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정책토론회, 참석자 입장차 재확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오제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8명이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주최한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정책 토론회에서 개별 토론 참석자들이 각자의 입장을 치열하게 전개했다.

제약협회 "우려 그대로 적중했다"

제약협회 갈원일 전무는 의약품 시장이 일반적인 공산품이나 상품에서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가 작동되는 시장은 아니며, 비대칭성과 공공재적 성격 등 여러 측면에서 취급·판매·처방을 염두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처음 제도 시행 당시 제약업계가 반대하며 신문광고를 낸 적이 있는데, 우려했던 상황이 거의 그대로 적중됐다고 꼬집었다.

구매권자와 처방권자로 볼 수 있는 요양기관의 힘이, 슈퍼갑 대 을도 아닌 병이라고 할 정도로 시장왜곡이 심화된다는 것.

갈 전무는 "제도 재시행도 전인데 사립대학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제약사나 도매상에 공문을 보내 견적서를 제출하라며, 공쟁거래법에 위반될까봐 구체적인 수치는 적시 안하지만 구두로 20~30%미만이면 내지말라. 아니면 코드를 뽑겠다(거래를 거절하겠다)는 경우가 발발한다"고 밝혔다.

그는 "흔히 말하는 대기업의 가격 후려치기와 별다를게 없다"며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원내기업 주력 제약기업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재로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이런 경우 중증이나 만성질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이 담보될지도 의문"이라며, "약가인하가 전부가 아닌데 보건의료의 한 축인 제약기업은 완전히 소외되는 것 같아 서운한 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법리적으로 볼 떄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은 대가로 지급되는 비정상적 인센티브 또한 정당성과 윤리성을 상실했으며, 건강보험법은 의약품 관리료와 조제료를 모두 지급하는 상황에 사실상 약가마진이라고 볼 수 있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은 불법 리베이트를 정당화하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추가적인 약가인하의 당위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감사위원회가 2007년도 약가의 거품이 20%쯤 있다고 했고, 그 후 기등재목록정비에 약 6%, 일괄약가인하에 약 14%가 이뤄져 깔끔하게 도합 20%로 정리된 상황에서 더 낮춰야할 거품이 있는지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제약사는 그동안 구조조정을 많이 해왔다. 인원을 줄이기 싫으면 고임금자 내보내고 저임금자로 하고, 사업다각화로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식으로 매출을 만회했다"며 "이것이 과연 제약사 본연의 사업인지, 신약개발이나 설비투자로 좋은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의료전달체계 측면에서도 의사협회나 약사회는 이 제도로 인해 원내환자와 원외환자간 불편이 생기고, 의료전달체계를 역행하는 부분도 있으며 제약산업 발전부분에서도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폐지하고 보완방안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한다"고 말을 맺었다.

소비자시민모임 "효과도 이득도 없는 제도"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부회장은 기존 실거래가제도도 약가인하를 유도하지 못한 상태에서 리베이트를 조장했고, 결국 건강보험재정과 소비자의 이중 부담을 가중 시켰다고 꼬집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내놓은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도 불법리베이트의 합법화와 이중부담을 남겼다고 밝혔다. 약가에 조제료와 관리료 등이 포함되는데 추가 인센티브 지급은 부당하다는 것.

황 부회장은 "의료기관의 독점력 강화로 제약사는 갑과 을 관계에서 눈치봐야 하는 상황만 조장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 실거래가상환제도를 유지하되 개선방안을 강구하며, 약가제도개선협의체에서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 리베이트를 인정하는 제도는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실거래가 파악의 중요성에는 공감했다. 의약품 원가정보 공개를 통해 합리적인 약가를 결정해야하는데 이를 확인하기 어려우면 내부공익신고제도를 활성화하고, 약가가 요양기관을 통해 지급되는 것이 아닌 공단이 지급하는 직불제로 실거래가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전문약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면 리베이트가 없었겠지만, 소비자는 정보비대칭 등으로 전문성이 없기에 문제될 수 있다며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하는 제도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건사회연구원 "리베이트 같은 비정상적 흐름의 정상화 지향"

