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장관,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밝혀


새해에도 정부의 '원격진료' 시행 의지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야당의원들, 의료계, 병원계, 각종직능단체는 물론 여당에서조차 거세게 반발했다.

3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한국여자의사회, 서울시의사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2014년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의 원격의료 정책 및 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한 의료인들의 우려가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정책 취지를 오해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올해 공공성, 접근성, 형평성이라는 의료의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격의료는 대면 진료의 대체가 아닌 상호보완 방식으로 추진하고, 대면진료에 준하는 충분한 수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3대 비급여 개선, 공공의료 확충 등 산적한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는 데 앞장설 것을 약속하면서, 저수가 문제, 건정심 구조 등 의료계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문 장관은 “보건의료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므로 중대한 정책”이라면서 “의료인 전문성과 자율성이 최대한 존중되는 방향으로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여당 의원들마저 정부와 '대립각'

하지만 정부를 제외한 야당 의원, 의료계, 병원계의 입장은 확연히 달랐다. 더욱이 여당 의원들 마저 정부 정책과 각을 세웠다.

이날 참석한 노환규 의협 회장은 “정부에서 망가질대로 망가진 의료제도를 더 무너뜨리고, 이제는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다”면서 투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다.

노 회장은 “적자에 허덕이는 병원들에게 호텔업, 건강식품사업 등 부대사업을 통해 수익을 보전토록 하고, 대면진료가 절실한 환자들에게는 핸드폰으로 의사를 만나라고 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무너진 의료체계에 대못을 박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올해는 잘못된 의료 제도를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의료를 다시 세울 것인지 결정하는 해가 될 것”이라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의료계의 투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설 훈 의원(공공부문 민영화저지 특별위원장)은 “정책 추진에서 여당도 반대하는 정부 정책안은 처음”이라면서 “영리병원 설립 의지는 복지부와 청와대만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도서벽지에 보건소를 더 짓고, 교통불편한 곳에 교통수단을 놓고, 거동 불편한 환자를 위해 방문진료를 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보완한 후 그래도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면 원격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원격의료를 추진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최동익 의원도 “원칙적인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의료 관광을 확대하기 위해 건보 체계를 흔들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 역시 “의협 뿐 아니라 약사회, 간호계, 치과의사협회, 한의사 등 6개 의약단체 모두 의료민영화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이들 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 건보 제도 보완책을 만들고, 이를 시민사회단체와 논의해 정부에 한목소리를 내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 반발은 여당마저도 이들 정책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한국여자의사회장)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은 철도도 빵집도 아니다”라면서 “생명을 다루는 숭고한 행위”라고 운을 뗐다.

박 의원은 “영리병원이나 의료민영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는 절대로 성립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불가능한 일이며 이룰 수 없는 정책이니 의료계는 이 사안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의사출신 3선의원인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 역시 강하게 반발했다.

안 의원은 “대한민국 건보제도는 스웨덴보다, 덴마크보다 잘 이뤄졌고,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한다”면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작 해외환자 몇명을 더 보자고 흐뜨릴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라며 청와대와 정부 정책에 거세게 항의했다.

따라서 “영리병원, 영리법인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정책”이라면서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를 시장경제 논리로 접근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못박았다.

앞으로 안 의원은 “이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면서, 정부와 청와대를 설득하고 의료인들이 수긍하는 최적의 안을 만들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하례회에는 문 장관과 여야 의원을 비롯 병협 김윤수 회장,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 복지부 최영현 보건의료정책실장, 의협 변영우 대의원회 의장, 김재정 명예회장, 김광태 국제병원협회 회장·류태전 병협 명예회장, 김세영 치과의사협회장, 가천대 이길여 총장, 오병희 서울대병원장, 백성길 중소병협회장, 이석현 심평원 심사위원장, 박경아 세계여자의사회장, 이경호 제약협회장 등 200여 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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