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ZD 시대의 개막
1999년 FDA는 제2형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단독 또는 메트포르민과의 병용요법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티아졸리딘디온계(TZD) 경구 혈당강하제 로시글리타존을 승인했다. 당시 이 약제는 인슐린저항성 개선효과로 인해 당뇨병 치료는 물론 심혈관합병증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심혈관합병증은 이후 로시글리타존의 발목을 잡는 복병으로 등장한다.

같은 해에는 동 계열의 피오글리타존이 승인되면서 바야흐로 TZD 시대가 문을 열었다. 로시글리타존은 2001년 심부전 위험이 공지됐지만, 2006년에는 당뇨병 예방효과(DREAM 연구)와 장기간 혈당조절 효과(ADOPT 연구)에 대한 보고 등을 등에 엎고 블록버스터급 약물로서의 롱런 가도를 예고했다. 하지만 2007년 들어 심혈관 부작용 위험에 관한 메타분석 결과가 발표되면서, FDA가 박스경고문 삽입을 결정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했다.

FDA 자문위 “판매지속” 권고
심혈관 부작용 위험을 볼 수 있던 유일한 임상연구인 RECORD 결과가 2009년 발표된 이후 로시글리타존의 생사 여부에 대해 FDA 자문위원회는 시장잔류를 권고했다. 2010년 열띤 논의를 거친 자문위는 최종 투표에서 총 33명의 패널 가운데 20명이 시장잔류를, 12명은 퇴출을 권고했다. 이로써 2007년에 이어 다시 한번 심판대에 올랐던 로시글리타존은 “판매를 지속하는 것이 좋겠다”는 자문위의 판결에 대한 FDA의 최종 결정을 기다려야 했다.

자문위 권고는 로시글리타존이 여전히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유용한 약물이라는 데 다시 한번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심혈관 부작용 위험에 대한 우려가 가신 것은 아니었다. 시장잔류를 권고한 20명 역시 세부 선택에서 높아진 우려를 반영했다. 판매지속 쪽에 선 패널 가운데 7명은 제품라벨에 이전보다 강력한 경고를 추가해야 한다는 안을 택했다. 10명은 로시글리타존 판매에 있어 이전보다 강력한 경고에 더해 엄격한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는데 표를 던졌다.

심혈관 안전성 ‘갑론을박’
퇴출 찬성론자들은 일련의 메타분석·관찰연구 결과를 지지하고 RECORD 연구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심혈관 부작용 위험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피력했다. 반대의견을 펼친 이들은 메타분석·관찰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는 동시에 RECORD 결과의 과학적 신뢰도를 옹호하며 혜택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퇴출을 요구하는 측은 로시글리타존이 동 계열의 피오글리타존과 비교해 이점이 없다는 주장을 핵심논리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힘든 메타분석이나 관찰연구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문제제기의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시장잔류에 무게를 두는 쪽은 심혈관 부작용 위험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RCT)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당시 논쟁에서 RECORD 연구결과가 핵심으로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RECORD 연구
RECORD 연구(Lancet 2009;373:2125-2135)의 검증목표는 로시글리타존을 고혈당치료의 병용요법에 사용시 메트포르민과 설포닐우레아계의 병용과 비교해 심혈관 부작용 위험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규명하는 것이었다. 메트포르민 또는 설포닐우레아계 단독요법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제2형당뇨병 환자(4447명)들을 로시글리타존 추가 그룹과 두 단일요법을 서로 병용한 그룹으로 배정해 평균 5.5년간의 치료·관찰이 진행됐다. 비열등성(non-inferiority)을 입증하는 연구였기 때문에, 로시글리타존군의 1차 종료점 위험비(hazard ratio, HR)가 1.20을 넘지 않으면 시험군과 대조군의 심혈관 부작용 위험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정의했다.

