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직장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더 이상 아닌 건가요?”
“저희 때는 연금혜택을 포기해야 하는데, 이제 직장에서 쫓겨날 걱정도 해야 하나요?”


대학병원들의 위기감이 심각한 수준이다. 3대 비급여가 폐지되면 당장 10~15% 이상 수익에 손실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병원들은 가뜩이나 고비용, 저수가로 초래된 빠듯한 살림살이에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대학병원(가칭)도 마찬가지다. 빅5병원에는 밀리고 특성화에도 실패했다. 특성화를 하려고 시도했지만, 소외되는 진료과들의 반발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결국 질환별 센터 전략을 추진하면서 모든 진료과를 특성화한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대학병원도 특성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내부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도 모른다. 원장을 비롯한 보직자들도 제도적 환경 변화를 쫓아가기에도 버겁고, 하루하루 진료하고 수술하고 후배, 전공의들을 가르치느라 정신없고 바쁠 따름이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스탭이라고 해서 그리 한가하진 않다. 주요 보직을 맡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에 회의의 연속이다. 혹여 보직이 없더라도 원장 등 보직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도 없다. 학회, 정부기관 등 대외 활동도 많다. 

더욱이 교수들 사이에서는 의료계가 원하는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해있다. 질환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한국(가명) 교수도 제도 개선에는 열정을 잃은지 오래이고 자포자기 심정이라고 밝혔다. 수가 문제를 비롯해 3대 비급여도 개별 병원 입장에서는 해결할 수 없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경쓸수록 골치만 아프다고 생각한다.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지 모르고, 대안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대로 가다간 정부 정책에 마냥 끌려가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병원 내부에선 또 어떤가? 재단의 눈치로 제 아무리 원장, 보직자더라도 권한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앞으로 후배들은 어떡하나? 지금 현재 한참 수련받고 있는 제자들은? 의대생들은? 환자를 위해, 병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은 더욱 큰 한숨을 쉬고 있다. 혹여 김 교수가 외면하고 있더라도, 그들은 원장과 보직자들의 움직임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그들이 교수들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더욱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병원을 다녀보면 미처 드러내진 못해도 직원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원로교수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교수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혹여 해결이 어렵다고 느끼더라도 애써 외면하지는 말자. 그리고 정년이 얼마 안남았다는 이유만으로 나몰라라 하진 말자.

현실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더라도 직원, 동료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는 것만으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그들도 실마리를 풀어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줄 것이다. 조직이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 배를 탄 이들이 모인 곳이 아니던가. 그리고 교수들이 바로 병원 성장을 일궈오고 역사를 만들어온 주역이 아니던가.
 
개인적으로도 내가 있던 자리, 내가 있던 병원이 잘돼야 정년 이후에도 영광스러울 것이다. 무사히 정년을 마치더라도, 이대로 병원이 무너진다면 더 나아질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말없이 더 큰 짐을 지고 있는 후배, 직원들이 보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병원이 직면한 문제를 무심하게 바라볼 것인가? 늘어난 수명으로 정년 이후에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면, 당장 우리 병원의 생존방법 모색부터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실패경험'(지면신문 ‘외양간 고치기’)은 과거의 시행착오를 토대로 더 나은 경영전략을 모색하자는 취지의 실제 실패경험 사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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