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 효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CCORD·ADVANCE·VADT 등 심혈관사건 임상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에서 당화혈색소(A1C) 1% 대의 감소가 비치명적 심근경색증의 상대위험도를 15% 가량 줄였지만 뇌졸중 또는 전체 사망률 면에서는 혜택이 없었다(Diabetologia 2009;52:2288-2298). 하지만 ORIGIN 연구결과에 근거해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상태에서 기저시점의 A1C 수치가 낮고 이환기간이 짧은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는 집중 혈당조절의 혜택이 있을 수도 있다”는 설명을 추가했다. 가이드라인은 “따라서 환자 개개인의 연령, 제2형당뇨병 이환기간, 심혈관질환 병력 등에 따라 집중 혈당조절 전략이 맞춤형으로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가이드라인은 UKPDS 연구를 근거로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장기적인 대혈관합병증 위험의 감소를 위해 혈당조절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대사기억(metabolic memory) 가설을 들어 “초기에 혈당을 제대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도 첨언했다.

메트포르민 대혈관합병증 예방효과 두각
UKPDS 연구(Lancet 1998;352:837-853, 854-865)는 신규 당뇨병 진단 환자에서 생활요법 또는 약물을 통한 적극적 혈당조절의 합병증 예방결과를 비교했다. 약물치료는 설포닐우레아 또는 인슐린과 함께 과다체중인 하위그룹 환자에게는 메트포르민을 투여했다.

10년 관찰기간 동안 설포닐우레아 또는 인슐린 치료그룹의 경우, 당뇨병 관련 종료점(대혈관 및 미세혈관합병증)에서 생활요법군 대비 12%의 위험도 감소효과를 보였다(P=0.029). 이는 대부분 미세혈관합병증의 상대위험도 감소효과(25%, P=0.0099)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심근경색증, 당뇨병 기인 사망, 전체 사망률의 상대위험도 감소는 각각 16%(P=0.052), 10%(P=0.34), 6%(P=0.44)로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치 못했다.

하지만 메트포르민을 투여받은 과다체중 하위그룹은 당뇨병 관련 종료점의 상대위험도(32%, P=0.002)와 더불어 심근경색증(39%, P=0.010), 당뇨병 기인 사망(42%, P=0.017), 전체 사망률(36%, P=0.011) 모두에서 생활요법 대비 유의한 상대위험도 감소효과가 확인됐다.

초기 적극 혈당조절 대사기억 가설 지지
UKPDS 연구가 완료된 후 또 다른 10년간 내원과 설문을 통해 진행된 생존자들의 미세·대혈관합병증 및 사망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도 발표됐다(NEJM 2008;359:1577-1589). 모니터링 완료시점에서 설포닐우레아 그룹 생존자들의 생활요법군 대비 당뇨병 관련 종료점 감소는 9%(P=0.04)로 통계적 유의성을 유지했다. 미세혈관합병증(24%, P=0.001)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불어 심근경색증(15%, P=0.01)과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13%, P=0.007)조차 UKPDS 당시와 달리 유의성에 도달했다. 메트포르민 치료 생존자 그룹은 당뇨병 관련 종료점(21%, P=0.01), 심근경색증(33%, P=0.005),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27%, P=0.002)에서 보다 큰 혜택으로 이어졌다<표 1,>. 메트포르민은 혈당조절에 이은 장기적인 심혈관질환 예방효과에 근거해 현재 대부분의 당뇨병 가이드라인에서 1차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

집중 혈당조절 심혈관사건 예방 효과 연구 잇따라 발표
2000년대 들어서는 당뇨병 환자에서 조기의 적극적인 혈당조절의 임상혜택에 대한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어 가면서, 집중 혈당조절 요법(intensive glucose control therapy)의 심혈관사건 예방효과에 대한 연구들이 줄줄이 발표됐다. 이들 연구는 기존보다 혈당 목표치를 낮춰 잡는 집중적인 혈당강하를 통해 당뇨병 환자의 대혈관합병증을 조금이라도 더 줄여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세 연구 모두에서 집중 혈당조절 전략이 심혈관합병증 감소에 큰 혜택을 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2>.

