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습관 개선 함께 초기부터 적극 약물치료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해 11월에 개최한 국제당뇨병및대사질환컨퍼런스(ICDM)·아시아당뇨병학회(AASD)에서 ‘당뇨병 진료지침 2013 업데이트’판을 선보였다. 이번 진료지침 업데이트의 핵심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전략이다. 경구용 약물과 GLP-1 수용체 작용제 관련 내용을 수정했고, 치료 알고리듬에도 큰 변화를 줬다.

ICDM에서 진료지침을 발표한 순천향의대 김철희 교수(순천향대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혈당조절에 대한 위험 대비 혜택 관련 연구들, 새로운 계열의 신약, 미국당뇨병학회(ADA)·유럽당뇨병학회(EASD) 등 외국 학회의 가이드라인들을 검토해 환자 중심의 약물치료 알고리듬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활용에도 초점을 맞췄다.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약물을 기반으로 기술했고, 국내 임상자료의 유무와 경제적인 측면도 고려했다. 또 구성에서도 권고안만 별도로 모아 진료현장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치료전략 및 약물 관련 내용
업데이트 진료지침에서는 초기부터의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강조하고 있다. 치료전략 권고사항에서 당뇨병 진단 후 적극적인 치료를 강조한 부분은 동일하다. 하지만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생활습관개선을 우선 2~3개월 시행한 후 약물을 투여하도록 한 부분을, 처음부터 생활습관개선과 함께 약물치료를 시행하도록 했다. 초기부터의 약물치료에 비중을 둔 것이다.

병합요법에서는 다른 기전의 약물과 포함된 병용요법을 우선적으로 권고했다. 기존 진료지침에서는 단독요법에 실패할 경우 증량하거나 다른 기전의 약물을 병용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업데이트 진료지침에서는 다른 기전의 약제와 병합요법을 우선적으로 권고했고, 단일약물의 최대용량 증량은 혈당조절 효과 및 부작용을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사용할 수 있는 약물들에 대한 설명도 업데이트 했다. 우선 체중증가와 저혈당혈증 여부를 추가적으로 제시했다. 설포닐우레아, 티아졸리딘디온, 메글리티나이드는 체중 증가,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체중을 감소시키는 약물로 설명했다. 설포닐우레아, 메글리티나이드는 저혈당혈증 위험도를 높인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DPP-4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에 대한 내용이 대거 업데이트됐다. DPP-4 억제제에서는 기존 시타글립틴, 빌다글립틴에 삭사글립틴, 리나글립틴, 제미글립틴, 알로글립틴이 약물목록에 더해졌다. 작용기전에는 식후 고혈당 개선,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고, 주의사항에는 췌장염 위험도 관련 내용과 빌다글립틴의 유당불내성에 대한 금기 내용을 추가했다.

GLP-1 수용체 작용제에도 기존 엑세나타이드에 리라글루타이드, 엑세나타이드 QW가 더해졌다. 효과에는 식욕감소, 식후 고혈당 개선에 대한 설명을 추가했고, 단독요법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당화혈색소(A1C) 범위를 기존 0.5~1.0%에서 0.8~1.5%로 상향조정했다. 주의점에는 DPP-4 억제제와 마찬가지로 췌장염 위험을 추가했고, 중증 간·심부전, 염증성 장질환, 당뇨병성 위마비 위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갑상선수질암 가족력·과거력이 있을 경우에는 투여하지 않도록 했다.

