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글로벌 헬스케어 영역에서는 의료관광보다 해외 진출에 관심이 쏠려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의료관광 열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 15만명 가량을 유치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의료법인 자법인 등의 규제완화 추진이 환자 유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과연 올해 의료관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기술·인프라는 좋지만 관광산업지수 최하위

우리나라 의료관광의 현주소는 기술,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지만 시장성장성에서 매우 열악한 상태다.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정기택 교수 등이 참여한 산업연구원 ’의료관광산업의 국제경쟁력 분석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의료기술기준·인프라’, '시장성장성’ 부문에서 우리나라 의료관광산업 경쟁력은 OECD 34개국 가운데 중하위권인 19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경쟁력지수는 OECD 평균(0.00)을 약간 웃도는 수준(0.005)이었다.

상위 5개국은 일본, 아이슬란드,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덴마크의 순이었으며, 주요국의 순위는 스위스(6위), 미국(7위), 독일(8위), 프랑스(17), 캐나다(21위) 등이었다.

의료기술수준·인프라 및 성장성 부문의 경쟁력지수는 OECD 평균을 상회하는 0.102로 13위에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성장성 부문의 경쟁력지수는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0.097로 24위에 머물렀다. 의료서비스지수는 0.082로 최상위권인 4위에 속하지만, 관광산업지수가 0.178로 최하위권인 33위에 따른 것이다.

이렇듯, 정부 주도로 지난 2009년에 본격적으로 의료관광이 추진됐으나, 규모적인 성장에 비해 실적은 미흡한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전히 낮은 한국의료 인지도




















의료관광 수익은 2009년 547억원에서 2012년 2391억원으로 4.3배가 성장했다. 반면, 싱가포르가 처음 추진하던 2003년 1335억원에서 2008년 8968억원으로 같은 기간 6.7배나 성장했다.

또 2011년 기준으로 싱가포르는 23개의 병원 보유에 외국인 환자 1인당 의료비가 2787달러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무려 1600개 병의원이 있음에도 불구, 싱가포르보다 더 낮은 2181달러를 기록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연구팀은 우선 낮은 인지도와 체계적인 홍보 부족을 이유로 제시했다. 미용, 성형 등 일부 진료 분야는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의료서비스에 대한 해외인지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국가별 수요 분석이 심도있게 이루어지지 않는 만큼 고객층별 차별화된 홍보와 마케팅 추진도 어렵다. 연구팀은 “정부부처, 지자체들은 매년 전세계에서 로드쇼, 팸투어 등 다양한 홍보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해외환자 유치로 이어지게 만드는 실적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환자의 문화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진료 편의시설, 언어문제를 비롯한 취약한 커뮤니케이션, 의료관광 전문가와 의료관광 통역사의 부족 등의 문제도 안고 있다.

불법 유치업자 난립으로 의료관광객의 피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싱가포르나 태국은 해외환자의 진료수가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

정부의 의료관광 주관 부처가 의료 중심의 보건복지부와 관광 중심의 문화관광체육부로 이원화돼 있는 것도 현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불만사항이다. 사업 예산이 중복되고 협력관계가 취약해 제대로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태국, 싱가포르, 일본 등은 저만치

태국, 싱가포르 등 주요 의료관광 국가들의 추돌은 심상치 않다.

태국 공중보건부는 ‘Visit Thailand Visit Thai Spa’ 슬로건을 내걸고 항공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태국국제공항, 태국스파협회와 연계된 스파관광을 추진하고 있다. 태국 관광청은 스파를 포함한 휴양관광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발, 마케팅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Vision 2018’의 ‘고령화, 의료, 건강’ 분야 중 웰니스를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지정했다. 침술, 한방약, 지압 치료 같은 진료를 행하는 전문 자격자 등의 인적 자원이 풍부하고, 서양치료법과 전통치료법을 접목시킨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킬 방침이다.

일본은 후발주자긴 하지만, 중증 외국인환자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성자치료기 3대 보유 등 암 치료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적인 의료기기업체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온천을 활용한 의료관광 상품개발도 활발하다. 아예 미국 로체스터의 메이요 클리닉을 목표로 두고, 도쿄에 ‘의료관광 특구’ 신설도 발표했다. 여기에는 외국 병원 설립을 허용하고 외국인 의사면허 보유자 진료 행위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도 머뭇거릴 시간 없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K-매디슨(Korea Medicine) 등의 한국의료 고유의 브랜드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산업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강점인 IT를 활용한 ‘Korea IT Health’를 브랜드의 중요한 축으로 활용한 전략과제를 선정하고, G2G 협상 및 홍보영상 등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팀은 “흩어져있는 의료관광 부처 간 인력 70여명, 관련 협회 10여개 등을 통합한 협력관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장관협의체를 구성, 실무지원단을 통합해 단일조직으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내 연수중인 해외의료진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병원의 해외거점 확보에 공동으로 참여시키는 방안도 논의됐다. 한국형 헬스케어 시스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각 나라의 특성을 고려한 상품과 연수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며, 투자 활성화 등의 규제완화도 맞물려 가야 한다"며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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