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군보다 심근경색 10%·일과성허혈발작 15% 높아

대상포진(HZ)이 심뇌혈관 위험을 최대 2.5배가량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상포진 환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치료 후 관리가 주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영국의 최대 규모의 의학데이터 베이스 관리 기관인 THIN(The Health Improvement Network)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로 지난 1월 2일자 Neur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상포진이 심혈관 위험성을 높인다는 연구는 이전에도 나왔지만 대규모의 장기간 보정(adjusted) 연구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9년 Strok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대만인 인구 기반 관찰 연구에서 급성 대상포진을 경험한 이후 1년 내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도가 경험하지 하지 않은 군에 비해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0년 Neurology에도 역시 대만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구기반 관찰연구가 발표됐었는데, 안대상포진(HZO)을 경험한 환자의 뇌졸중 발생이 무경험자에 비해 4.5배나 높았다.

이처럼 대상포진이 심혈관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왔지만 대규모 후향적 분석으로 입증된 적은 없었다. 따라서 영국 런던대학 Judith Breuer 교수팀은 영국 인구 기반의 대규모 코호트 조사를 진행했다.

최종 분석대상은 31만9803명으로 이 중 대상포진군은 10만6601명이었으며, 대조군은 21만3202명으로 Cox proportinal harzard model을 이용해 뇌졸중, 일과성허혈발작(TIA), 심근경색의 위험도를 평가했다. 관찰기간은 최대 24년으로 평균은 6.3년이었다. 평균 나이는 57.9세였으며, 59.3%가 여성이었다. 특히 BMI 30kg/㎡ 초과, 흡연, 콜레스테롤 6.2mmol/L 초과, 고혈압, 당뇨병, 허혈성 심질환, 심방세동, 간헐성 파행증, 경동맥 협착증, 심장판막질환 등 심혈관 위험 요소를 보정했다.

최종 분석 결과, 모든 연령대에 대상포진군의 뇌졸중 발생률은 대조군과 비교해 차이가 없었다. 안대상포진을 경험한 환자들의 뇌졸중 발생률도 대조군과 비교해 높지 않았다.

또한 뇌졸중 타입별로도 큰 차이가 없었다. 지주막하출혈성, 두개내출혈, 뇌경색, 불명확한 뇌졸중 등 모든 타입에서 대상포진군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근거는 없었다.

그러나 심근경색과 TIA 발생률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심근경색은 대조군 대비 10% 더 높았고, TIA는 15% 높았다.

특히 젊을수록 더 위험도가 높게 나타난 점이 눈에 띈다. 18~40세에서 대상포진군의 뇌졸중 발생률은 0.21%였으며, 대조군은 0.12%로 약 74% 더 높았다. 또 같은 나이대에서의 심근경색도 1.5배가량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

TIA는 무려 2.4배나 더 높게 나타나 젊은 환자일수록 대상포진 발생에 따른 심혈관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처럼 젊은 환자들에서 심혈관 위험도가 높은 이유는 비만, 흡연, 고혈압, 당뇨병, 지질과 같은 대사성 또는 만성질환과 관련이 있었다. 40세 이하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위험요소 하위 분석에서 비만, 흡연, 콜레스테롤, 고혈압, 당뇨병 등의 발생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는 앞서 대만과 덴마크에서 진행했던 인구기반 코호트 연구결과를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덴마크 연구의 경우 대상포진 발생 연령이 40세 이하인 경우 뇌졸중과 TIA 발생이 매우 높게 나타났었는데 이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번 결과에 따라 Judith Breuer 교수 연구팀은 "대상포진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독립적인 위험요소라는 게 밝혀졌다"면서 "특히 40세 이전에 뇌졸중, TIA, 심근경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논평했다. 이어 "고령에서 대상포진 발생 후 뇌졸중의 감소는 심혈관 위험도에 대한 확인과 조기 치료로 설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대상포진과 뇌졸중 질환의 상관관계를 입증한 연구가 아직 없는데다 대상포진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가톨릭의대 최정현 교수(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사한 연구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까지는 대상포진의 유일한 위험요소는 고령으로, 이와 관련된 심혈관 위험도가 높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지만 젊은 환자들의 심혈관 위험도는 새로운 사실인 만큼 관찰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40세 이하에서 대상포진 발생을 예방하려면 백신접종을 해야하는데 해당 나이에 대한 백신 연구는 없기 때문에 백신을 권고하는 것도 어려운 현실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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