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관동의대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관동의대가 교육환경 강화를 위해 600병상 규모의 분당제생병원을 새로운 협력병원으로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관동의대 교육 정상화와 이종서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학생들의 광고가 있었는가하면, 갈곳없이 헤메던 학생들을 보듬고 교육과 수련에 함께 나선 성애병원이 이번 의사국가시험에서 졸업예정자 53명중 50명, 재수생까지 포함하면 58명중 53명을 합격(93.5%)시켜 대학 부속병원으로서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는 점을 확인시킨 이후의 조치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성애병원에서 의대생들을 수용하지 않았다면 53명은 졸업할 수 없었던 상황이어서 관동의대나 의대생 비대위 등에서 감사의 뜻 조차 전하지 않은 것은 도덕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명지학원-명지병원 갈등이 출발점

관동의대는 현재 부속병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정원감축 페널티를 연이어 받고있다. 그렇다면 관동의대는 과연 부속병원 계획은 있는 것일까. 이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선 우선 명지학원과 명지병원의 결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명지학원의 관동의대와 명지병원이 그동안 유지해 왔던 협력병원 협약을 끝낸 것이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기관이 헤어지게 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관동의대 학생들에 대한 수업·실습 등에 대한 비용 등 채권·채무관계가 가장 크다. 서로를 불신하고 여기에 괘씸죄까지 더해 소송전으로 확산됐고, 지금도 여러 사안이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관동의대는 결별과 함께 인천 부평의 프리즘병원을 부속병원으로 개원키로 계획을 세웠고, 이 과정에서 교수들은 교수직을 유지하기 위해선 관동의대를, 그렇지 않으면 명지병원 의사로 계속 근무해야 하는 선택을 해야 했다.

30명이 넘는 의사가 교수직을 원했고, 그 빈자리는 젊은 의사들이 대신했다. 명지병원은 서울대병원과 협력병원을 체결해 서울의대 교수가 명지병원에서 진료한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그러나 현재 서울의대 교수의 지속적인 명지병원 진료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관동의대는 명지병원 원장을 지낸 당시 김재욱 제일병원 원장을 초대 원장으로, 이종길 전 명지병원 사무처장을 개원준비단장으로 임명해 프리즘 병원의 부속병원화를 꾀했다.

그러나 예산부족으로 프리즘병원과 소송전을 거치면서 사실상 부속병원은 사라지게 됐다. 이러는 동안 가장 피해를 본 것은 의대생들이다. 관동의대는 강남세브란스, 건보공단 일산병원 등에 SOS를 보냈으나 모두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고, 급기야 수도권의 광명성애병원과 협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병원은 신속하게 교육환경을 조성, 이번 국시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그렇지만 관동의대는 이번에 분당제생병원을 협력병원으로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성애병원과 결별 가능성을 예고했다. 성애병원 관계자는 "갈곳없는 학생들을 위해 협력병원에 응했는데 관동의대의 이번 결정은 속뜻을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강릉의료원 부속병원 가능성

관동의대가 제생병원을 협력병원으로 추가하면 현재는 제일병원·성애병원과 3개 협력병원 체계를 갖추게 되지만 결국 제일병원·제생병원만 협력병원이 될 것으로 학교·병원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반면 부속병원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참새꾼들은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과 같이 지역에 부속병원을 두고 서울에 협력병원을 두는 형태의 전략을 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력한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 강릉의료원이다. 강릉의료원으로서는 관동의대와 같은 지역이라는 장점이 있는데다가 경영난을 겪고 있어 대학병원으로 거듭나고 경영난도 헤쳐나갈 수 있는 일석이조를 기대할 수 있다. 관동의대로서도 규모가 작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부속병원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적극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프리즘병원 부속병원화 과정에서 그랬듯 예산 부족을 겪는 관동의대로서는 또하나의 헤프닝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치고 빠지는 형태의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의 관측은 부속병원을 갖추게 되면 각종 현안들이 한꺼번에 해결돼 관동의대의 가치는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나 의학계의 눈총을 받지않으면서 마이웨이할 수 있고, 아니면 '매각'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항간에 떠돌던 '몇백억원 매각설'을 감안하면 수백억원의 가치 상승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해결할 문제 가득

관동의대가 협력병원 변화를 통해 새 활로를 찾아가고 있지만 해결할 문제는 하나둘이 아니다.

우선 명지병원과의 채권채무 관계를 해소해야 한다. 명지학원이 100억원이 넘는 소송을 명지병원에 제기했지만 판결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명지병원 대표를 채무자로 해 직무집행정지가처분신청도 있었고, 1억원 정도의 작은 소송에 대해선 승소를 한 바도 있다. 그러면서도 내용을 훤히 알고 있는 양측이 더 강한 대처를 하지 않는 것은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도 갖게 한다.

한편 유한회사 명지병원제일차(대표 장**)가 명지병원의 기존 금융권 채무 1225억원을 대환처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회사가 명지병원을 경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명지병원은 영리병원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또 성애병원과도 해결할 것이 많다. 선의의 뜻으로 협력에 나섰다는 성애병원으로선 (현재는 협력병원이지만) 결국 '팽'을 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수 임용 문제를 비롯 계약 해지에 대한 추가 협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명지병원에서 프리즘병원으로 나와있는 의사들의 후속처리다. 제일병원이나 제생병원에서 수용할 것인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부속병원 미확보, 교육여건 미비 등으로 의학계 외톨이가 되고 있는 관동의대에 2014년은 훈풍이 불 지, 여전히 찬바람만 가득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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