심혈관 원인의 입원 또는 사망을 본 1차 종료점의 복합빈도는 로시글리타존군 321명 대 대조군 323명이었다. 위험비가 대조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HR 0.99, P=0.93). 사망률(HR 0.86, P=0.19), 심혈관 원인 사망(HR 0.84, P=0.32), 심근경색증(HR 1.14, P=0.47), 뇌졸중(HR 0.72, P=0.10), 주요 심혈관사건 MACE(HR 0.93, P=0.50)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특히 심근경색증을 제외한 여타 사건들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지만 로시글리타존군에서 오히려 낮은 경향을 보였다.

반면 로시글리타존군의 심부전 발생빈도는 대조군에 비해 2배 가량 높았다. 골절은 상지와 하지 원위부를 중심으로 주로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심혈관 부작용 위험에 대한 주장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심근경색증은 위험증가 가능성을 배제하기에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로시글리타존군의 심근경색증 위험비가 1.14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아니었으나, 다소 증가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로시글리타존과 심근경색증의 상관관계에 대해 “결론 도출이 어렵다(inconclusive)”는 견해를 밝혔다.

사용전략 팁 제시
RECORD 연구는 로시글리타존이 여타 경구혈당강하제와 비교해 전반적인 심혈관사건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심부전이나 골절 위험증가 등 기존에 제시됐던 부작용 위험은 재확인됐다. 한편 심근경색증의 위험도와 함께 허혈성 심질환 병력자로 구성된 하위그룹에서 심혈관사건 위험도가 유의하지는 않았지만 다소 증가했다는 점은 여전히 쟁점이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RECORD 결과를 근거로, 현재까지 알려진 금기 및 경고사항이 지켜지는 한에서 의사들이 당뇨병 환자에게 로시글리타존을 처방하는 데 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신중하고 적절하게 선택된 환자에게 사용할 경우, 심혈관 관련 유병 또는 사망률 증가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신뢰도 문제제기…TIDE 연구 주목
한편 RECORD 연구는 자문위로부터 신뢰도와 관련해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FDA 리뷰어 중 한명인 Thomas Marciniak 박사는 “연구의 디자인 및 실행과 관련해 심혈관 부작용에 미치는 영향이 발현되더라도 경향을 발견하기 힘들도록 편향(bias)이 개입됐다”고 말했다. “때문에 로시글리타존의 심혈관 안전성 증거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부소장인 Ellis Unger 박사는 “연구의 결과가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FDA의 최종권고는 이미 내려졌지만, 논쟁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따라서 최대 관심사는 TIDE 연구에 집중됐다. 시판 후 임상연구로 당뇨병 환자에서 로시글리타존을 피오글리타존 또는 위약과 비교해 주요 심혈관사건(MACE) 위험을 증가시키는지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물증 부족하지만 일단 ‘유죄’
로시글리타존의 심혈관 부작용 위험에 대한 두번째 논란은 일단 유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010년 9월 FDA와 유럽의약국(EMA)은 로시글리타존과 해당 성분 제제에 대한 규제조치를 발표했다. FDA가 엄격한 규제 하에 판매유지, EMA는 판매허가 중지를 권고하면서 결론이 갈렸다.
박스경고문 추가로 대변되는 2007년 FDA의 결정을 1심에 비유한다면, 2심 판결에 해당하는 2010년의 조치는 양 대륙 간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보다 치명적인 규제를 담고 있었다. FDA의 결정으로 로시글리타존은 퇴출은 면했지만, 당뇨병 환자 전반에 적용하기 어려운 약제라는 상처를 깊이 각인받았다. 1심의 조치가 ‘꼬리표’ 정도에 해당한다면, 2심 결과는 ‘주홍글씨’급으로 규제의 성격과 정도도 확연히 달랐다.

