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기 등 사용 한의사에 '평등권 -행복추구권' 이유로 기소유예처분 취소 결정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 가운데, 헌법재판소에서 '사용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헌법재판소는 26일 2인의 한의사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청구인들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재판관 전원이 "자격있는 의료인인 한의사에게 과학기술의 산물인 의료기기의 사용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면서,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활용에 대한 중요한 법적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2인의 한의사는 지난해 한의원에서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의 의료기기를 이용해 환자를 진료했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기소유예판결을 받았으며, 이들 한의사는 판결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의료공학의 발달로 의사가 사용하는 의료기기를 한방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논란이 의사와 한의사의 직역간 갈등으로 번지면서 행정조치 요청이나 형사고발 등이 지속,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 후단의 해석은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의료인인 한의사에게도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헌재는 △진료에 사용한 안압측정기 등의 판독 결과는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한다고 보기 어려움 △동의보감에서 녹내장과 백내장에 해당하는 질환을 설명하고 있고, 안구의 구조와 대표적 안질환에 대해 그 원인과 치료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음 △한의대 교육과정 중 한방진단학, 한방외관과학 등에서 기본적인 안질환이나 귀질환에 대해 해당 기기들을 이용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음 등의 이유로 2인의 한의사에게 내려졌던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결정에 대해 헌재는 "의료법상 '면허 외 의료행위'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고자 하는 의료법의 목적에 따라 보건의료상 위해의 우려가 없는 한 자격있는 의료인에게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논란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매우 뜻깊은 결정"이라며 "헌재의 법리해석이 나온 만큼 의료법 등 법조문에 미비된 조항의 즉각적인 개정과 행정적인 조치가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직역 이기주의로 더이상 한의사들이 진료에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것이 제한돼서는 안 된다"면서 "한의사들이 의료기기 활용을 통한 보다 양질의 한방의료서비스를 제공해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의료계는 극심한 반발을 표했다. 정확한 교육을 받지 않은 채 한의사들의 '행복추구권'을 빌미로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국민건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를 두고 헌재는 한의협에만 의견을 요청하고 의협이나 안과학회등 전문가 의견 요청은 전혀 없었다"며, "이번 결정은 비상식적으로 할말을 잃게 한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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