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식약처 고시 무효 인정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개정한 '천연물신약' 관련 고시가 "무효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식약처에서 항소하지 않으면 앞으로 한의사들도 의사처럼 천연물신약에 대한 처방권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2부는 9일 대한한의사협회와 한의사 김필건, 이상택 등 2명이 제기한 천연물신약 고시 무효 소송에서 한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지난 2012년 5월에 개정된 식약처 고시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 별표 1의 '한약(생약)제제의 제출자료' 중 제2항 제1호 (다)목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해당 고시에는 천연물신약에 대해 '생약제제'를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제라고 정의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해당 고시에서 한약제제가 제외되면서 한의사가 기원생약을 기초로 의약품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처방하거나 사용할 수 없다"면서 "한의사들은 천연물신약을 개발할 수도 없고, 이는 곧 한의사들의 한방의료행위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결국 이는 한의사들의 면허 범위와 한방의료행위를 제한하면서 동시에 한의사의 직업수행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천연물신약을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생약제제'로 제한한 것에 대해 한의사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고시가 무효'라고 인정한 것이다.

다만 법원은 원고인 한의사들의 주장 중 '천연물신약의 한의사 독점 처방'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 의사에게만 있는 처방권은 한의사들도 공동으로 허용해주는 선에서 그친 것이다.

이번 판견에 대해 한의협에서는 "이례적인 승소이므로 상당히 기쁘다"면서도 "식약처에서 분명히 항소를 할 것이므로, 앞으로 더 어려워질 2,3심 재판 준비를 철저히 해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의협 김태호 홍보이사는 "아직 항소가 남아있어 처방권은 불투명하지만, 앞으로 한약제제가 천연물신약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판결로 중국이나 일본처럼 한의사들이 한약제제에 대한 연구, 개발 등을 통해 양질의 한약제제를 만들어서 널리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형적인 제약 정책 개혁의 시작이며, 한약 발전의 길을 튼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현재 판결문을 검토 중이고, 결과에 따라 대응 및 항소를 준비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천연물신약 처방권은 단순히 식약처에 고시로 되는 사항이 아니라 보건복지부에서도 관여하고 있고, 더불어 의협 등 다른 직능단체와도 연관돼 있다"면서 "복지부에서 직능단체협의회에서 천연물신약 처방권 문제를 논의 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두고 의사-한의사간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이번 판결로 '천연물신약 처방권'까지 갈등의 소용돌이에 들어오면서 의사-한의사의 대립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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