FDA는 “자국의 의약품 위험평가 및 완화전략(REMS) 프로그램 실행과 함께 신규 대상자의 경우 여타 약제로도 혈당조절이 안되고, 의학적 이유로 피오글리타존 투여가 어려울 때에만 로시글리타존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혜택이 확인되고 약물의 위험에 대해 인지했음을 인정한 경우에 투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경고문만 추가하고 직접적인 제한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2007년과 비교하면 상당히 구체적인 명시를 담고 있다. 유럽은 한 발 더 나아가 “로시글라타존 성분의 항당뇨병제(아반디아, 아반다메트, 아바글림)의 판매중지를 권고한다”며 “이들 약물은 향후 수 개월 안에 유럽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공표했다.

최종판단 유보…RECORD 재검토 요구
그런데 좀더 깊이 들여다 보면, FDA와 EMA 모두 로시글리타존의 심혈관 부작용에 대한 최종 판단을 유보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유죄 확정을 위한 물증이 아직 부족하지만,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일단 유죄를 추정한다’는 식의 접근방식이 짙게 드리워 있었다. 당시 FDA 결정의 당사자인 Janet Woodcock 약물평가연구센터 소장은 별도의 문서를 통해 “로시글리타존과 관련한 위험의 존재 및 정도에 관한 정보가 서로 상반되기 때문에, 심혈관 안전성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RECORD 연구에 대한 분석과 재평가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에 FDA는 로시글리타존의 제조·판매사에 RECORD 연구의 주요 결과에 대한 재검토를 위해 독립적인 과학자그룹을 소집하도록 요구했다. EMA는 해당 조치가 퇴출(withdrawl)이 아닌 잠정적인 판매의 중단을 의미하는 중지(suspension)라는 점을 강조, “회사측이 로시글리타존의 혜택이 위험을 상회한다는 확실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이번 권고가 유지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제품의 위험 대비 혜택에 관한 보다 명확하고 강력한 데이터가 나온다면 규제가 풀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기다려지는 3심
로시글리타존의 심혈관 부작용 논란은 다시 3심을 향해 방향을 틀어야 했다. 최종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 향후 논의의 열쇠 역시 RECORD 연구가 쥐고 있었다. FDA는 당시 진행 중인 TDIE 연구의 중단을 규제조치에 포함시켰다. 로시글리타존과 피오글리타존의 심혈관 부작용 위험을 비교할 수 있었던 TIDE 연구는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새로운 열쇠로 인식돼 왔으나, 풀어야 할 자물쇠에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EMA 역시 보다 명확하고 강력한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지만, 새로운 연구가 힘든 상황에서 기존 데이터의 재분석 결과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주홍글씨 지울 수 있나
두 규제당국이 어떠한 의도로 이 같은 결정에 도달했느냐를 떠나 결과적으로 로시글리타존의 생명이 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만만치 않았다. FDA도 판매유지를 결정했지만, 해당 조치로 미국의사들이 해당 약제를 처방하기 위해 넘어야 할 차단막이 너무 많이 처졌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심혈관 부작용 논란을 촉발시킨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의 Steve Nissen 박사는 “FDA의 규제조치가 실제 현장에서는 사용중지와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며 퇴장 수순을 기정사실화했다. 유럽에서는 처방의 길이 막혔고, 미국에서도 여타 계열 약물의 뒤로 순위가 한참 밀려났다. 로시글리타존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신하지 않는 한 의사들이 처방전에 이 약의 이름을 새겨 넣기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였다. 2010년 새겨진 주홍글씨는 그 만큼 치명적인 결과를 내포하고 있었다.

