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글라진과 암 위험 논란 다시보기
인슐린글라진과 암 위험 논란 다시보기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4.01.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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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내분비 학계는 혈당강하 요법의 안전성과 관련해 또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유럽당뇨병학회(EASD) 저널 Diabetologia에 인슐린 제제인 인슐린글라진과 암 발생 위험의 잠재적 연관성에 대한 4개 코호트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부터다. 로시글리타존의 심혈관 안전성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나 싶더니, 쉴 틈도 없이 인슐린유사체 논란이 불거졌다. 지금이야 ORIGIN 임상연구를 통해 인슐린글라진이 암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공식 보고돼 있지만, 당시의 관찰연구 결과는 진위 또는 인과관계 여부를 떠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던 인슐린요법의 임상적용에 혼란을 초래했다.

인슐린요법의 전환점
미국당뇨병학회(ADA)와 EASD는 2007년 발표한 ‘고혈당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인슐린 투여시기를 앞당겨 권고했다. 생활요법과 메트포르민 1차선택에 이어 2차 병용단계에서부터 기저인슐린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구 혈당강하제의 최고 용량 또는 약물병용의 실패 후에야 비로소 인슐린요법을 고려해 온 임상현장의 진료패턴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였다. 이에 따라 고혈당 관리 전략에 있어 인슐린요법의 역할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발목 잡은 코호트연구
이렇게 중차대한 시점에 인슐린글라진과 암 발생 위험의 잠재적 연관성에 관한 코호트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당시 Diabetologia에 4개 코호트연구와 함께 실린 논평은 “연구에서 제시된 데이터가 질문을 성립시키기에는 충분하지만, 판결을 내리기에는 불충분하다”고 평했다. 학계의 전반적인 평가 역시 “각각의 결과가 상충되며(conflicting),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inconclusive)”는 쪽으로 기울었다.

독일에서 진행된 첫 코호트 연구에서는 휴먼인슐린과 비교해 인슐린글라진의 용량 의존적 암 위험 증가가 관찰됐다. 스웨덴 연구는 인슐린글라진 단독그룹의 유방암 빈도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했다. 반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연구에서는 휴먼인슐린 또는 비인슐린글라진 그룹과 비교해 전반적인 암 발생과의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찰연구의 한계(inconclusive)를 배제한다고 해도 2 대 2의 스코어(conflicting)였다.

또한 이들 관찰연구는 치료그룹의 인구통계학적(demographic) 차이를 줄이기 위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암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만, 유방암 가족력, 연령, 당뇨병 타입 등의 변수가 작용했을 수 있음을 배제하기 어렵다. 관찰기간이 일반적으로 암 위험 증가를 평가하는데 필요한 기준보다 짧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학계의 발빠른 움직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로시글리타존 논란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학계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전 파동의 혼란을 목격한 터라 좀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냉철한 대처를 주문했다.

Diabetologia를 발간하는 EASD는 “이번 결과에 근거해 인슐린글라진의 사용을 중단해서는 안된다”며 의사와의 상담 없이 인슐린 치료에 변화를 주지 말도록 요구했다. ADA는 한 발 더 나아가 “연구들의 결과가 상충되고 특정 인슐린 제제가 여타 제제와 비교해 암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며 “인슐린요법에 대한 우려가 있는 환자들은 의사와 상담해야 하고, 더 많은 데이터가 확보되기 전까지는 이번 결과에 근거해 인슐린 투여를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규제당국도 나섰다. 유럽의약국(EMA)은 “현재로서는 치료의 변화를 권고하지 않는다”며 “인슐린글라진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투여를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공표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역시 “연구들 각각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고, 치료그룹 환자의 특성 차이가 암 위험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며 의사와의 상담 없이 해당 데이터에 근거해 인슐린 치료를 중단하지 말도록 권고했다.

당뇨병과 암 위험
당뇨병과 암 위험의 잠재적 연관성에 대한 보고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 당뇨병 환자 사망원인의 70~80%를 차지하는 심혈관 합병증 위험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스티븐 쿨린(Steven S. Coughlin) 등은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분석에서 당뇨병이 대장암, 췌장암, 여성 유방암, 남성 간암의 독립적 위험인자가 될 수 있음을 보고했다(Am J Epidemiol 2004;159:1160-1167). 2005년에는 우리나라 환자 대상의 역학조사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보고됐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팀의 발표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공복혈당 126mg/dL 이상)의 암 사망률이 정상인(공복혈당 90mg/dL 이하)과 비교해 남자는 27%, 여자는 37%나 높았다(JAMA 2005;293:194-202).

인슐린 증식작용
학계에서는 잠재적 연관성의 원인 중 하나를 인슐린의 증식작용으로부터 추정하고 있다. 인슐린은 체내에서 두 가지 작용을 한다. 하나는 주된 임무인 혈당조절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매우 낮은 강도의 증식작용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IGF-1(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 insulin-like growth factor type 1)이다. IGF-1은 기능과 구조 면에서 인슐린과 매우 높은 상동성을 갖는 호르몬으로 주로 세포분화·증식에 관여한다. 이 호르몬 역시 인슐린 수용체와 IGF-1 수용체에 모두 결합하는데 인슐린과 달리 증식이 주 임무다.

인슐린이 인슐린 수용체에 결합하면 주로 혈당조절과 함께 아주 약한 세포증식 결과를 보이게 된다. 반면 IGF-1 수용체는 이와 반대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다행스럽게도 체내 인슐린은 인슐린 수용체와 IGF-1 수용체에 대한 친화력이 500 대 1 정도로 대부분 인슐린 수용체에 결합해 작용한다.

