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호주 Tim Jones 박사

지난해 인공췌장 시스템 개발은 한국 의료진들의 뜨거운 관심을 이끌었다. 평생을 인슐린 주사에 의존해야 하는 제1형 당뇨병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인공췌장을 통해 24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혈당이 너무 낮거나 높아지기 전에 경고를 받을 수 있고, 혈당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경우 자동으로 인슐린 분비를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과연 인공췌장 시스템이 개발된 배경은 무엇이고 어떻게 혈당관리가 가능한 것일까. 평생을 제1형 당뇨병환자 연구에 매진하면서 이번 인공췌장 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호주 Princess Margaret어린이병원의 Tim Jones 박사<사진>와 서면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공췌장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해달라.

인슐린 펌프는 작은 휴대용 기기로 휴대폰 정도 크기에 불과하다.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 항시 신체에 부착해 인체의 기초대사에 기반한(basal) 리듬에 따라 규칙적으로 인슐린을 투여한다. 인슐린 투입 빈도는 식사량에 기초해 필요한 만큼 혈당치를 조절할 수 있도록 조정된다. 야간에는 투여량을 다르게 할 수 있어 밤에 발생하는 저혈당을 보다 쉽게 예방할 수 있다.

인슐린 펌프는 식사량에 따라 특정한 인슐린의 양을 즉시 투여할 수 있다. 추가 투여는 섭취한 각각의 탄수화물에 대응해 이뤄진다. 다량의 탄수화물을 섭취한 후에도 보다 일상적인 수준으로 혈당치를 유지할 수 있으며, 혈당 목표치에 맞춘 설정도 가능하다.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환자들은 식사, 수면, 운동 등이 자유로워진다. 이는 곧 건강한 혈당치를 유지해 주는 췌장의 역할을 흉내낸 것이라 볼 수 있고, 현재 사용 가능한 당뇨병 치료법 가운데 가장 최신 형태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인공췌장 시스템이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번 JAMA 연구결과에서 제시됐듯, 통합 저혈당 감지(LGS: Low Glucose Suspend) 펌프 시스템을 24시간 혈당 모니터링 시스템(CGM: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과 함께 사용한 것은 전자동 인공 췌장 개발로 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두 시스템을 함께 사용하면 인슐린 펌프만 사용했을 때 보다 저혈당 발현 빈도가 현저하게 감소했다.

인슐린 펌프만을 사용한 환자는 LGS 펌프를 함께 사용한 환자보다 저혈당으로 인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3배 가량 많았다. LGS 펌프는 다른 인슐린 펌프와 달리 환자의 혈당치가 지나치게 낮아질 때 인슐린을 차단하는 독특한 기능이 있다. 즉, 저혈당으로 초래되는 발작, 혼수 상태, 심하게는 사망 등 위험한 부작용의 발생률이 낮아진다. 환자가 잠을 자는 동안 저혈당이 발생하면, 적절히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기능이라 볼 수 있다.

-글로벌 임상 진행 계획은 없나? 한국 환자들도 참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의료진들이 1형 당뇨병을 가진 소아 환자에서의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최장-최대 규모의 연구 결과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본다. Diabetologia를 통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7년간의 추적을 통해 당화혈색소 수치가 개선돼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으며, 인슐린 주사를 매일 여러 번 맞은 환자들과 비교해 펌프 사용군의 평균 당화혈색소 수치가 0.6%(6.6mmol/L) 낮아져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다른 연구에서 당화혈색소가 1% 감소할 때마다 모세혈관 합병증이 21~49% 줄었음을 고려하면 더욱 의미있다고 볼 수 있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아동이나 성인 환자들이 시스템을 활용한 이후 저혈당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아직 구체적인 임상 계획은 나와있지 않으나,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인공췌장 시스템의 상용화가 가능하다면 언제쯤으로 예상하는가?

