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고 지낸 영웅 안중근

 

창작뮤지컬 ‘영웅’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서 2월 16일까지

1909년, 갓 서른 살의 조선 청년이 러시아 연추의 자작나무 숲에서 동지들과 단지(斷指)동맹으로 독립운동의 결의를 다진다. 그리고 1909년 10월 26일 아침, 그 청년의 브라우닝 권총은 이토 히로부미의 가슴을 명중시킨다. 바로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지만 늘 잊고 지내는 영웅 안중근이다.

2009년 초연 후 매년 관객 울려
2014년 1월 당신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을 전할 ‘영웅’이 다시 돌아온다. ‘영웅’은 2009년 LG아트센터 초연 당시 완성도 높은 드라마와 가슴을 울리는 음악,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최고의 무대라는 극찬을 받았고, 작품, 연기, 무대 등 모든 면에서 고르게 뛰어남을 입증한 최고의 창작뮤지컬이다.

뮤지컬 ‘영웅’은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 안중근이 살아 숨쉬던 서른두 해 중 1909년 2월 단지동맹을 맺고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 계획과 실행, 그리고 1910년 3월 사형이 집행되던 시기를 바탕으로 역사적인 사실들을 바탕으로 한 공연이다. 초연 이후 창작뮤지컬로서는 드물게 매년 재 공연되면서 한번은 꼭 봐야 하는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다소 딱딱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현실의 영웅으로 느끼며 감동을 받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 작품의 넘버와 무대를 꽉 채우는 배우들의 힘에 있다.

이 작품을 꼭 봐야 하는 이유에는 강렬한 넘버가 있다. 30곡이 넘는 창작곡들 대부분이 무대 위가 아니라 OST만으로 들어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곡에 따라 각각 웅장하고 또 아름답다. 영웅의 넘버는 공연이 끝나고 어느새 입가에 맴도는 선율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특히, 안중근 의사가 큰 일을 치르려 결심을 하는 1막 후반부의 음악들은 그야말로 중독성이 엄청나다. '영웅'과 '그날을 기약하며'는 가사의 내용을 떠나 선율만으로 가슴속에 울컥하는 뜨거운 감동을 담아내고 있다. 무대를 통해 직접 목격하는 공연 내내 관객은 목이 메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외국관객들도 탄성
대표적으로 전체 작품의 압권 중 하나인 누가 죄인인가는 사실상 가사가 실제 안중근이 일본 법정에서 이토를 암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실제에 가깝게 나열한 넘버이고 씬 자체가 법정씬이다. 따라서 자칫 무겁고 지루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는 긴박한 리듬, 오케스트라의 반주 그리고 각 배우들의 솔로, 합창이 절묘하게 합쳐져 후반부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노래 자체에 힘을 실어준다. 실제 외국관객들이 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탄성을 지를 정도이다. 

이 작품이 이토록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탄탄한 연출력에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영웅 안중근을 무대 위에서 진부하지 않게 그려낸 연출력은 탁월하다. 특히 뮤지컬이나 공연을 멀리하는 중년남성관객이나 청소년관객들에게도 높은 흡입력을 보이는 것은 영웅의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이다.

기존 창작뮤지컬에 서사구조로 이야기를 나열하는 형식이 많았다고 하면 뮤지컬 영웅은 한 넘버를 기준으로 하나의 씬을 독립군 안중근과 이토를 나누어 대조하거나 이토를 암살하려 했던 가상의 인물 설희와 이토의 대립 등을 배치하면서 밀도 있게 각각의 장면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 각각의 장면이 영웅이라는 큰 스토리를 잘 받쳐주도록 짜여져 있다.

역동적 군무 펼쳐지는 추격씬 장관
꼭 눈여겨 봐야할 씬 중 하나인 추격씬은 독립군과 일본 순사들의 추격 장면을 그린 장면이다. 넘버가 없이 밀도 있는 연주음악과 20명에 가까운 남자배우들의 힘있는 군무, 3층 구조의 철골과 지나치는 거리의 영상을 배경으로 하여 실제 추격씬을 보는 것처럼 긴박한 군무로 보여준다. 야마카시를 활용한 역동적인 안무와 무대 구성, 철골 구조물을 오르내리며 전개되는 입체적인 극 전개는 관객의 시선을 빼앗는다. 또한 영상을 적절히 활용한 공간 활용 또한 관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예술적으로도 아름답고 긴박감 넘치는 장면이지만 실제 그 시대의 긴박했던 위기감을 어떤 대사나 넘버보다 잘 나타낸다.

이토 저격을 암전 상태에서 총성과 대한독립만세 소리로만 들려주는 장면이라던가, 재판씬 직전에 일본법
과 안중근의 취조 내용을 소리와 무대 전면을 활용한 타이핑 글씨로 보여주는 장면 등은 무대의 한계를 뛰어 몰입력을 선사한다.  특히 여러 시상식이나 매체를 통해 익히 알려진 '누가 죄인인가' '장부가' 등의 명장면 들은 세계적인 명작 뮤지컬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짜여 있다.  

안중근역에 JK김동욱·김승대·강태을
이러한 탄탄한 연출이 무대에서 살아 숨쉬게 하는 데에는 배우들의 힘이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 앙상블들의 실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시즌 새로운 안중근과 설희뿐 아니라 한층 더 발전한 조연, 앙상블들의 투입은 영웅이라는 대서사시를 살아 움직이게 한다. 2014 ‘영웅’의 안중근 역에는 JK김동욱, 김승대, 강태을이 설희 역에 다비치 이해리, 오진영 등 새로운 주연들이 초연의 주역들과 완벽한 앙상블로 더욱 멋진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더욱 업그레이드 된 실력으로 돌아온 동지3인 우덕순 역에 황만익, 조도선 역에 박송권, 유동하 역에 김영철과 노을의 나성호가 열연한다.

우덕순 역으로 매회 열연하고 있는 황만익 배우는 "안중근과 같은 영웅이 있어 우리가 이 땅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매 연기마다 느낀다"며 우리의 잠자고 있던 애국심을 깨워줄 가슴 뜨거운 작품을 소개했다.

뮤지컬 영웅은 2월 16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된다. 최고의 작품성 뿐만 아니라, 7만원에서 3만원의 대극장 뮤지컬 공연으로는 드물게 경제적인 티켓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 전체 장면이 중요해서 중앙블럭 1열에서 10열 정도를 추천한다. 처음 만나는 관객이라면 안중근역에 강태을 회차로 관람해 보는 것이 좋겠다.   
송혜경 메디칼업저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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