자도 다코미티닙을 실패했지만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28일 두건의 임상연구가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첫번째는 이전에 1개 이상의 화학요법을 받았던 환자를 대상으로 엘로티닙과 비교한 연구에서 무진행생존기간을 개선시키지 못했고, 두번째는 게피티닙 또는 엘로티닙으로 치료를 받았던 환자를 대상으로 다코미티닙과 위약과 비교를 한 연구인데 전체 생존율을 개선하는데 실패했다.

연이어 두개의 연구가 실패로 중단됐지만 폐암신약의 꿈을 버리지 않고 계속 도전중이다. 현재 이전 두개의 임상과 다른 환자를 대상으로 다코미니티닙의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새로운 임상(ARCHER1050)을 진행중이다. 임상 시험의 결과는 오는 2015년 나올 예정이다.

연세의대 조병철 교수(암센터)는 "폐암치료에 있어서 정맥주사 치료는 환자들의 삶의 질과 관련이 깊다. 아무리 길어도 2~3주에 한번씩은 병원에 와야하고, 이후 독성도 모니터링해야하므로 불편하다"면서 "반면 경구용 약제는 어느정도 병세가 안정되면 2달, 3달에 한번만 내원해도 되기 때문에 편리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구용 제제로 개발되는 폐암약이 굉장히 많다. 따라서 앞으로 폐암치료는 경구용 약제로 서서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폐암신약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대는 크지만 급여등재는 넘어야 산이다. 정부는 비용경제성을 이유로 급여의 문을 쉽게 열지 않고 있어 환자들의 접근성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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