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문제에 의사들 미온적 태도 큰 책임

알코올 소비량 급증…서구 선진국 앞질러

 술은 전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약물(?)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약물 이상으로 의지하
는 술은 흡연으로 인한 만족감은 물론 여타 향정신성 약물효과 까지 무색케 하며, 여전히 대중
들에게 심리적 위안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세계 인구중 20억명이 맥주를 들이키고, 샴페인으로 축배를 들며, 데킬라를 마시는 등 정
기적인 음주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흡연인구는 13억명에 달한다.
 사회적 계층과 인종·국경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행복과 기쁨을 목적으로 술을 즐긴다. 하지
만, 그 결과는 수 많은 질병과 폭력·사고로 인한 사망에 이르기 까지 무수한 희생을 요구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7600만명 정도가 알코올과 관련된 장
애를 앓고 있으며 이외에 장애판정을 받지 않은 환자들도 수백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
다. 매년 180명이 음주가 원인이 돼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중 3분의 1은 치명적인 사
고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밝혀졌다. 작년 한해만 음주로 인한 DALYs(장애로 인한 생명손실연
수) 수치가 5800만에 이르렀다.
 특히, 개발도상국 지역에서는 음주가 남성 장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여성
또한 장애원인 10위권에 올라 있을 정도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음주가 건강한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으로, 21세 미만 젊은이들의 과음(binge drinking)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
다. 1999년 유럽에서만 15~29세 연령대의 젊은이 5만5000명이 술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음주로 인한 건강의 문제는 개인별 음주량이 증가하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에 전세계적으로 총 알코올 소비량이 크게 증가했는데, 전통술 역사가 길지 않거나·음주
통제나 이로 인한 질병의 예방 및 치료전략이 부재한 개발도상국 지역에서 이같은 현상이 주
를 이루고 있다.
 WHO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음주문제 해결책에 대해 1차의료기관 단계에서 부터 관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같은 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음주에 대한 의사들의 태도다.
 하지만, `BMJ(2004;328)`와 `Lancet(2004;363:1001)`은 최근 각각의 논평에서 미국
과 영국내 의사들이 알코올 남용문제는 물론 과도한 음주를 막는데 무관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 밝혔다.
 리차드 스미스 `BMJ` 편집자는 음주문제에 대한 의사들의 무관심이 상당수 의사들이 음주
를 즐기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스미스 박사 또한 "연구목적 하에 샘플용으로 마
셨던 `칼바도스(Calvados)` 등 술이 가져다 주는 기쁨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음주에
대한 태도가 다소 누그러졌다"고 밝혔다.
 음주문제에 강력한 대처를 어렵게 하는 요인중 하나는 처음부터 폐해가 나타나는 흡연과 달
리, 알코올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저용량에서는 다소간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등 `J` 곡선의
그래프를 보인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이같은 견해로 인해 알코올중독에 대한 사회적 간섭이
지장을 받게되는 동시에 사회적 묵인을 허락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알코올 소비에 관한 식이요법 가이드라인에서는 금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알
코올 소비를 조장할 수 있는 관련 용어의 사용조차 절대금지하고 있다. 이 지침은 아무리 적
은 음주량이라 할 지라도, 술로 인해 중독이나 유방암 위험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
고 있다. 또한, 여성은 하루 한잔·남성이 하루 두잔 이상의 술을 마실 경우 고혈압·뇌졸중·암·기
형아 출산 등 건강문제 이외에 교통사고·폭력·자살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
한다.
 대부분의 아시아 지역은 과거 음주문제에 있어 서구 선진국과 같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해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알코올 소비량과 증가율은 이미 경고의 수준에 달해 있는 것도 사실이
다.
 태국의 경우, 연간 알코올 소비량이 이미 미국·영국·호주 등 서구 선진국을 앞지르기 시작했
다<표>. 중국의 음주 소비량은 지난 20여년동안 3배 이상이 증가했으며 국제와로 인한 생활
수준의 향상이 이같은 음주량 증가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슬람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알코올 소비국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들어 인도와 중국계 소수민족의 높은 알코올중독률이 이같은 수치를 허
물어 내리고 있는 형국이다.
 말레이시아 글리네글스인탄의료원 약물남용 전문가 림 치 민 박사는 영국에서의 진료경험
으로 서구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알코올 소비문제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의사들이
흡연의 부정적인 경향을 조장하는 반면, 알코올 소비는 일상적인 일로 정당화시키려 하고 있
다`는 의혹에 대해 영국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술집 문화의 영향으로 다량의 알
코올 소비에 관한 묵인이 영국사회 전역에 퍼져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영국에서 의료종사자들 조차 흡연을 즐겼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금연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점을 들어, "의사집단이 과거 어느때 보다 흡연·폐기종·폐암 등의 위험을 잘 알고 있
는 반면, 알코올 소비로 인한 건강문제는 아직 표면으로 이슈화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
다.
 결국, 영국의 경우 알코올과 흡연에 대해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경우는 좀더 복잡미묘하다. 말레이시아에는 영국과 같이 선술집 문화
가 전역에 만연해 있지는 않다.
 또한, 말레이시아 의사들의 음주에 대한 태도는 다양한 종교적 믿음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차이를 보이게 된다.
 림박사는 "이같은 특성으로 인해 말레이시아 의사들이 갖는 알코올 소비에 대한 태도를 일
반화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알코올중독은 모든 곳에서 같은 이유로 외면당한다"고 밝힌 림박사는 "알코올중독
자의 낙인이 가져오는 불명예와 치욕은 전세계 어디서나 공통으로 적용된다"며 "아시아 지역
의 알코올중독자가 경험하는 양적·질적 고통이 서구와 차이를 보이는지는 측정하기가 어렵
다"고 전했다.
 그는 음주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코올중독자들의 모임(Alcoholic
Anonymous, AA)과 같은 그룹치료나 알코올중독자에 대한 상담의 활성화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동시에 문화는 다르지만 서구의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국
과 같이 술문화가 발달한 유럽 선진국의 경우, 알코올 남용이나 중독에 대한 경험이 많은 만
큼 새로운 대책을 만들기 보다는 이들의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국 방콕 마히돌대학병원의 파이블 수리아왕파이살 박사는 "태국 의사집단에 만연돼 있는
음주문화를 비난하는데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사회적 묵인하에 늘어가고 있는 음주
문화의 확산에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알코올 남용으로 인한 임상적 문제와 더불어 사회적 부담을 방
지하는데 있어 책임감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태국에서 급격히 증가하
고 있는 교통사고율이 서구에서와 같이 알코올 소비의 증가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단지, 음주가 더 많은 사고와 범죄를 유발한다는 상관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
할 뿐이다.
 파이블 박사는 "금연을 위해 시행됐던 강도의 정책들이 음주문제 해결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야 한다"고 강조, "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가장큰 문제는 미흡한 정부역량과 인력의 부족
으로 강력한 음주통제 정책을 지속할 수 없는 것"이라며 "금연캠페인에서의 경험과 같이 경제
적·법적 규제가 알코올 소비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