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재정 적자 누적으로 진료위축 초래

정책 잘못 인정않고 의료계 매도…담합·임의조제 부작용도 외면

김 성 오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조제위임제도는 의료의 큰틀, 의료이용환경, 사회적 갈등 야기 등 사회,경제,제도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제도이다.
 당사자인 국민이나 의료계는 불편하고 불합리한 실패한 제도라고 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정책이 실패했다거나, 성공했다는 주장을 떠나서 이제 객관적인 잣대로 공정한 국회차원의 재평가를 실시해야한다.
 그러면 우선 조제위임제도 시행과 관련하여 지난 4년간 의료환경의 변화된 주요내용에 대하여 살펴보자.
 첫째로 보험급여비는 지난 99년 9조 6천억원에서 2003년 말 14조6923억원으로 1.5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국민의 세금으로 도와주는 국고보조금도 99년의 1조2천억원에서 2003년에는 2조7천억원으로 증가하였고 여기에 별도로 담배부담금에서 나오는 건강증진기금으로 6445억원이 추가지원 된다. 즉 의약분업과 직·간접으로 관련하여 보험재정소요는 1.5배가 늘어났으며 보험료 인상과 국고보조로 충당하고 있으나 아직도 2003년말 현재 1조4900여억이 적자 상태이다.
 두번째 뚜렷한 변화는 보험재정에서 부담하는 약값이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외자기업의 소위 `오리지널`약의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1999년의 9.6%의 점유율이 2000년에는 22.7%로 증가하였고 2003년에는 3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번째는 보험재정적자로 진료비 심사가 계속 강화되어 진료는 계속 위축되고 규격화되고 있다.
 관절염에 위장장애가 없는 세레브렉스의 사용금지, 소화기관용 약제 사용억제로 비급여품목으로의 전환, 최근의 모든 호흡기 진료에서의 항생제 사용억제, 정신질환용 약제의 제한 등 주로 약제와 재료비를 중심으로 보험에서의 허용범위는 계속 축소되어 오고 있으며 환자와 의료계가 계속 마찰을 빚고 있다.
 네번째 의원수는 99년의 18,737개에서 2003년말 현재 24,585개로 증가되었고 종합병원을 제외한 병원도 99년의 626개에서 2003년 1014개로 증가하는 등 의료공급량이 대폭 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남아있던 동네약국들은 약국들의 재배치로 일정구역 내에서는 독점체계로 운영하게 되므로 일반약품 판매량이 늘어나고 일부 단골환자들에게는 가끔(?) 전문의약품을 처방전없이 팔면서 보충할 수 있으니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담합과 임의조제를 정부에서는 의약분업정책의 양대 적으로 생각하여 기회 있을 때 마다 법을 엄격하게 개정해 왔으나 이러한 사항은 제도적 문제가 아닌 법시행상의 문제이므로 경찰·검찰 쪽의 적극적인 근절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사항이라면서 이를 회피하고 있는 실정인 바, 법을 집행할 수 있는 인프라의 부족으로 실제로는 있으나마나한 법이 되어버렸다.
 즉 자본주의 시장원리와 소비자의 편의에 따라 국민, 의료기관, 약국이 조제위임제도의 시행 전과 같은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오직 의료기관만이 조제위임제도를 시행하게 되어 약을 빼앗긴채로 그 동안의 비용에 대한 부담을 뒤집어 쓰고, 건강보험재정안정대책에 따라 되돌려주고 있는 현실에 폐업이 속출하며 최근에는 경영을 비관하여 자살하는 극단적인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그 동안의 비용을 충당하기위해 2배 이상 오르고 수년간 계속 올린다는 보험료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가면 갈수록 본래의 취지와는 멀어져 왜곡될 수 밖에 없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다음 몇가지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먼저 약사의 불법 임의조제는 확실히 근절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제 분명히 실상을 돌아보고 국민의 불편만을 이유로 제도 자체의 근본을 곡해하려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고 모든 방안을 강구해 불법진료를 막는데 온힘을 기울이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두번째 모든 기관과 학계가 불합리하다고 비평하는 의약품 실거래가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세번째로 약가 책정 및 조정정책의 투명성과 보편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결국 조제위임제도 시행 4년의 기간이 경과한 현재 건강보험료 인상 및 약국 이용시 추가되는 조제료 신설등(지난 3년간 5조 2000억이 소요됨)으로 인해 국민들은 연간 약 4조 2000억원이라는 커다란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었으며, 이는 국민건강보험재정 파탄의 결과를 야기시켰다.
 또한 4년이란 시행기간이 지났음에도 조제위임제도에 대하여 국민들이 느끼는 불편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이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은 최근 `조제위임제도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며 주민궐기대회를 벌이고 있는 경남 산청군 신안면 사태 등에서 극한 상태로 표면화되고 있다.
1특히나 불법조제행위 근절에 앞장서야할 정부조차 밀실야합으로 `약대 6년제`를 추진하여 약사들의 불법조제행위 더 나아가 불법의료행위를 더더욱 조장하고 있다. 조제위임제도는 실패한 제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평가 과정조차 없이 이러한 조제위임제도를 성공한 제도로 치장하고 이 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대체조제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며 이에 성분명 처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서슴치 않고 있으며 오히려 재정절감에만 목적을 두고 규격화되고 획일화된 진료를 유도하는 사회주의 의료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또 건강보험제도의 문제가 의약분업의 비용으로 호도되고 있으며 건강보험제도의 개선은 그 제도의 보완에 의해 해결되어야 하며 적정부담, 적정급여, 적정수가에 의한 건강보험료율의 현실화가 이루어져서 보장성을 강화하고 요양기관당연지정제 해제 및 보충형민간사보험의 도입을 통한 건강보험재정 내실화를 이루고 건강보험수가 체제의 개편 등이 이뤄져야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본인들의 오판과 착오로 빚어진 건강보험재정파탄을 국민 불편을 위하여 조제위임제도에 협조하지 않은 의료계의 잘못으로 매도하고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를 통해서 조제위임제도는 정착될 수 있다는 식의 희안한 논리 등으로 의료계를 옥죄고 있다.
 정말 통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무릇 국가는 국민을 위하여 존재한다. 국민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만 존재하는 제도가 있다면 이는 응당 재편되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또 검토한 끝에 국민에 의해 존재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국민조제선택제도`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강제조제위임제도 시행 이후 정부와 언론의 일방적인 매도로 깊어진 의사와 환자 상호간에 불신관계가 극복되어 환자와 친밀도를 높이고 진정 치료의 주체는 의사라는 것을 확인시켜줌으로써 예전처럼 존경받는 의사, 국민과 함께 하는 의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로서 거듭 태어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는 제도라 할 것이다.
 필자의 생각에 조제위임제도는 이러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조제위임제도는 이미 시행되어버린 제도이므로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는 자세`라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외양간조차 고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있어서 공을 쥔 것은 의료계도 정부도 아니다. 선택은 바로 국민의 몫이다. 정부가 정말로 국민을 위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만을 취하고 국민의 건강과 의료의 질은 도외시할 것인지를 바로 국민이 선택하여야 한다.
1이의 대전제를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국회차원의 범국민적 참여에 의한 재평가 기구의 설립을 통해 지난 4년간의 조제위임제도의 시행을 올바로 평가해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의료혜택을 국민에게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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