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절반도 안되는 수가…운영할수록 적자 증가

가동병원 소수…그나마 상당수 `무늬만`
인력·시설 제대로된 팀 구성 엄두 못내


사선을 넘나드는 중증 환자를 집중치료하는 중환자실이 가동할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
어나 의료기관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원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가는 인력·장
비·시설 등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어 OECD 회원국 대한민국이 의학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
을지 의문을 낳고 있다.
 중환자실은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이곳의 부실함은 곧 사망으로 이어져, 인력·시설
투자와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학계의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
다.
 이같은 요구는 지난 2002년 12월 19일 의료법에 중환자실 기준에 대한 대략적인 규정을
만들어놓게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명시하지 않고 있어 이에대한 의학계
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1975년에 전담 의사수와 환자 대 간호사 비율을 명시했는가 하면 침상
당 간격, 필수 의료장비까지 상세히 명시하는 등 법적 제도적으로 완벽하게 구축해 놓았다.
 중환자의학회는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침상당 간격을 최소 1m 이상으로 해야 하고,
총 간호사 대 환자병상수와 근무조별 간호사 대 환자수 그리고 전담의사 운영 기준 등을 명확
히 하고 이를 기준으로 5단계의 병상료를 차등적용, 의료기관의 투자를 유인하도록 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전담 의사제 도입이 가능하도록 비현실적인 수가정책의 개선이 필요하고, 이같은 환경
조성이 있어야만 중환자실은 그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신옥 연세의대 마취과 교수는 "혈압저하로 인한 심한 폐손상환자나 패혈증환자를 중환자
실에서 혈압상승·호흡기 등의 치료를 할때 시설·장비·의료인력 등 하루 30~40만원이 소요되
는 중중환자 1인의 경우 수가에는 하루 8만원의 입원료만 인정되고 있다"며, 어느 의료기관
이 손실을 보면서 중환자실에 의사·간호사·영양사·약사·물리치료사 등으로 팀을 구성, 운영하
겠냐고 반문했다.
 중환자실을 통한 입원환자 확충등 시너지 효과가 있다지만 최소한 원가는 보존되어야 한다
는 것이 고 교수의 지적이다.
 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약 500여곳에 이르나 이들중 상당수는 전담
의사·간호사가 없는 사실상 무늬뿐인 중환자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전담의사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아주대의료원
등 20여곳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대부분이 병원내 모든 중환자실이 아닌 일부에서만 운영하
고 있다.
 이처럼 환경이 어렵다보니 환자 상태를 정확히 제때에 파악해 적절한 치료를 하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환자도 안타깝게 명을 달리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증수 영동세브란스 마취과 교수는 "이같은 환경이 지속되면서 중증환자가 계속 증가하는
것과 비례해 기피 현상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각 병원
들이 중환자실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중환자실에 격리실을 설치했지만 수가가 책정되지 않아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
고 있는데, 이는 결국 전염병 등 대량의 고위험 감염 환자들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중환자실 전담의사들은 자신의 진료 시간 중
50% 이상을 중환자실 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며, 전담의사 상주에 따라 중환자
실 입원료 가산을 적용하는 등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심각한 중증환자들을 집중치료하
는 진료 공간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불꽃을 잡으려는 중증의 환자에게 중환자실이 희망의 생명선일 것인지, 정부의 특단
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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