빌딩을 세우기 위한 필요한 블록은 이미 확보됐다. CGM과 LGS가 통합된 미니메드 인슐린 펌프가 혈당치를 감지해 자동적으로 대응하는 당뇨병 치료기술을 적용한 최초의 제품이라 볼 수 있다. 치료에 대한 동기가 확실하고 복약순응도가 높은 환자, 혈당 조절이 잘 되는 환자, 야간에 저혈당이 잦거나 재발이 자주 나타나는 환자 등에 다양하게 적용을 고려할 수 있다.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의 치료비용을 볼 때, 적절한 맥락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1형 당뇨병에서는 관리를 위해서는 환자들이 평생 생존을 위해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것이 문제이고, 의사로서는 혈당 관리의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인슐린 투여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CGM과 함께 사용되는 LGS 펌프 시스템은 발작, 혼수상태, 그리고 사망 등의 급성 증상을 피하거나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시력상실, 신부전, 사지절단, 심장질환, 뇌졸중 등 장기화된 당뇨병과 관련한 심각하고 치료비용이 높은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인슐린 주사, 바늘을 사용하는 혈당 검사 등도 환자에겐 불편한 경험일 수 밖에 없다. 소아환자라면 더욱 심각하다. 하지만 진료실의 의사는 환자들의 약물 순응도가 낮아 어려움을 호소한다. 앞으로 당뇨병 환자, 의사 간 서로 긍정적인 치료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인슐린 펌프는 인슐린 주사보다 혈당 조절 면에서도 우수하고 합병증도 적게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펌프를 통한 치료는 이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심각한 저혈당 발현을 연간 환자 100명당 14.2회에서 7.2회로 줄여준다. 펌프는 인슐린은 작은 기기를 사용해 피부에 삽입된 가는 플라스틱 튜브를 통해 인슐린을 투여한다. 이 튜브는 위장, 허벅지, 윗쪽 엉덩이, 혹은 팔 쪽으로 삽입되기도 한다. 인퓨전 세트(infusion set)로 알려져 있는 투여 위치는 2~3일마다 바뀐다. 1년으로 보면 투여 위치가 평균 146회 바뀌는 것인데, 인슐린 주사를 사용하는 환자들은(하루 4번을 맞을 경우) 같은 기간 동안 1460회의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에 비해 수월해진다고 볼 수 있다.

-인공췌장 시스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임상적 가치는 물론 비용 대비 효과, 환자 편의성, 장기적인 안전성 등이 지속적으로 확보가 되어야 된다. 현재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려달라.

1형 당뇨병은 오랜 시간에 걸쳐 대부분의 인체 시스템을 파괴하면서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에 노출된다. 환자들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신부전의 위험이 4배 가량 높고, 심장질환의 경우 위험이 10배로 치솟는다. 환자의 4명 중 1명은 불안감과 우울증을 경험하며 5명 중 1명은 통증과 불편함을 호소한다. 당뇨병이 30년이 지속된 환자들의 47%가 망막증, 17%가 신경병증, 14%가 심혈관(혹은 심장) 질환을 가지고 있다. 평균적으로 1형 당뇨병 환자는 최소 주 1회 저혈당을 겪는다는 연구도 있다.
당뇨와 연관된 사망의 33% 가량은 저혈당 같은 급성 합병증의 결과 1형 당뇨병 환자들에 있어 CGM과 LGS 펌프는 혈당 감지를 통해 인슐린 투입이 조절되는 치료방법이 진화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연구,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

1형 당뇨병의 관리방법을 개선하고 심각한 저혈당을 줄이는데 있다. 완치시킬 방법이 나올 때까지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 매년 인슐린으로 치료하는 당뇨병 환자 14명중 1명꼴로 의료진의 응급조치가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저혈당을 한 번 이상 경험한다. 인슐린 펌프와 CGM 시스템에 대해 한국, 전세계 의사들이 더 많이 알게될 수 있고, 특히 야간의 저혈당이 잦은 환자들에게는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혈당 측정과 인슐린 펌프 사용을 위한 필요한 정보를 익히고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잘 관리하겠다는 동기부여가 뚜렷한 환자들이 치료 성과가 좋다. 의사들은 환자들을 도와 줄 최선의 방법을 찾고 질병이 주는 위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을 가르칠 의무가 있다. 앞으로도 최선의 치료를 위한 당뇨병 연구에 매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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