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대학병원들에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경기불황에 줄어든 환자수에 이어 3대 비급여 단계적 폐지 시행예고 탓이다. 비용 절감을 실천하는 동시에 어떻게든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부대사업 확대 정책이 발표되면서 여행업, 숙박업, 외국인환자 유치업 등으로 파생될지도 관건이다.
현재 대학병원들이 어떤 부대사업을 모색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맛집 대거 등장.. 병원 푸드코트 대변신

▲ (위)세브란스 호떡 코너, 의학서적 자판기 ▲(아래)서울아산 마사지샵, 메이요클리닉 헬스앤웰빙샵

“여기가 병원인가요? 마치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를 보는 것 같네요.”

지난해 세브란스병원은 본관 2층 푸드코트의 대대적인 단장을 진행했다. 20여 코너에 이르는 각 매장들은 델리존, 다이닝존, 푸드코트존, 카페존 등 위치와 종류에 따라 4가지 구역으로 나눴다.

인기 식당을 대거 유치하는가 하면, 한식부터 일식, 동남아식까지 코너별 음식을 만나볼 수 있게 했다. 테이크아웃 메뉴도 들여오면서 바쁜 환자, 보호자, 직원들까지 사로잡고 있다. 

특히, 백화점 지하에서 볼법한 호떡과 핫바 코너도 입점했다. 환자 뿐만 아니라 근처 주민들에까지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로비에는 교수들이 직접 쓴 의학 서적 자판기도 설치했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진 48명이 공동작업으로 제작한 '패밀리 닥터 시리즈'로 암, 심장질환, 뇌중풍, 고혈압, 당뇨병, 아토피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요통, 파킨슨병 등의 질환 설명서를 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깔끔한 새단장에 다양한 메뉴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맛집이라는 입소문도 나고 있다”며 “당장 수익 창출보다는 병원을 친숙하게 만들고, 긴 대기시간과 진료에 지친 환자 만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액티비티 트래커, 건강관리서비스 판매  

서울대병원은 연초 ‘헬스온’ 서비스를 출시, 건강관리 상품 판매에 나섰다. 간호사, 영양사, 운동처방사 등 건강관리 전문가들이 참여해 공동 기획된 것으로, 건강목표 권고, 건강나이 계산, 사용자에게 맞는 다양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 서울대병원 '헬스온 샤인'

일상의 활동량을 측정해 걸음수와 칼로리로 환산해주는 일종의 액티비티 트래커인 ‘헬스온 샤인’은 손목밴드, 클립, 목걸이 형태로 착용할 수 있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가격은 12만 5000원이다.

스마트폰 앱 ‘헬스온 페도미터(활동량 측정계)’는 걸음 수를 기록하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기록된 걸음 수로 가까운 지인과 경쟁하며 재미있게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게끔 했다. 측정된 신체 활동량은 ‘땀 포인트’로 적립되며 유료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구매할 때 사용하거나 유료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다.

헬스온은 기본 프로그램 이외에도 부부건강, 슈퍼푸드 등 유료 건강 콘텐츠를 스토어에 구비했다. 발생하는 수익은 SKT와의 합작회사인 헬스커넥트에 귀속된다. 
 
일상생활 자세교정 프로그램 출시

차병원 차움에서는 수술, 입원 등이 필요없는 일반인들의 일상생활 건강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장시간 컴퓨터를 하며 잘못된 자세로 앉아있는 습관, 여성들의 하이힐 사용 등 골반 틀어짐이 흔해진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또한 어깨, 목, 허리, 골반 등 만성 통증으로 고통 받는 현대인들이 늘어나면서 사전에 증상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구상했다.

병원 측은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치료법인 AK(Applied Kinesiology)진료를 시작했다. 통증을 줄이고 신경기능을 회복하는 치료로 통증치료 및 자세교정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소개했다. 

이밖에 차움은 안티에이징 관리, 푸드테라피, 비만, 에너지·디톡스, 만성 피로·스트레스 등의 특화 클리닉을 운영한다. 8체질 의학 클리닉은 개인의 유전 체질을 파악하고 체질에 따른 침·음식·한방차·운동요법을 처방한다.

의료수익대 의료외수익 6대 1 수준

이처럼 부대수익을 찾아 나서는 것은 비용 절감 이외에 마땅한 수익모델을 찾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인의 자법인 허용 찬반논란으로 분위기가 들끓고 있지만, 학교법인, 공익법인 역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고 볼 수 있다.

공공기관알리오에 공시된 2012년 서울대병원의 회계결산자료를 보면, 의료수익대 의료외수익 비중은  각각 8047억3239만2502원, 1155억8120만5134원으로 약 6대 1 정도에 달한다.

▲ 공공기관 알리오, 메디칼업저버 재구성
의료외수익의 구체적인 항목으로는 △임상의학연구소수익 655억7867만6113원 △의료부대수익 44억8876만4377원 △이자수익 54억1137만4733원 △임대료수익 52억4471만2572원 △외환차익 2억5696만683원 △외환환산이익 35억5397만7796원 △유형자산처분이익 1억6930만3908원 △기부금수익 106억9104만4277원 등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아산사회복지재단은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서울대병원을 토대로 가장 주력해볼 수 있는 의료외수익은 연구수익과 기부금수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생명과학연구센터를 기업들에 열어두고 공동연구가 가능하도록 했다. 세브란스병원은 특허박람회를 통해 교수들의 특허를 전시, 기업들로의 기술이전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로비에 기부 안내 팻말을 걸고 기부금 문화 활성화를 위해 나서고 있다.

반면, 부대사업은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사업으로의 확장과 단기적인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사지샵을 입점시키거나 로비에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위한 전시를 하는 병원도 생겨났다.

해외병원들은 '웰니스' 상품 판매 주력

해외병원들도 부대사업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주로 온오프라인 쇼핑과 연계된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헬스앤리빙샵에서는 다이어트, 스트레스 해소, 음식, 육아 등의 다양한 가이드북을 선보이 있고, 온라인으로도 평소 올바른 건강관리방법을 알리면서 관련 상품을 판매 중이다.    

클리블랜드클리닉은 아예 별도의 웰니스센터에서 건강관리 상품을 판매한다. 40달러를 지불하면 6주간 매일 이메일로 올바른 식이요법에 대해 안내해준다. 1대1 개별 맞춤 상담이 가능하며, 생활습관을 개선하도록 지속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특징이다. 올바른 수면은 40달러, 스트레스 해소 50달러 등의 상품으로 구성돼있다.

▲ 클리블랜드클리닉 웰니스 상품

싱가포르 래플즈병원도 건강관리를 별도의 부대수익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파, 마사지, 에스테틱 등도 병원의 영역으로 바라본 것이다. 기존 환자가 아닌 일반인까지도 병원의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대학병원장은 “대학병원도 인건비 외엔 줄일 수 있는 것이 없다.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연봉을 동결해야 하지만, 노조와의 협의 문제로 쉽지 않다”며 “정책 변화에 주목하고 대응하는 한편, 부대사업 허용에 따른 새로운 사업들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적인 미봉책에 그친다는 지적도 많다. 대학병원 본연의 연구, 교육 기능을 강화하고 위상에 걸맞는 생존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대학병원 보직자는 “진료, 교육, 연구의 3박자를 골고루 맞춰야 하는 대학병원이 수익을 좇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라며 “단기적인 관점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단, 오너 등의 분명한 방향 설정이 필요할 때”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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