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소아응급의료체계, 눈으로 보이는 성과 필요"


소아응급의료체계의 발전을 위해 병원, 학회, 시민단체, 정부관계자 등이 다각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보건복지부와 서울특별시가 개최한 '제1회 소아응급의료체계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소아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주제발표 후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는 △서울대병원 박준동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김동석 교수(계명대 소아전용응급센터장) △순천향대 천안병원 이현정 교수 △한국생활안전연합 이주영 팀장 △한겨례신문 김양중 기자 △복지부 응급의료과 서민수 사무관이 참석했다.

응급 중증환자, 어떤 영역인지 의문

먼저 박준동 교수는 소아과학회·소아중환자연구회의 입장에서 "응급이라는 영역을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전공의의 수련 또는 교육에 있어 소아응급환자에 대한 트레이닝을 받아야하는 영역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으며, 진료과가 응급의학과 소아과 등 역할분담이 정확치 않은 상황에서 응당법(응급실 전문의 당직제)이라는 법률 규제가 맞물려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 교수는 중증환자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 대한소아중환자연구회와 학회의 협력 및 교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상급종합병원 평가에 '소아응급센터' 악영향 우려

김동석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평가에 소아응급센터가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했다. 입원환자분류체계(KDRG)에 따른 상급종합병원 평가에 있어 소아응급센터에 몰리는 경증 환자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고민이다.

환자분류는 A(전문진료질병군), B(일반진료질병군), C(단순진료질병군)로 구분된다. A군은 저체중 출산 신생아, 선천성심장질환과 선청성 폐기형, 혈액암 등 상병만으로 해당되거나 기관절개술+인공호흡기 사용 등이 해당한다.

소아응급센터에는 A군의 환자가 적고 B, C군이 주를 이루는 상황이다.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는 A군의 환자는 거의 없다.

김 교수는 "대구지역에 4개의 상급종합병원이 있으며 광역 의료기관 2~3개에 소아응급센터는 우리 병원 뿐이다"며 "진료기피현상과 모집단 기여 등에 대한 가산점이 지표개발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소아 중증 응급질환 분류 기준이 미흡하다며 △지역 의료 센터급 이상에서 전원된 경우 △지역 아동병원에서 전원된 경우 △B, C군이면서 중증으로 분류되는 경우 △ICU입원한 경우와 입원일수가 길어지는 경우 △퇴원시 진단명이 A에 해당하는 경우 등을 A군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소아응급센터를 보유해서 다수의 경증환자를 보면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며 "많은 병원 집행부에서도 소아응급센터 유치를 망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극적인 정부지원 통해 센터도 확충해야"

이현정 교수는 소아응급환자들이 갈 곳이 없고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타 병원의 응급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충청지역 모 병원에 3개월된 환아가 구급대원 두 명과 동승해 내원했을 때 응급비상약물은 준비돼 있지 않았고 어레스트가 발생한 상태였다. 적극적인 CPR(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상태가 약간 나아진 후 타병원으로 전원을 시도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결국 환아가 신생아는 아니었지만 병원 NICU(신생아중환자실)의 배려로 간신히 최종 치료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이런 케이스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환아는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됐으면 사망했을 것"이라며 "소아환자는 대부분 2차병원이나 다섯 살 이하는 접수조차 안받는다고 할 정도로 응급환자가 갈 곳이 없다"고 꼬집었다.

새롭게 개소한 소아응급센터 열 곳 중에 일곱 곳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전국적으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환아의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생명을 살리는 것은 시장경제의 손익계산으로 따질 것이 아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크리티컬한 짧은 시간에 적절한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센터가 확보되고, 적절한 지원이 동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성과 보여줄 수 있는 지표마련이 필요"

복지부 서민수 사무관은 지속적인 국가 지원의 필요성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지만, 정책을 펴나가는데 있어 재정당국에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확인시키고 지원을 요청해야하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성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사무관은 "소아전용응급실은 값 비싼 자원이 중첩된 곳이라고 볼 수 있다"며 "24시간 응급실도 비용이 많이 들고,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형병원도 비싼 자원이며 전문의들도 그렇다"고 언급했다. 이런 값 비싼 자원으로 경증 소아환자를 보는 것이 합리적인지도 질문을 던졌으며, 제도가 장기적으로 확대되고 운영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었다는 것. 거기에 올해 소아전용응급센터 공모에도 제주대병원이 잠시 들어왔다 나가고 신청한 기관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형태든 중증소아환자들을 최종치료할 수 있는 기관을 소아전용응급센터의 역할로 만들고 일차 아동병원 등을 활성화 시켜서 경증환자를 담당하며, 핫라인 등을 구축해서 빠르게 이송할 수 있는 전체적인 소아응급 정책방향을 가져가려고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또 평가지표에 대해서도 국민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지표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며 중등도 이상 환자가 왔을 때 전문의나 3~4년차 직접봐주는지, 그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찾아오는 환자들을 내보내지않고 치료하는지 등을 반영하고 단계적으로 공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과 정책이 가져야 할 성과지표에 대한 것들, 우리가 나아졌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를 같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