제2형당뇨병 치료 전략 알고리듬
제2형 당뇨병 치료전략 알고리듬은 전체 구성부터 변화를 줬다. 2011년 진료지침에서는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인슐린 치료를 시행해야 하는 A1C 기준만 제시했던 것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을 나열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용 가능한 3제요법도 알고리듬 내에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3제요법은 설포닐우레아+메트포르민, 메글리티나이드+메트포르민, 메트포르민+티아졸리딘디온을 기반으로 추가할 수 있는 약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설포닐우레아+메트포르민에는 알파-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 DPP-4 억제제, 티아졸리딘디온,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추가할 수 있고, 메글리티나이드+메트포르민에는 알파-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와 티아졸리딘디온을, 메트포르민+티아졸리딘디온에는 DPP-4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추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병용요법에도 효과가 없는 환자들에게 3제요법이나 인슐린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지만, 단독요법부터 3제요법까지 모든 치료전략에서 의사의 판단 하에 인슐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단독요법이나 병용요법 시행에 대한 A1C 기준도 개정됐다. 2011년 진료지침에서는 단독요법은 A1C 8% 미만일 때, 병용요법은 8~10%, 인슐린(±경구용 약물)은 10% 초과일 때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단독요법은 6.5% 이상, 병용요법은 7.5% 이상일 때 시행하도록 해 실질적으로 초기부터의 약물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단독요법도 1차약물로 메트포르민을 우선 권고한 것에서 환자에 맞게 다양한 약물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그림 1>.
ICDM·AASD에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순천향의대 김철희 교수(순천향대부천병원 내분비내과)는 “이번 진료지침 개정을 위해 2012년 미국당뇨병학회(ADA)·유럽당뇨병학회(EASD) 가이드라인을 비롯한 일본당뇨병학회(JDS), 캐나다당뇨병학회(CDA) 가이드라인들을 검토했고, 국내 환자의 특성 및 의료현실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진료지침은 2011년 국내 진료지침과 비교했을 때는 큰 틀이 변했지만, 2012년 발표된 ADA·EASD 가이드라인이나 2013년 발표된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 알고리듬과 유사한 구성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그림 2, 3>.

ADA·EASD 가이드라인에서는 A1C 치료 타깃을 7% 미만으로 설정했고 당뇨병으로 진단된 경우 약물치료를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1차 치료약물을 메트포르민으로 명시했고 이후 병용요법, 3제요법 모두에서 메트포르민을 기저약물로 제시하고 있다.

AACE 가이드라인에서도 단독요법으로 메트포르민에 높은 비중을 뒀지만, ADA·EASD 가이드라인과 달리 GLP-1 수용체 작용제, DPP-4 억제제, 알파-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 등을 함께 권고하고 있다. 또 유동적이긴 하지만 A1C 타깃을 6.5%로 비교적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고, 단독요법은 A1C 7.5% 미만, 병용요법은 7.5% 이상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단독요법부터 3개월 단위로 평가했을 때 A1C 6.5% 이하가 달성되지 않을 경우 병용요법, 3제요법, 인슐린 강화전략으로 치료 강도를 높일 것을 주문한 부분은 ADA·EASD 가이드라인과 같다.

당뇨병 환자 수축기 혈압 기준 140mmHg로 완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압 타깃도 개정됐다. 2011년 진료지침에서 수축기혈압 130mmHg, 이완기혈압 80mmHg로 권고하던 것에서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수축기혈압을 140mmHg로 완화했다. 수축기혈압 기준의 완화에 대한 주요 근거는 ACCORD-BP 연구로 삼았다. ACCORD-BP 연구는 엄격한 혈압관리 전략과 표준 관리전략의 효과를 비교한 것으로,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조절했을 때 뇌졸중 발생률은 유의하게 감소했지만,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심혈관 사망률 등 1차 종료점에서 혜택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김 교수는 “ACCORD-BP 연구결과는 혈압이 ‘더 낮은 것이 좋다(lower is better)’는 이론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ACCORD-BP 연구를 근거로 최근 외국 학회들도 당뇨병 환자의 혈압 기준을 완화하는 추세다. ESC·EASD 가이드라인에서는 140/85mmHg로, ADA도 올해 가이드라인에서 140/80mmHg로 타깃을 완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도 있다. AACE는 타깃 혈압을 130/80mmHg로 제시했고, 일본당뇨병학회 역시 130/80mmHg를 권고하고 있다.

한편 최근 발표된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서도 ACCORD-BP 연구를 근거로 당뇨병 환자의 수축기혈압을140mmHg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권고했다. 단 이완기혈압 기준은 85mmHg로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과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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