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가 고급 의료혜택 현실을 모른다

강 창 원
내과의사협 보험이사

 일단 환자가 오면 전용가운으로 갈아 입히고, 내시경하기 전에 전처치 및 시행과정에 대해
서 30분간 설명해주고, 내시경 후에도 30분간 결과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마취 깰때까지 쾌
적한 환경에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가는 것은 기본이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4~5배 높다할지라도 이건 너무 큰 차이 아닌가?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싼 진료를 받으면서도 국민들은 자기가 얼마나 싼 진료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을 자주 왕래하는 사람은 안다.
 정부에서는 인천자유특구에 존스홉킨스병원이나 하버드의대나 펜실베니아 대학병원을 유
치하려 한다. 이런 한국의 저수가에 그런 세계적인 병원이 들어오겠는가?
 보건복지부 직원, 시민단체, 건정심 위원 여러분들께, 단한번만이라도 미국에서 진료를 받
고 와 보시라고 간곡하게 권해 드리고 싶다.
 당신들께서는 얼마나 손쉽게 싼 의료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 한번이라도 느껴달라는 것이
다. 더 이상 의사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내모는데만 앞장서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 달라는 것
이다.
 최근 발표된 `OECD Health Data 2003`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521조 9,532억
원) 대비 총의료비 지출규모는 5.9%(30조 7,955억원)로 OECD 평균인 8.1%에 크게 미달
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은 결국 저수가, 저부담, 저급여 체계를 적정
수가, 적정부담, 적정급여 체계로 바꾸는 길이다.
 게다가 공보험료율(3.94%)은 제일 낮은 반면, 총진료비 대비 관리운영비 비율은 5.5%로
세계 4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건보공단은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난 건강증진
사업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는 원래의 통합 취지인 과감한 구조조정 대신, 직장, 지역 통합에 따른 유휴 인력에 대한
생계보장차원의 배려가 아닌지?
 우리 나라 보건복지부 직원들은 우수하고 또 열심이다.
 특히 국민을 위해 싼 진료수가에 모든 의료혜택을 전 국민에게 베풀려 하는 노력은 가히 눈
물겹다. 하지만 열이면 열 다 가지려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에 미국이나 일본 수준의 의료혜택을 누리려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열
을 원하다 열을 다 놓칠 수도 있다. 꼭 챙겨야 할 최소한의 2~3개라도 확실히 챙기고 얻는 것
이 더 중요하다. 이제라도 보건복지부는 사고의 전환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또 현재의 대한민국 건강보험 체계가 적절한가란 질문을 받는다면 심히 왜곡돼 있다라고 답
할 것이다.
 많은 수의 수련의가 흉부외과, 일반외과, 응급의학과 같이 생명과 직결되지만, 돈이 되지 않
고 힘만 드는 과엔 지원하지 않는다.
 진단검사의학과, 진단방사선과, 진단병리과 등도 마찬가지다. 진단을 내리는데 필수적인 역
할을 하지만, 돈이 되지 않기에 지원을 안 하는건 마찬가지다. 내과, 소아과도 마찬가지다. 모
든 수련의가 돈이 되는 소위 인기과인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로만 몰려 든다.
 또한 기존의 많은 의사들도 골치 아프고 돈 안 돼고, 삭감만 하는 의료보험 환자는 보려하
지 않고, 소위 돈 되는 성형수술, 라식수술, 피부미용, 레이저, 비만, 항노화요법, 카이로프락
틱, IMS, Mesotherapy, 건강식품만 다루려 하니 큰 문제다. 물론 의대 나와서 의사면허증
취득하면 다 할 수 있다지만, 어쩐지 서글퍼지다 못해 슬퍼진다. 감기 환자도, 중환자도, 모두
대학병원에 간다.
 의원급 요양기관의 휴폐업률은 2000년 6.9%(1만9,472곳중 1,335곳), 2001년 6.8%
(2만 819곳중 1,149곳), 2002년 8.2%(2만2,760곳중 1,860곳)로 계속 늘고 있다. 이대
로 일차의료기관들이 다 무너진다면 2, 3차 병원은 기존의 1차의료기관의 환자까지 보니 좋
고, 공단은 1차의료기관이 청구하던 돈 없어져 좋겠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인가? 기초
가 없는 집이 어떻게 설 수 있단 말인가?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