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수지 악화...갈수록 열악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최근 3개년 경영수지가 악화됐다. 100원을 벌어도 진료이익은 1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보건산업진흥원 조사결과 2010년은 100원을 벌면 3원의 이익을 창출했으나 2009년과 2011년에는 1원 정도에 그쳤다. 수가인상 및 부분적인 의료수익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전체 병원의 평균 의료사업수익(병입원수익, 외래수익, 기타의료수익, 단 의료부대수익 제외)대비 법인세 차감 후 순이익의 비율(의료수익 순이익률)은 2011년 2.5%를 나타내면서 전년도 3.0%에 비해 감소했다.
대학병원도 토요진료 시대
어려움을 타계하기 위해 병원들의 토요진료, 24시간 진료가 늘어났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는 올초 직장인을 비롯해 평일진료가 어려운 환자를 위해 토요일에도 진료와 검사를 시행하는 등 토요진료를 강화했다. 특히 숙련된 교수급 의료진이 진료, 초음파검사, 내시경검사 등을 실시한다는 것을 내세웠다. 이는 하반기 들어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각 주요 대학병원으로 확대됐다.
일부 중소병원들은 24시간 특화진료를 내세웠다. 미래 성공 전략으로 24시간 운영하는 병원이 제시될 만큼, 더 이상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진료시간 전쟁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선택진료비 폐지 논란 등 상급종합병원 위기
뾰족한 대안없이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에 메스를 들이댄다는 발표가 나오자 위기감은 더욱 확산됐다. 100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의 선택진료비를 계산한 결과 전체 수익의 약 5.4%, 의료수익에서 따지면 6.0%에 달하는 금액으로 확인됐다. 빅5병원 중 한 곳은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 상급종합병원 재평가에서는 중증도 기준을 더욱 높이면서 몇 개 병원을 더 탈락시킬 것이라는 안이 나오면서 병원들의 위기감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대형병원 병상수는 여전히 확장 중
병상수는 여전히 확장 중이다. 올해 분당서울대병원 암병원, 뇌신경병원이 개원했다. 477병상의 암병원과 뇌신경병원을 개원, 약 1400병상으로 거듭난 것이다.
세브란스병원도 내년 개원을 예정으로 암병원을 증축하고 있으며,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이 1200병상으로 개원할 예정이다.이대마곡병원도 신축하고 있으며, 은평뉴타운에 800병상 규모의 가톨릭대병원이 들어선다고 발표됐다.
이들 병원은 저수가 체제에서의 무한 규모 확장이 곧 궁여지책이라고 보고 있다. 대신 연쇄적으로 주소병원, 의원들에 피해가 갈 것으로 내다봤다.
환자설명 의무 강화...법안 발의도
환자에 대한 설명 의무가 강화되면서 병원들도 고민에 빠졌다. 각종 대법원 판결이 설명 부주의라는 명목으로 의료진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고, 심지어 설명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제출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수가 보존되지 않는 상태에서 진료시간을 늘릴 수도 없는 일. 병원들은 설명간호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설명 강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한 분당서울대병원, 강북삼성병원 등은 병상에 태블릿PC 설치를 통해 환자 설명을 위한 콘텐츠 보강에 나서고 있다.
쟁점이 된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의료법인이 적자로 눈속임할 수 있는 항목은 '고유목적 사업 준비금'이다. 학교법인과 사회복지법인은 5년간의 사업을 예비하기 위한 고유목적 사업 준비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산재단이 4411억원으로 가장 많고 연세의료원도 3679억원, 삼성재단 334억원, 서울대병원 2463억원 등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법인에는 고유목적 사업 준비금으로 100% 전환하면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는 독특한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5년간의 사업예비비를 할당하고 그간의 관행처럼 설정하면서 여론의 뭇매가 부당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에 앞으로 회계기준에서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예비할 수 없고, 이익잉여금으로 처리해야 한다.
연구중심병원 생존 방안 모색
연구중심병원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병원이 기업과 상생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이 가진 인프라를 중심으로 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연구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스톤, 샌프란시스코의 클러스터를 통해 하버드와 MIT에서 시행하는 혁신을 시행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서울아산병원 등도 역시 기업의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들썩이는 해외시장..투자활성화
정부 차원의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확대 계획이 발표됐다. 세계 보건의료 시장의 규모가 8000조 원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중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1%인 90조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1400조원 규모 의료서비스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세계 의료시장도 꿈틀대고 있고, 국내 병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는 모습이다.
제도적으로도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 허용, 자법인을 통한 부대사업 확대 등의 경영여건 개선, 해외진출 촉진, 연관 산업과의 융복합 등 새로운 시장·사업모델 창출을 도모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했다. 영리병원 설립 논란에 맞물려 아직 통과는 불투명한 상태다.
대안없는 중소병원.의원...제도 대처 능력 함양
중소병원, 의원의 위기감도 심각하다. 활성화 대안으로 병상총량제 도입,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의료기관 간 기능 재정립, 병원 개설 단계에서의 충분한 검토, 유휴병상의 낮병원 전환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진 않은 상태다. 내년 정부 계획에 일차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의뢰기준을 재정립하고 대국민 대형병원 선호 자제 캠페인이 예고돼있는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심평원 하위 20%인 5등급을 받은 요양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낸 적정성 평가 이의제기 소송이 승소, 1000여개에 달하는 요양병원이 일제히 환호했다. 심평원의 적정성평가 가감지급 등 제도에 대한 병원들의 적극적인 대처와 위기 돌파도 눈여겨볼 일이 됐다.
해외 병원들은 가치중심진료
미국, 유럽 등 해외병원들은 국내 병원과는 달리 '가치중심 진료(Value based care)'로의 변화를 내세우고 있다. 가치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의사와 병원이 통합진료를 하는 모델이다.
주요 내용은 ▲일차·예방의학적 의료서비스를 환자 치료에 포함 ▲모든 환자 치료 결과와 치료 비용 분석 ▲각 환자 치료 과정마다 포괄수가제 적용 ▲시스템을 넘나드는 통합적 진료 시행 ▲지리학적 한계를 넘은 영역 구축 ▲실제 환자에 도움이 되는 기술 도입 등이다.
임솔 기자
slim@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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