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본부 유근춘 연구위원은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지향하는 전체적인 흐름이 리베이트 같은 '전근대적인 비정상적 흐름의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제도가 만들어질 때 자문을 했던 유 연구위원은 의약품 시장에서 '시장'의 기능이 도입된다면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실거래가 파악과 문제해결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 공급자는 높은 가격을 원하고 수요자는 수요가격을 제시하며 가격을 깍는다. 그러나 의약품 시장은 환자가 직접 의약품을 구매하면 약가를 나서서 깎을텐데 요양기관은 보험자에 의해 금액이 상환되기 때문에 이를 깍을 요인이 없다는 것.

그러나 요양기관이 약가를 깍는다면 공공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센티브의 지급이 정당하며, 이는 시장 기능의 대표적인 유인일치로 자신의 이익 추구가 공공의 이익추구와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저가구매 인센티브에서 저가구매에 대해 지급하는건 이윤이나 리베이트가 아니다. 공공적인 가격을 깍는 기능이며 보상을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또 실거래가가 드러나지 않는 요인이 요양기관과 제약사의 담합 때문이라는 주장에는 "요양기관가 제약사는 이해관계가 다른데 요양기관에 독점력이 있기 때문에 할 수 밖에 없는 담합"이라며, "경쟁적으로 협상력을 만드는 제도의 틀, 시장에서 납득할만한 상한가 완화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둘의 이해관계는 다르기 때문에 담합은 깨질 것"이라고 대응했다.

그는 "시장을 모방한 가격제도가 확립되고 유인일치적으로 이뤄진다면 다음에 인위적으로 직접 정부가 개입하는 제도들은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보건복지부 "가치중립적 측면에서 논의 필요"

보건복지부 맹호영 보험약제과장은 토론에서 제기된 주장들에 대한 설명내지 답변 위주로 입장을 풀었다.

먼저 제도의 재정효과가 없다는 지적에는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기본은 청구금액이 상한액의 99.99%로 청구됐기 때문에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를 도입해 이보다 낮은 실제 거래 가격으로 신고되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상한금액의 차액 30%를 환자에게 주고 70%를 요양기관에 주는데 엄격히 말하면 공단이 재정을 추가로 주는 것이 아니고 다음연도 약가인하 기전에 대해 전체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제도라는 것.

또 리베이트라는 지적에는 "아무래도 투명하지 못한 가격을 투명화하는데는 초기비용이 든다"며 "양심적인 실제 거래비용을 신고하는 곳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의도로 제도가 시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형'이라는 제도 명칭에 대한 논란에도 "엄격히 말하면 실제 구매가격의 차액을 인센티브 주기 때문에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지만, 네이밍을 신경쓰다보니 '시장유통가격'을 모아 본다는 의미로 '시장형'이 됐다"고 풀이했다.

감면규정이 많아 약가인하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는 "혁신신약을 위한 R&D를 투자하는 업체에 대해 정부가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부공익신고 포상금 강화 등의 제안에 대해서는 "법령이 정한 최소한의 원칙을 벗어나는 것으로 모럴해저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약가제도개선협의체에서는 재정 절감효과가 있어 제도를 유지하자는 의견도, 일부는 여러문제점이 있어 새로운 대체기전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다"며 "두 가지 방향 모두 심도있게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굴 속에서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자기 소리만 들리지만, 그 소리가 항상 진실일 수는 없다"며 "내가 주장하는 제도의 폐단과 폐해는 무엇이고 새롭게 하는 것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을 맺었다.

한편 이번 토론에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병희 교수를 좌장으로 제약협회 갈원일 전무,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정책위원,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맹호영 과장, 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본부 유근춘 연구위원, 소비자를 위한 시민모임 황선옥 부회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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