왜 혜택 없었나?
ACCORD와 ADVANCE 환자의 평균 연령은 62~66세였다. 당뇨병 이환기간 또한 평균 10년과 8년으로 상당히 길었다. 재향군인(veterans) 환자 대상의 VADT 역시 평균 연령이 60세로, 7.5년에 이르는 장기 추적·관찰이 실시됐다. 이들 연구에서 젊은 연령대 및 초기 환자의 상당 부분이 배제됐음을 의미한다. 노령과 함께 고혈당 기간이 장기간 지속될수록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가 악화돼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결국 이 같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들에서 심혈관합병증 혜택을 위한 집중 혈당강하 전략이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VADT는 시험시작 시점 평균 A1C 수치가 9.5%였으며 40%가 과거 심혈관사건 병력이 있었다. 또한 이상지질혈증 50%, 고혈압 80%에 대부분이 비만이었다. ACCORD와 ADVANCE 역시 과거 심혈관사건 병력자가 35%와 32%였으며, 심혈관 위험인자가 동반된 고위험군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상 두 가지 요인을 고려한다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집중적인 혈당조절이 최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적정 시기를 놓쳤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당뇨병 이환기간이 길어 고혈당에 장기간 노출됐고, 이 과정에서 위험인자의 동반으로 동맥경화나 여타 표적장기손상이 상당 부분 진행될 수 있다. 결국 이 시점에서의 적극적인 혈당강하는 심혈관합병증 개선과 관련해 큰 혜택을 얻기 어렵다는 추론이 이 연구들을 통해 가능해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집중 혈당강하를 무턱대고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기에 환자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적극 혈당조절을 시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DPP-4 억제제 계열 당뇨약이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심혈관 위험성을 높이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동안 로시글리타존 규제 이후 당뇨약 전반으로 심혈관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잔존했는데 이번 연구발표를 계기로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 2013 연례학술대회에서는 삭사글립틴과 알로글립틴 두 제제의 안전성을 검증한 대규모 연구가 잇달아 발표됐다. 각각의 연구명은 SAVOR-TIMI 53과 EXAMINE이다.

최종 결과, 삭사글립틴의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비치명적 심근경색증·비치명적 뇌졸중 등 종합적인 심혈관사건 발생률은 7.3%로 위약(7.2%)과 거의 같았다. 알로글립틴도 11.8%로 위약(11.3%)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울러 부작용으로 보고됐던 췌장염 과 암 발생률 또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두 연구는 2007년 로시글리타존 파동 이후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이후 승인하는 당뇨약에 대해 안전성 검증 데이터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면서 이뤄진 대규모 임상시험이다.

따라서 수천, 수만명을 대상으로 혈당강하 효과가 아닌 안전성(심혈관사건)을 우선적으로 검증했고 그 결과 위약과 유사하는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특히 연구에 참여한 환자 대다수가 한 가지 이상의 심혈관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고위험 그룹이었고 이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스타틴, 항고혈압약, 아스피린, 항혈소판제(항응고제) 등을 중복적으로 복용하고 있었다. 알로글립틴 연구인 EXAMINE의 경우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군도 포함됐다.

대한당뇨병학회 김성래 홍보이사(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을 보면 상당수가 심뇌혈관질환 고위험 환자군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해 추가적인 위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이 점은 심혈관질환 위험성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게도 DPP-4 억제제를 안전하게 처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거의 모든 환자들이 많은 심혈관계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뇨약을 하나 추가한다고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추가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추측할 수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DPP-4 억제제가 심혈관질환 위험성을 추가로 높이지 않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두 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성 외에도 그 간 DPP-4 억제제에서 보고됐던 췌장염과 암 위험도 관찰했다. 삭사글립틴의 경우 췌장염을 증상에 따라 급성·만성 등 세부적으로 관찰했는데 모든 군에서 위약과 유사했고, 암 발생도 3.9%로 오히려 위약보다 낮았다. 알로글립틴도 췌장염, 암에서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외 주요 심각한 저혈당증도 없었다.

김성래 교수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췌장염과 암 위험 관계에 대한 의혹도 풀렸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나올 유사한 연구도 같은 결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많다. 현재 리나글립틴은 CAROLINA 연구를, 시타글립틴은 TECOS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조건은 조금씩 다르지만 고위험군이 참여한다는 공통점은 같다.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는 “근래 임상시험에서 대조군 역할을 하고 있는 기존 치료군이 관리가 잘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나오는 신약들에서도 심혈관질환 관련 임상혜택의 입증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남은 관심은 앞으로 DPP-4 억제제에 대한 처방확대 여부다. 전문가들은 사상 유례 없는 환자 모집단으로 심혈관사건을 검증했다는 점은 일선 개원의들에게 처방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라면서도, 이미 처방 패러다임이 DPP-4 억제제로 전환돼 파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어 이번 연구가 DPP-4 억제제 시장의 호재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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