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혈관위험도 근간으로 치료전략 수립

이번에 발표된 2013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이러한 치료동향의 변화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고혈압을 심혈관장애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치료목표를 심혈관질환의 예방으로 삼고 있는 만큼, 혈압에서 더 나아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중심으로 치료를 계획하고 전략을 구사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혈압분류 더 세분화…심혈관 위험감소 위한 맞춤전략 의도
2013 진료지침에서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대목은 혈압분류를 이전보다 세분화했다는 것이다. 정상혈압, 고혈압전단계, 고혈압 1·2기의 구분에서 고혈압전단계 또한 1·2기로 분할했다. 고혈압전단계의 등장은 이 시기부터 고혈압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심혈관질환 및 사망위험이 증가한다는데 기반한다. 즉 혈압상승으로 인한 혈관장애가 진행중인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혈압수치만을 놓고 본다면 치료가 불필요한 영역이지만, 심혈관질환 위험의 관점에서 보면 이 단계에서부터 혈압조절을 위한 시동을 걸어야 한다. 2013 지침은 여기서 더 나아가 120~129/80~84mmHg와 130~139/85~89mmHg에서도 심혈관질환 및 사망률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유럽과 같이 고혈압전단계를 1기와 2기로 세분했다. 이 분류에서 주목되는 변화는 고혈압전단계 2기일지라도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등이 있어 심혈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혈압과 심혈관 위험도에 따라 세부적인 또는 적극적인 맞춤치료를 적용하게 된다.⑤

심혈관 위험도 따라 치료방침 결정
2004년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은 치료계획과 전략수립의 근간을 주로 혈압수치에 두고 있었다. 고혈압의 진단과 평가에 있어 혈압측정과 함께 증상 및 징후, 병력, 신체검사, 검사실 검사, 심혈관 위험인자와 표적장기손상을 확인하도록 주문했지만 이 결과들을 임상에 어떻게 활용하고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더 깊고 구체적인 논술이 미미했다.

반면 2013 진료지침에서는 위 인자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심혈관 위험도를 파악하고, 이에 근거해 치료계획과 전략을 결정하도록 구체적인 방침을 세우고 있다. 과거 혈압수치에 주요 초점을 맞추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환자의 전체적인 임상특성, 즉 혈압을 높인 원인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공략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이를 임상에 적용할 경우 치료전략 상 몇 가지 변화가 도출된다. 과거 고혈압전단계에서는 약물치료가 고려되지 않았지만, 현재 지침에서는 동반질환으로 인해 심혈관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지침은 이 경우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앞당겨 권고하고 있다. 또 140/90mmHg 이상이더라도 여타 위험인자가 없어 심혈관 저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생활요법을 먼저 시작하고 이후 약물치료를 하도록 권고된다.⑥

약제선택에서도 환자 임상특성 중요
이번 지침에서 또 눈여겨봐야할 대목 중 하나는 항고혈압제 선택의 원칙이다. 지침은 항고혈압제 선택과 관련해 “혈압수치보다는 환자의 임상특성과 동반질환에 따라 정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부분에서도 혈압에서 더 나아가 심혈관 위험도로 대변되는 환자의 임상특성이 중요시되고 있다.

항고혈압제를 통해 혈압을 낮추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감소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학계는 동등한 혈압강하력을 보이는 약제 간에 궁극적인 심혈관질환 예방효과에 차이가 있다는 일련의 연구결과들에 주목해 왔다. 지침은 따라서 현재 사용 가능한 항고혈압제들이 혈압강하력에 있어 대등한 효과를 보인다는 전제 하에 특정 동반질환 환자에서 보다 우수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나타내는 약제를 선택하도록 주문하고 있다.⑦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베타차단제(BB)·칼슘길항제(CCB)를, 뇌졸중 환자에서는 ACEI·ARB·CCB·이뇨제 등이 우선 선택되는 식이다. 특히 고혈압의 유병특성 상 대부분의 환자들이 혈압 목표치 달성을 위해 2개 이상의 항고혈압제 병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혈압수치만 보고 1차약제를 선택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상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최근 고혈압의 치료동향은 환자가 처한 상황, 즉 임상특성에 따라 전략을 맞춤선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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