심혈관 안전성 재논의…FDA “규제 풀어야”
2013년 6월 FDA 자문위는 로시글리타존의 심혈관 안전성에 관한 재논의에 돌입했다. 요구했던 RECORD 연구에 대한 재평가 결과(American Heart Journal 2013;166:240-249)가 발표된 시점이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FDA는 자문위 권고를 기반으로 “로시글리타존의 처방과 사용에 대한 특정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공표했다. 항당뇨병제 표준요법과 비교해 로시글리타존 치료환자의 심근경색증 또는 사망 위험이 높지 않았다는 RECORD 재평가 결과에 근거한 결정이었다.
FDA는 “RECORD 연구결과, 2007년 메타분석에서 보고된 심근경색증 위험 증가의 징후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이에 근거해 로시글리타존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줄었다”고 처방규제 완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조치가 완결되면 더 이상 로시글리타존의 적응증(처방)이 특정 환자로만 국한되지 않으며, 여타 약물과 같이 제2형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개선에 운동 및 식이요법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적응증이 허용된다.
FDA의 결정을 들여다 보면 그 간의 심혈관 안전성과 관련한 논란을 종식시키고자 한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로시글리타존과 피오글리타존의 심혈관 부작용 위험을 비교하는 TIDE 연구가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언급이 이 같은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RECORD 연구를 통해 로시글리타존의 심근경색증 증가 위험이 없다는 쪽으로 최종 판결을 내린 것이다.

로시글리타존 부활?…병 주더니 이제와 약 준다고!
이제 임상현장의 관심은 로시글리타존이 부활할 수 있겠냐는데 집중되고 있다. 부활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은 지난 2007·2010년의 과정에서 로시글리타존의 생명이 거의 다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 때문이다. 최종 판결과는 달리 1·2·3심을 거치면서 로시글리타존은 당뇨병 환자에게 전반적으로 사용하기 힘든 약이라는 낙인이 찍혀졌다. 2010년 당시만 해도 내분비 전문의들은 로시글리타존의 적용과 관련해 적절한 환자 선택만 이뤄진다면 위험 대비 혜택을 얻을 수 있다며 맞춤치료 약제로 포지셔닝을 해 왔지만, 치명적인 규제조치 이후 처방량은 급감했다. 혹자는 거의 빈사 상태로 타격을 가해 놓고, 이제 와서 본의는 아니었다며 약을 발라주는 격이라고 해석한다.

■ RECORD
/ 제2형당뇨병 환자의 경구 혈당강하제 병용요법에서 로시글리타존의 심혈관 아웃컴 평가

Lancet 2009;373:2125-2135

배경·목적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로시글리타존 추가요법의 심혈관 임상결과(outcomes) 및 안전성을 검증키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방법
메트포르민 또는 설포닐우레아 단독요법으로 치료받고 있는 제2형당뇨병 환자 4447명을 대상으로 했다. 환자들의 평균 당화혈색소(A1C) 수치는 7.9%였으며, 단독요법에 로시글리타존을 추가한 그룹(이하 로시글리타존군 2220명) 또는 두 단독요법을 병용한 그룹(대조군 2227명)으로 나눠 평균 5.5년간의 치료·관찰이 진행됐다. 1차 종료점은 심혈관 원인의 입원 또는 사망을 평가했다.

결과
두 그룹의 1차 종료점 발생은 321명 대 323명으로 대조군 대비 로시글리타존군의 상대위험도가 높지 않았다(hazard ratio 0.99, P=0.93). 로시글리타존군의 상대위험도는 모든 원인의 사망(hazard ratio 0.86, P=0.19), 심혈관 원인의 사망(hazard ratio 0.84, P=0.32), 심근경색증(hazard ratio 1.14, P=0.47), 뇌졸중(hazard ratio 0.72, P=0.10), 주요 심혈관사건(hazard ratio 0.93, P=0.50) 모두에서 대조군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심부전의 경우 로시글리타존군의 빈도가 61명으로 대조군(29명)과 비교해 유의하게 높은 수치를 보였다(hazard ratio 2.10, P=0.0010). 골절위험은 상지와 하지 원위부를 주 병변으로, 로시글리타존군에서 더 많이 발생했으며(relative risk 1.57, P<0.0001), 대부분 여성에서 확인됐다. A1C의 조절 정도는 로시글리타존군이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다.

결론
연구팀은 “심근경색증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에 대한 데이터가 확정적이지는 못하지만(inconclusive), 로시글리타존이 여타 표준 약물요법과 비교해 전반적인 심혈관 유병 또는 사망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