하지만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해(인슐린저항성) 체내 인슐린 요구량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장시간 높은 농도를 유지하면(고인슐린혈증) IGF-1 수용체와의 결합이 증가해 증식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증식으로 인한 잠재적 문제의 가능성이 제2형당뇨병에서 두드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2형당뇨병은 인슐린저항성 - 고인슐린혈증 - 베타세포 기능장애 - 췌장 기능부전 - 인슐린 결핍의 단계를 거쳐 이환된다. 이 과정에서 증식의 문제가 발생하고 이것이 비정상적 세포증식의 결과인 암 또는 망막증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가설이다.

왜 인슐린유사체인가?
휴먼인슐린의 경우 체내에서 분비되는 인슐린과 동일하기 때문에 인슐린 수용체나 IGF-1 수용체와의 친화성에 변화가 없다. 반면 인슐린유사체는 작용시간을 늘리기 위해 인슐린의 단백질 구조를 변형시킨 약물이다. 미국내분비학회(The Endocrine Society)는 인슐린유사체 논란과 관련 “인슐린 아미노산 서열의 유전자재조합 과정에서 호르몬 구조 및 수용체 결합력이 바뀌어 잠재적으로 인슐린의 증식활동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휴먼인슐린과 인슐린유사체의 수용체 결합력 차이는 2000년 발표된 연구(Diabetes 2000;49:999-1005)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장시간형 기저인슐린(인슐린유사체)을 대표하는 인슐린글라진과 인슐린디터머의 수용체 친화성 차이도 엿볼 수 있다. 휴먼인슐린의 IGF-1 수용체 친화성을 100으로 봤을 때 인슐린글라진은 641±51, 인슐린디터머는 16±1로 차이를 나타낸다. 증식활동의 잠재력을 나타내는 Mitogenic potency 역시 인슐린글라진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동전의 양면이 있듯이 혈당조절 효과와 연관되는 인슐린 수용체와의 친화성은 정 반대의 양상이다. 휴먼인슐린보다는 모두 낮지만 인슐린글라진(86±3)이 인슐린디터머(46±5)와 비교해 높다. 혈당조절의 잠재력을 대변하는 Metabolic potency도 인슐린글라진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인다. 이 결과는 인슐린유사체의 수용체 친화력이 휴먼인슐린과 다르고, 인슐린유사체 내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슐린글라진의 반격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인슐린이 특정한 경우에 증식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보고들이 4개 코호트 연구결과에 편승해 전반적으로 암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쪽으로 확대 해석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인슐린글라진은 이를 방증하듯 논란이 촉발된지 꼭 3년만에 반격에 나섰다.
2012년 ADA 학술대회에서는 인슐린글라진의 암 위험 증가 의혹을 반박하는 과학적 근거들이 일제히 발표됐다. 이들 연구는 고혈당 약물치료의 2차선택으로서 기저인슐린(인슐린글라진) 조기투여의 혈당조절 효과와 더불어 인슐린글라진이 심혈관질환이나 암 위험증가와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놓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가운데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당뇨병전단계와 초기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슐린글라진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한 ORIGIN 임상연구 결과가 최고의 관심사였다. 연구에서 인슐린글라진은 표준요법과 비교해 1차 종료점인 심혈관사건 빈도를 증가시키지도 감소시키지도 않으며 중립적 효과를 나타냈다. 반면 2차 종료점이었던 당뇨병은 상대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키며 혈당조절 효과를 드러냈다. 또 다른 2차 종료점이었던 암 부문에서 인슐린글라진은 표준요법에 비해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다. 심혈관사건 감소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당뇨병 예방효과와 함께 그 간의 암 증가 위험에 대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 ORIGIN / 혈당 이상 환자에서 기저인슐린과 심혈관질환 및 여타 임상결과의 개선
NEJM 2012;367:319-328·ADA 2012

배경·목적
공복혈당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기저인슐린 치료를 통해 심혈관사건을 낮출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 가설일 뿐 공식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다.
당뇨병전단계를 포함해 혈당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에서 기저인슐린과 심혈관질환 또는 암 등의 연관성을 밝히고자 했다.

방법
평균 63.5세의 연령대로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있는 공복혈당장애(IFG), 내당능장애(IGT), 또는 제2형당뇨병 환자 1만2537명을 대상으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를 실시했다. 환자들은 인슐린글라진(공복혈당 목표치 95mg/dL 이하) 또는 표준요법, n-3지방산 또는 위약군에 2×2 방식으로 배정돼 치료를 받았다.

1차 종료점은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비치명적 뇌졸중, 심혈관 원인의 사망에 혈관재형성술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추가해 복합빈도를 평가했다. 미세혈관합병증, 당뇨병, 저혈당증, 체중, 암 등의 결과도 비교가 진행됐다.

결과
6.2년(중앙값)의 관찰결과, 연간 100명당 1차 종료점 복합빈도는 인슐린글라진군 2.94명 대 표준요법군 2.85명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hazard ratio 1.02, P=0.63). 2차 종료점 역시 연간 100명당 5.52명 대 5.28명으로 의미있는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hazard ratio 1.04, P=0.27). 기저시점에서 당뇨병이 없었던 환자들 가운데에서는 총 1456명이 신규로 당뇨병을 진단받았는데, 두 그룹의 빈도는 30% 대 35%로 인슐린글라진군이 유의하게 낮았다(hazard ratio 0.80, P=0.05). 암 발생 빈도는 두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다(hazard ratio 1.00, P=0.97). 한편 저혈당증은 연간 100명당 1.00명 대 0.31명, 체중은 +1.6kg 대 -0.5kg으로 인슐린글라진군의 위험도가 다소 높았다.

결론
연구팀은 “공복혈당 정상화를 위해 6년 이상 인슐린글라진 치료를 실시한 결과, 심혈관질환과 암 발생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신규 당뇨병을 감소시켰고 저혈당증과 체중은 다소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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