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수가 무엇이 문제인가

내시경 수가 무엇이 문제인가






위 내시경 비용 인도 15만원 미국 100만원 우리나라는 4만원 수준
원가 고려한 수가인상 없다면 진료 정확도 떨어져 국민들 피해로 이어질 것


내시경은 건강검진의 필수항목에 포함된다. 이는 암 중에서 특히 위암과 관련된 특징을 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즉, 모든 암 중에서 남녀 통틀어 발생률 1위인 위암은 최근 조기진단과 예방으로 발생률과 사망률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이렇게 조기위암 발견율이 높아진 것은 국가·민간 건강검진과 외래진료를 통한 내시경 검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의사들은 이를 위해 내시경 검사 교육 커리큘럼을 통한 자격 획득과, 지속적으로 학회 세미나 등에 참가해 최신 의학을 습득하고 있다.

그러나 내시경 검사 수가가 원가에 크게 못미쳐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먼저 현재 건강보험공단에 책정돼 있는 내시경 검사의 비용을 보면 표 1과 같이 순수 내시경 검사비용은 4만3490원이고, 조직검사를 할 때는 1개를 할 때나 5개를 할 때나 똑 같이 8370원이다. 떼어낸 조직을 검사하는 비용으로는 아이러니하게도 개수당 별도로 가격(1만9790~4만8180원)이 책정돼 있다.

좀 더 자세하게 위내시경 검사 시 프로세스<표 2>를 살펴보면 1명의 암 검진에 무려 8단계에서 서류 생성을 하고 보관·발송을 하게 된다.

단순히 위내시경검사를 하는 데 거치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많은 시간과 인건비 등의 경비가 드는지를 알 수 있다.

이 프로세스는 모든 위내시경을 할 때 다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 암검진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 현재에는 80~90%가 단순외래를 통한 위내시경보다는 암검진을 이용한 위내시경이므로 인용에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노란색 표기는 서류작업이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면 수검자 한 명에 대한 위내시경 소요 비용은 어느 정도 될까? 먼저, 물적인 면<표3>을 살펴 보면, 내시경 전·중·후에 들어가는 많은 부자재 등을 위내시경 1회당으로 환산하면 적어도 3만3745원이 된다.

여기에 인건비가 있다. 요즘 대부분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내시경실 담당 간호인력이 한 명 정도 필요하다. 1명의 인건비로는 약 150만원 정도가 평균적이라고 할 때 위내시경을 하루에 2번, 한달에 50번 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직원이 내시경 검사 사전 설명을 하고 소위 목 마취약 등을 준비하고 사전 소독된 내시경 기계 점검 준비, 내시경 검사 보조와 검사후 환자안내, 내시경 기계 소독을 하고 서류작업 등을 하기 때문에 거의 반나절을 보내게 된다. 즉 1만5000원(150만원/50회/2) 정도는 계산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내시경을 하는 의사의 인건비도 추가해야 한다. 의원급으로 말하면 대부분 1인 원장이고, 평균 월 8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고 할 때, 하루의 5분의 1을 내시경과 관련된 일(진료, 검사전 설명, 내시경 검사, 검사 설명, 처방 및 약설명, 검사 후 합병증설명 등)을 한다고 쳐도 3만2000원(800만/50회/5)이다. 의사 1인과 간호사 1인 인건비만도 4만7000원이다.

내시경 1회당 드는 비용은 물적, 인적 비용을 합해 보면 8만745원이 된다. 이러한 비용을 수가로 보전받는다 해도 미국의 내시경 수가인 100만원에는 턱도 없을 뿐 더러 우리나라보다 전반적인 의료 수준이 떨어진다고 보는 인도의 15만원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여기에는 위내시경 시 종종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의료사고에 대한 비용은 산정돼 있지 않다. 사고는 빈도와 경비를 표준화 하기 어렵지만, 점점 냉냉해지고 있는 의료 환경을 생각해 보면, 비용도 문제지만, 사고를 겪으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돈으로 환산 할 수 없을 만큼 괴로움이 크다. 또 계속 검사를 해야 하나 하는 회의를 들게 만들기도 한다.

사고는 빈도가 많지는 않지만 사망부터 찰과상, 치아손상, 출혈 등 비교적 간단한 것까지 많고, 합의하기에는 수억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든다. 필자도 수만건의 위내시경을 했지만, 몇 년전 사망사고도 겪은 바 있고 거의 1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들었다. 그 기간 겪은 마음 고생은 이루 말로다 할 수 없지만….

여기에는 당연히 들어가야 할 소독 수가도 빠져 있다. 이 또한 소독을 하는 데 있어서 겪어야 하는 위험 요소 등을 추가한 수가가 원가에 책정되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위내시경 수가는 원가(8만745원)에 절반 정도(4만3490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국민들의 조기위암 발견을 위해 날로 나빠지는 의료 환경 가운데서도 힘들게 일하고 있는, 소위 엘리트 집단이라고 불리는 개원의들은 위내시경을 하면 할수록 1회당 4만원 정도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과연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직업이라고 감히 얘기하고 있는 의료를 행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위내시경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건보공단의 어느 직원은 말한다. "현재 내시경 수가가 원가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은 일반 국민들도 안다. 내시경 검사처럼 많이 시행되고 있는 검사의 수가가 올라갔을 때 전체 의료비용에 미치는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올리기 힘들지 않겠나."

이것이 올바르고 바람직한 판단인가? 최소한 원가에 상응하는 수가가 주어지지 않는 한 향후 위내시경을 하는 내시경 의사들의 어깨는 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내시경을 보는 눈은 날카로움이 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조기 위암 검진율 세계 최고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소화기내과의 진료와 치료 수준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아무 죄 없는 국민들이 보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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