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두 기관은 올 한 해 동안 '창조경제'라는 새정부 뜻에 따라 바삐 움직였다. 또한 새로운 보건의료정책들이 대거 시행되면서 집행기관으로써 요양기관 달래기에도 애를 써왔다. 그간 묵혀둔 다양한 정보들을 전문가들에게 공개하기도 했고, 꽁꽁 싸매둔 심사사례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기관 간 갈등이 지속되고 여전히 의료계의 신뢰도를 얻지 못하면서 다양한 건강보험 정책들이 점점 속 빈 강정으로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건보공단·심평원, '빅데이터' 활용 안간힘

보건의료계에서도 빅데이터 광풍이 불었다. 정부의 창조경제라는 미명아래 공공기관들이 더욱 바삐 움직였다.

특히 방대한 자료를 수년째 보유 중인 건보공단과 요양기관의 청구자료가 들어오는 심평원에서는 더욱 혈안이 돼 움직였다.

빅데이터를 전문가들에게 더욱 개방했고, 얼마전 건보공단은 연구자들의 연구심포지엄도 개최해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건보공단의 빅데이터 연구는 국정감사에서 '따라하기식'이라는 평을 받았고, 심평원의 경우에는 가장 알짜배기인 '수진자 정보'가 없어 아무리 분석 잘해도 무용지물이라는 평을 들었다.

더욱이 양 기관 모두 건강보험급여권 내에서의 빅데이터다보니 비급여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의료정보 흐름 대다수를 놓치고 간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양봉민 교수는 "비급여항목이 진료비의 40%를 차지하는 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연구"라면서 "우리나라 의료시장에서는 비급여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이를 포함시킨다면 현재 나온 연구 결과들이 확연히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빅데이터 전문가인 고려대 박유석 교수도 일침을 가했다. 건보공단 빅데이터 활용 사업 등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인기영합주의의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국민쇼에 불과한 공단의 빅데이터 사업은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해 화제를 모았다.


건보공단, 담배소송·공공제약사 설립·심사권 이관 등 '야욕 절정'

올 한 해는 건보공단의 세력 확장 야욕이 눈길을 끌었다. 상위기관인 보건복지부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선 지난해부터 거론되던 '공공제약사'의 실체가 드러났다. 연구용역을 통해 설립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으며 국감이나 전체회의 등을 통해 확고한 의지도 표명했다.

김종대 이사장은 “희귀의약품에 대한 공급 미흡, 의약품 유통 비효율성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의약품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공단은 공공제약·공공도매상은 위탁생산 또는 병행수입의 형태로 설립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실행 로드맵을 만들 예정이다.

공단 일산병원과 같은 보험자 직영병원을 전국에 250곳을 추가 설립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특히 공단 사보노조에서 이같은 의견을 피력 중이지만, 의료계는 물론 시민단체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 동의도 없이 건보료를 직영병원 설립에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도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기재부에서 '공공의료 확충'은 동의하지만, '직영병원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을 제기하면서 다소 잠잠해졌다.

심평원의 심사권 이관에 대해서도 끊임 없이 거론했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또 지출 절감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게 김종대 이사장의 주장이다. 공식 석상은 물론 이사장 개인블로그에도 이를 피력하는 게시물들이 빼곡한 상태다.

최근에는 담배 소송까지 공단에서 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복지부에서는 담배소송을 비롯해 주무부처에서 관장할 일들까지도 넘보는 공단에 대해 수차례 경고했고, 국회에서도 지탄을 받았지만, 공단의 행보는 멈출줄 모르고 있다.


7개 질환 포괄수가제 상급종합병원까지 전면 확대 실시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2, 3차 병원들의 외침에 대한 메아리는 없었다. 결국 올해 하반기부터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가 전면 확대 실시됐다.

준비과정도 미흡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으려는 자세도 부족했고, 시행에 임박해서야 형식적인 설명회 자리를 마련하는 데 그쳤다.

