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료기기·IT 등 의료산업은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청에서 처로 승격되고 미래창조과학부에 힘이 실리는 모습에 더욱 분위기가 고조됐다. 그러나 수익성이 악화되고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지 못하면서 저조한 성과를 보인 한해였다.

여전히 중소기업 중심..수익성 악화

청와대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면서 주목을 받는 것처럼 보인 의료기기산업의 실상을 들춰보면 실질적인 성장은 하지 못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2012년 국내 의료기기 상장기업 경영실적 분석'에 따르면, 상장기업 26개 전체 매출액 1조 5778억원으로 매출액증가율 9.4%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연평균 9.6% 성장하고 있으나, 2008년 이후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1.7%에 불과했다. 주요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메디슨, 인피니트헬스케어도 적자를 기록하면서 쉽지 않은 영업환경을 보여줬다. 특히, 의료기기 상장기업은 성장세를 이어가더라도 수익성은 다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개선 움직임

올해내내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개선안이 수정, 재수정됐다. 새로운 의료기술이 의료현장에 도입되려면 해당 의료기술에 사용되는 의료기기의 품목허가, 의료기술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 완료 후, 요양급여 결정을 신청하는 세 단계의 절차를 순차적으로 거치고 있다. 업체들을 통해 기술 상용화까지 장기간 소요되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반면, 당국은 안전성, 유효성을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청와대가 '규제 완화'를 주문하면서 신의료기술평가에도 관심갖자 그제서야 각 정책당국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기업에서 관심갖고 있는 체외진단용 제품, 원격진료용 의료기기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 방법 간소화를 내세우면서 특혜 논란도 제기됐다.

의료기기 리베이트 후폭풍

78억원 상당의 G의료기기업체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업체직원, 의사 등 총 17명을 대상으로 32억 7700만 원 상당 추징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등이 수술에 사용한 인공관절 개수 또는 척추 관련 의료기기 매출액에 비례, 채택 대가로 현금 1200만 원∼12억 8000만 원을 수수한 사례다.

또하나 커다란 화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심도있게 조사를 진행한 의료기기업계 리베이트 결과 발표다. 업계는 그간 GE헬스케어, 필립스, 지멘스 등의 영상기기에 이어 존슨앤드존슨, 메드트로닉, 애보트, 보스톤사이언티픽 등으로 조사가 더욱 확대되면서 조사 항목으로 '스텐트'를 점찍고 있었다. 이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결과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 의료기기 시장 지속적 관심

삼성전자는 신수종 사업에서 바이오의료를 제외시켰지만, 의료기기에 대한 행보만큼은 이어가고 있다. 뉴로로지카를 인수하고 CT 개발의 의지를 밝혔다. 유수 기업 인수설마저 들리면서 시장을 끊임없이 달아오르게 했다.

최근 열린 독일 MEDICA에서는 디지털 엑스레이, 초음파 영상진단기, 체외진단기 등 총 13종의 의료기기를 전시했다. 산부인과, 현장진단, 순환기내과 등 각 진단 영역별로 부스를 마련하고 각 부분의 최적화된 의료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밖에 현재 의료기기 간 연결 소프트웨어, 응급진단기기, MRI 등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여화에도 쏟아지는 초음파 신제품

국내외 학회를 통해 초음파 기기의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당초 10월 초음파 급여화와 관련해 전례없이 영상 3사인 GE, 지멘스, 필립스가 한 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할 정도로 급박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급여화와 관계없이 기술은 끊임없이 진일보하고 있는 것이다. 초음파를 이용한 치료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메디슨은 '5D'를 접목해 3D 스마트 TV에 입체 영상으로 표현, 진단 과정에 새로운 임상적 가치를 제공하고 산모에게는 태어날 아이를 미리 만나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고 소개했다. 필립스는 3D파노라마 기능이 탑재돼 간과 같은 큰 부피의 장기를 한 초음파 화면에 담아낼 수 있고, 실시간 3D 영상으로 정확한 임상 평가가 가능한 장점을 내세웠다.

해외 의료기기 종합지원센터 설치

의료기기산업에 특화된 현지 거점형 A/S 지원센터인 '해외 의료기기 종합지원센터'가 설치됐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위탁 운영을 통해 국산 의료기기의 해외 신뢰도 제고 및 수출 촉진, 국내 중소의료기기 업체의 해외시장 판로 개척 지원을 위해 '센터'를 설치했다.

우선 올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2개국에 2개소를 구축했다. 센터에서는 해외 현지에서의 국산 의료기기 A/S지원, 현지 사용자(의사) 대상 국산장비 사용 교육, 그리고 국내 중소의료기기업체의 해외 진출 인큐베이팅 지원 등을 하게 된다.

ICT 융합 창조경제 등장

올초 청와대는 ICT 융합 창조경제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정보통신기술인 ICT융합을 통해 스마트폰, 스마트TV로 대변되는 방송통신의 스마트화를 넘어 섬유, 자동차 등 산업 전반의 스마트 성장과 교육, 의료 등 전통 생활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소개했다. ICT에 의료가 연결되면서 원격의료 개념도 동시에 부각됐다.

원격의료 허용에 관한 법이 급속도로 입법예고된 배경에는 ICT융합 창조경제 실현 목적이 가장 커 보인다. 새정부가 산업 성장과 고용 창출로 내세운 창조경제 실현방안 중 하나로 ICT와 의료를 제시했고, 여기서 원격진료가 나오게 된 것이다. 청와대의 공식 기조가 아예 '창조경제'로 정해지면서 대기업들을 일제히 창조경제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헬스케어 IT 사업 부진...원격의료 기대

병원 태블릿PC 설치와 건강포털 해빛 등으로 헬스케어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코오롱베니트 임원진이 대폭 물갈이됐다. 전통적인 SI업체에서 그룹의 지원을 등에 업고 뛰어든 헬스케어 사업 부진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유비케어도 대표이사가 바뀌고 인피니트헬스케어도 바뀌는 등 실적 저조에 따른 수난시대가 이어졌다.

이에 의료IT업계가 기대하는 것은 바로 원격의료다. 가장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이는 IT, 의료기기 등의 산업계는 당장 환영하기 보다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의료계 여론이 썩 좋지 않아 좌초될 수 있고 국회 통과라는 커다란 관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눈치를 살피면서도 은근한 기대감은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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