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신경과학회(AAN)가 다발성경화증(MS) 환자의 정신건강 장애 관리 가이드라인을 1월 4일자 Neurology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선별 검사·진단 도구 제시

가이드라인에서는 감정실금(pseudobulbar affect)에 Center for Neurologic Study Emotional Lability Scale(CNS-LS)을, 감정적 장애에는 General Health Questionnaire(GHQ)를, 주요 우울장애에는 Beck Depression Inventory(BDI)와 2-question screen of DSM-Ⅳ(SCID-Ⅳ)를 선별검사 및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제시했다. 이들 도구에 대한 권고수준은 Level C지만, 근거등급은 Class Ⅱ로 비교적 높았다.

이 중 CNS-LS는 7문항으로 된 5점 척도 자가설문 도구다. 90명의 MS 환자들을 대상으로 감정실금 여부를 평가했을 때 94%의 민감도와 83%의 특이도, 87%의 양성예측률, 92%의 음성예측률을 보인다. 하지만 CNS-LS를 활용한 의사들의 진단이 구체적인 임상적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제한점이 있다.
GHQ의 경우 넓은 범위의 감정적 장애를 진단할 때 활용하는 도구이다. 25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 민감도와 특이도 모두 92%로 나타나 검사 및 진단대상으로 권고됐다.

주요우울장애 검진에 사용되는 BDI의 경우 새롭게 진단된 MS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민감도는 71%, 특이도는 79%, 양성예측률은 70%, 음성예측률은 79%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감도 및 특이도 분석 시 컷 포인트(cut point)를 13점으로 했다는 점이 제한점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컷 포인트로 인해 주요우울장애에 대한 특이도 평가 시 위양성 환자들도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해 새로운 대상군에서 컷 포인트를 특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SCID-Ⅳ는 우울한 기분에 대한 질문과 즐거움 또는 흥미의 감소를 평가하는 도구다. MS 환자 260명을 분석한 결과 주요우울장애에 대한 민감도는 98.5%, 특이도는 87%였다. 양성예측률과 음성예측률은 각각 72%, 99%였지만, SCID-Ⅳ가 DSM-Ⅳ의 진단기준에 기반해 만들어졌고, 대상군에 편견(bias)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제한점으로 지적됐다.

덱스트로메토르판·퀴니딘 병용 권고

MS 환자의 우울증상에 대해서는 전화를 통한 인지-행동치료 16주 프로그램(T-CBT)을 고려할 수 있고, 감정실금에서는 덱스트로메토르판과 퀴니딘의 병용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Level C).

치료부분에서는 정신건강학적·행동학적·약물학적 치료전략 관련 연구 14개를 검토했다. 이중 MS 환자 대상 인지행동치료(CBT) 프로그램에 대해 근거등급 Class Ⅱ를 부여했다. 이는 전화를 통한 CBT 16주 프로그램(T-CBT)의 효과를 전화 기반 지원적 감정집중 치료(T-SEFT)와 비교한 연구를 근거로 한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MS 환자들은 해밀턴 우울 척도(HDRS) 14점 이상, BDI-Ⅱ 16점 이상으로 유의한 우울증상이 확인된 이들이었다.

치료 기간 중 양군 모두 유의한 개선을 보였고, 치료 종료 후 평가에서 T-CBT군이 T-SEFT군보다 SCID-Ⅳ에서 주요우울장애로 진단된 비율도 낮았으며, HDRS 평가 우울증상도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13.3% vs 29%). 하지만 자가평가에서는 T-CBT와 T-SEFT 양 치료전략간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이외 인지행동치료(CBT)의 효과를 뒷받침해주는 Class Ⅲ 연구들이 있지만, 일부 연구들에서는 대조군 대비 효과 차이가 없다는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감정실금에 대한 덱스트로메토르판과 퀴니딘 병용요법에 대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도 Class Ⅱ로 분류됐다. 병용요법은 유일하게 감정실금 치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물로, 12주간 4회의 CNS-LS를 통해 증상완화 효과를 평가한 연구를 근거로 한 것이다.

연구결과 치료군의 CNS-LS 점수가 모두 위약군보다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고, 3점 이상 감소된 이들도 치료군에서 83.6%, 위약군에서 49.3%로 차이를 보였다. 어지럼증은 치료군에서 호발했지만, 중증 부작용에는 차이가 없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이 연구의 중단율이 치료군에서 27.6%, 위약군에서 28.4%로 높아 Class Ⅱ로 분류했지만, 감정실금이 있는 MS 환자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약물이라고 정리했다.

근거 부족한 '근거중심' 권고 한계

가이드라인 위원회는 1950~2011년 8월의 자료를 검토해 이번 권고사항이 '근거 중심'이라고 말했지만, 실제 MS 환자를 특정해 정신건강 장애를 다룬 연구들이 많지 않았고, Class Ⅰ수준의 연구도 거의 없었다.

가이드라인 개발위원회 브리검여성병원 Sarah L. Minden 교수는 "대부분의 근거들이 MS가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고, 일부 약물요법이 우울기분 장애 및 불안장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MS 환자들을 타깃으로 한 연구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MS 환자들은 감정 장애 고위험군으로 의료적 중재가 없을 경우 신체 기능의 악화는 물론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MS 치료의 순응도 악화, 자살 위험도 증가로 이어진다"며, "약한 수준의 근거들이지만 사전검사도구가 정신건강 장애 여부 판별에 도움이 되고, 치료전략들도 MS 환자의 감정 장애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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