심시기준도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실시한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심사지침이 모호해서 불편하다고 호소하고 반발했지만, 심평원은 “검토해보겠다”는 답변만 했을 뿐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행 석달 정도 후 실제 임상에서는 포괄수가로 인한 피해사례들을 모아 학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한 이비인후과 교수는 포괄수가제(DRG)를 한 문장으로 '환자는 삼선짬뽕, 굴짬뽕, 짬뽕등을 주문했는데, 의사는 MSG 가득한 짬뽕맛라면 밖에 줄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발표해 임상의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당분간은 7개군에서만 DRG가 시행되지만, 앞으로 시행될 포괄수가제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바로 2016년부터 550개 질병군에 신포괄수가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복지부에서는 최근 연구결과에 따라 종별, 지역별로 수가를 다르게 책정하는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자보심사 심평원 이관 반년째 허둥지둥

포괄수가제에 이어 자동자보험 심사가 개별 민간보험회사가 아닌 심사평가원에서 모두 위탁 심사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24개 자동차 보험회사들이 100억여원을 모아 심평원 자보센터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인데, 이처럼 자보회사의 자본이 개입되면서 병의원들의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제도가 변경되면서 인정범위도 모호해지고, 진료기록부도 지나치게 세밀함을 요구해 병의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산정기준도 현장에서와 다른 방식을 적용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계산이나 코드 착오 등으로 지급이 되지 않는 사례도 많았으며, 사고접수번호 누락이나 오기로 되돌아간 청구서도 상당했다.

병의원들이 대폭 삭감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자, 최근 자보 환자를 기피하는 현상까지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영상의학과에서는 자보 위탁 심사 이후 수익률 30% 이상 절감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병의원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국토부에서는 내년초부터 복지부-심평원 현지조사처럼, '퇴원기피(나이롱)환자'를 방치하는 요양기관을 상대로 국토부-심평원 자보 현지조사 하겠다고 밝혀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일년내내 적정성 평가만?...“적정치 못한 지표, 행정력 낭비도 극심”

올해 혈액투석, 항생제, 약제, PCI, 유방암, 대장암, 요양병원, 제왕절개분만, 관상동맥우회술 등 수없이 많은 적정성 평가가 이어졌다.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폐암, 천식에 대한 평가도 시행됐다.

하지만 지표도 결과도 엉망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항생제의 경우 줄일만큼 다 줄여서 필요한 사람에게까지 쓰이지 못할 지경으로 평가가 이뤄진다고 하소연이다. 제왕절개도, PCI도 마찬가지다. 즉 평가의 효용성이 사라진 것이다. 단순히 평가를 위한 평가로 행정력 낭비만 초래한다는 입장이다.

암의 경우에는 적정성 평가로 하기 힘든 주관적인 요소가 많고, 의사마다의 주장하는 치료법이 다르며 환자 상태도 제각기여서 적정성 평가 시행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많다. 또한 병의원이 충족할 수 없는 전문인력 충족을 묻거나, 치료가 잘 이뤄졌는지를 사망률로 평가하는 등 전문지식 없이 구성된 지표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같은 지적에도, 심평원은 적정성 평가를 더 확대시킬 방침이다.

적정성 평가로 의료 질이 상향평준화됨에 따라 급성심근경색증(AMI), 중재술(PCI), 관상동맥조영술(CABG)로 나눠서 평가한 것을 AMI로 통합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허혈성심질환 등 대국민 관점에서 큰 틀의 평가가 이뤄진다고 예고했다.

암 역시 대장암, 유방암에 이어 폐암, 위암, 간암 등을 개별적으로 평가하고, 오는 2015년부터는 통합평가할 예정이다. 2017년에는 10대암으로 확대된다.

7개 질환군 포괄수가제 역시 적정성 평가가 시행된다.

심평원 측은 가치중심의 심사평가, 더불어 의료 질과 비용효율성 제고 등 미래전략의 일환으로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10월 초음파 급여화, 일단 4대 중증질환자부터 실시

말많고 탈많았던 초음파 급여화가 일단 4대 중증질환자에 한해 올해 10월부터 시행됐다. 기초작업을 위해 심평원에서는 지난해말부터 요양기관에 원가 설문조사지를 돌렸다. 하지만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심평원에서는 두 차례 기간을 연장했지만, 회수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병의원 관계자들은 "중소병원이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이 일을 할 인력이 없어 기간연장을 해봤자 답변작성이 불가능하다"고 피력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조금이나마 모인 자료와 전문가 의견, 심평원 자체 조사 등을 토대로 3가지 가격이 책정됐다. 이중 연구용역을 통해 나온 수가와 의료계에서 제시한 수가의 평균에 시간 등을 고려한 가격이 나왔다. 반토막이었다.

의료계는 즉각 가격에 대해 반발했고, 산정횟수나 행위분류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은채 정부에서 제시한 안대로 가게됐고, 재정 등의 이유로 4대중증질환자에 한해서만 실시됐다.


