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수 병원 유치협상 중…중국·싱가포르 제쳐야

내국인 진료·영리법인 불허 `걸림돌`

 세계 최고의 병원을 유치, 동북아 의료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과연 실
현될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의료시장 진출소문이 분분했던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은 지난달 28일 해외치료 전문
컨설팅업체인 캔서에이가 주최한 `존스홉킨스의 성공적인 암치료사례 및 선진 의료시스템` 심
포지엄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스티브 톰슨 국제부 총책임자를 통해 `현재 한국진출 계획 없
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적극 유치에 나설 경우 고려할 수 있다고 여운
을 남겼다.
 3일후인 31일, 워싱턴의대 국제자문위원회 회의 참가차 서울에 온 워싱턴의대 학장단은 한
국정부와 접촉은 없었으나 한국 의료계와 경쟁관계가 아닌 상호 발전을 위한 차원에서 요청한
다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앞서 펜실베니아대학병원은 재정경제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과 500병상 규모의 주식
회사 형태의 운영을 하고 진료·경영을 모두 맡는 것으로 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
다. 이 병원은 각과에 한명 이상의 의사를 배치, 50여 명에 이르는 40~50대 교수급 의료진
을 대거 파견할 계획이고 소아암 치료 전문의를 추가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외에도 현
재 하바드의대를 비롯 미국내 상위 15개 병원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의 병원들이 한국진출에 관심이 있고 우리 정부의 당김도 강해 얼핏 세계 유수의 병원
들이 곧 상륙할 것같이 보이지만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1우리가 동북아 의료허브를 꿈꾸고 있듯이 `의료산업`을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중국이나
싱가포르, 중동 등이 미국 유수 병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유치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재정경제부 경제자유기획단 황규연과장은 "유치 대상 병원들에 두바이는 세금면제와 병원
신축 조건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들 병원들이 꽃놀이 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서로의 기대치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미 임상의학의 많은 부분이 세계적인 수
준에 근접해 있고 간·조혈모세포이식등 일부는 최고 성적을 보이는 우리나라는 `최고의 병
원`에서의 의사인력의 대거 진출을 기본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선호하는 유수
의 병원들은 브랜드와 기술, 관리에 관심을 두고 많은 수의 의사인력 파견과 투자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워싱턴의대 L.Shapiro 학장은 진출보다 `교육`에 더 관심을 보이고, 존스홉킨스병원은 우리
기대와 달리 높은 브랜드 가치를 사용토록 하고 일부 의료진의 상징적 파견과 의학기술제공
및 병원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정도여서 유치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내국인 진료와 영리법인 허용이 안되고 있는 현행 의료제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화중 복지부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대보건대학원 특강에서 동북아 의료 허브화를 위해
외국병원의 국내 진출에 제약이 없도록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을 연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이환균 청장은 1일 의협 의료정책고위과정 강의에서 인천 경제특구내 내
국인진료 허용을 강조했고, 재경부도 내국인 진료허용을 주장하여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영리법인 허용문제도 제약을 풀어주어야 `인천특구 유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국내 의료기관들로부터는 `국민건강보험으로 손발을 다 묶어놓고 외국계 특구병
원에만 온갖 혜택을 주는 역차별`이라는 반발을 받을게 불을 보듯 훤해 충분한 사전검토가 필
요하다.
 연세대 정형선교수는 영리법인 허용은 외국인의 투자이익의 환수 및 송금이 가능해 결과적
으로 의료시장 개방과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와관련 재경부 황과장과 복지부 의료정책과 최희주과장은 "세계적인 퀄리티를 제공하는
허브병원을 유치하는 것으로 국내 병원과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병원유치에 대한 시각차는 있지만 해외 원정 치료 수요에 대한 충족과 싱가폴 래플즈병원
의 샴쌍둥이수술등과 같이 인근 국가 환자의 유치가 주목적이라는데 정부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복지부 최과장은 "유수의 병원이랄지라도 단독개원은 불가능하다. 우리측 파트너
의 참여로 의료산업을 성장시킬 수있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우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지역이 될 중국 상하이는 이미 독일 하노버대학병원을 유치
하기로 하는 등 달리기 시작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2~3년이면 현재의 우리와 비슷한 위상을
확보하고 곧 우리를 추월할 수도 있다.
 우리 국민들이 상하이로 발길을 돌리지 않도록 정부의 냉철한 진단과 탁월한 처방이 필요
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