청렴도·신뢰도 또 밑바닥친 보험자기관

3년째 계속돼 온 저조한 청렴도 점수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올해말 나온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점수에서 건보공단, 심평원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국정감사에서는 매년 계속되는 보건의료 공공기관들의 청렴도, 신뢰도 수준을 지적하고 있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해 국감에서 심평원이 최근 3년간 기획재정부 기관·기관장 평가에서 모두 'C등급'을 받았고, 권익위의 청렴도 평가에서도 3년 동안 빠짐 없이 최하점인 '매우 미흡' 판정을 받은 부분이 수차례 지적당했다.

국회의원들은 이들기관이 내외에서 권한은 높지만 책임성은 낮아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고, 또 각 기관에서 청렴도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의료계는 이제 체념한 분위기였다.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외부 발표, 민원 아무리 떠들어봐야 달라지지가 않으며,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제살을 깎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심평원장 임명 지연...연구소장은 이·취임

강윤구 심평원장의 임기는 이미 올해 3월에 끝났다. 3달째 묵묵부답이었으나, 심평원 인추위 면접을 통해 보건복지부 검토 후 3명의 후보가 청와대로 넘어가는 등 신임원장이 낙점될듯한 분위기를 보였다.

하지만 이중 유력한 후보자였던 보건사회연구원 K 연구위원은 심평원 재직 당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바 있다는 의견이 개진됐고, 심평원 노조에서는 반대 성명서를 내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인사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새로운 후보들이 거론되는듯했지만 이후 공식적인 의견은 9개월째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연임도 퇴임도 아닌 어정쩡한 자리에서 강 로장을 계속 집무를 봐왔고, 10월 국감까지 마무리했다. 연말까지도 별다른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3명의 상임이사들도 마찬가지로 임기가 수개월가량 지나서야 연임이 결정됐다. 뿐만 아니라 심평원의 씽크탱크인 심사평가연구소장직도 한동안 공석에 머물러있었다.

김 윤 연구소장이 임기 1년10개월 가량을 채우지 않은채 올해 10월 돌연 사퇴했기 때문. 두 달 가량 빈자리가 계속됐으나 이달초 고려의대 윤석준 교수가 취임했다.

이처럼 임기가 만료된 수장들이 여전히 실무진 곁에 남아있으면서, 직원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한동안 허둥지둥하는 모양새였다.

심평원 관계자는 "언제 떠날지 모르는 분께 보고를 드리는 것이 죄송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다양한 업무를 전체적으로 이끌 동력이 없어 어딘가 모르게 힘이 빠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무장병원 규모 점점 더 커져

건보재정의 악영향을 주는 사무장병원 문제가 계속되는 것은 물론 올해는 점점 그 세력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올해 10월에는 환수금액만 1212억원에 달하는 거대 사무장병원이 적발된 바 있다. 특히 요즘 의료생활협동조합(생협), 사단법인 등 법을 악용해서 점점 더 그 확산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의료법에 따르지 않고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르면 비의료인 역시 의료생협을 설립할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무장병원의 세력 확대는 의료법에 의거해 환수조치만 이뤄지는 데 그쳤는 이유에선데, 환수조차도 즉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사무장병원들이 지난 5년간 약 1767억4005만원 중 환수된 금액은 올해 6월 기준으로 128억2439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초 법원에서는 32억원대 사무장병원을 운영해온 전·현직 사무장 2명에게 최초로 '사기죄'를 적용해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수가협상 5월 시행...부대조건 없이 전체 타결

건강보험법개정에 따라 올해 수가협상이 5월로 앞당겨졌다. 기간이 앞당겨진 것은 예산집행 전 수가협상을 토대로 필요한 금액은 먼저 받아내자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이번 수가협상은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 도입 이후 처음으로 모든 의약단체가 결렬 없이 계약을 성사시켰다. 협상 마지막 날까지도 6~7차 이상의 긴 협상을 이어가면서 타결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던 것과 달리 순조롭게 끝을 맺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대조건을 제시한 단체도 없었다. 그간 부대조건의 실효성, 이행여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어어 공단 재정위에서 거부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

반면 의료계에서는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 등 재정 소요가 많은 정책들이 몰려있어 결렬 후 건정심에 올라가면 인상률이 크게 깎일 것을 우려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협상을 성사시켰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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