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압만이 아닌 복합인자 의한 심혈관장애로 봐


“고혈압은 복잡하게 상호연관된 병인들에 의해 발생하는 진행성 심혈관증후군이다…고혈압의 진행은 심장 및 혈관의 구조적·기능적 장애와 강력하게 연관돼 있으며, 이는 심장·신장·뇌·혈관과 여타 기관에 손상을 입혀 조기 유병 및 사망을 야기한다.”
- 2005년 미국고혈압학회 고혈압 정의·분류에 관한 성명


“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혈압을 조절해 혈압상승에 의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
- 2013년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김종진, 경희의대)가 고혈압 진료지침을 새롭게 발표했다.①
학계는 물론 임상현장의 반응이 뜨겁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순환기 관련 학회인 대한고혈압학회가 2004년에 이어 9년 만에 개정된 내용을 총괄적으로 담아 냈으니 그럴 만도 하다.

2013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고혈압의 관리에 있어 많은 이슈와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혈압의 측정과 분류, 치료계획 및 전략, 항고혈압제의 선택, 혈압조절 목표치②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최근의 진일보된 학술적 논쟁과 이에 대한 학계의 입장을 밝힌 것이 주목된다. 최근의 고혈압 관리동향을 업데이트한 만큼 임상현장의 진료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가늠해볼 수 있겠다.

고혈압 관리전략의 변화는 2005년 미국고혈압학회(ASH)가 내놓은 고혈압의 정의·분류에 대한 성명과 2013년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치짐의 핵심내용을 통해 그 맥을 읽을 수가 있다. 고혈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에 대한 정의와 고혈압을 왜 치료하느냐 하는 목표의 문제와 결부된다. 두 이슈를 집중 분석해 보면 다가올 고혈압 관리전략 변화의 흐름이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인지에 대해 일정 정도의 예측이 가능하다.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지난 10년간 현대의학이 바라 본 고혈압은 자신의 성질을 십분 드러내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였다. 엄밀히 말하면 고혈압은 늘 자신의 모습을 고수하고 있지만, 현대의학의 이해가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이다. 2005년 ‘고혈압의 정의와 분류 확장’에 관한 성명을 발표한 ASH의 움직임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ASH는 당시 고혈압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했다. 고혈압은 흔히 “수축기혈압이 140mmHg, 이완기혈압이 90mmHg를 넘는 경우”로 혈압수치에 근거해 단순 정의돼 왔다. 하지만 ASH는 “심혈관계에 구조적·기능적 손상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원인들로 인해 유발된 심혈관장애 증상의 집합”으로 고혈압을 정의하자고 했다. 혈압수치의 측면에서만 보지 않고, 심혈관장애의 관점에서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 접근하고자 한 것이다. 북미와 유럽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전체 심혈관 위험도 분류를 제시하고, 이에 기반해 치료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③

치료의 대의명분
고혈압을 치료하는 이유 또한 명확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13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혈압을 조절해 혈압상승에 의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치료목표를 명시하고 있다.④ 높아진 혈압이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와 궁극적인 심혈관질환의 복합적 원인 중 하나인 만큼, 고혈압 환자에서 이를 공략하는 것은 기본적인 전술이고 전략은 최종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데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혈압을 10~20/5~10mmHg 정도 낮추면 뇌졸중은 30~40%, 허혈성 심질환은 15~2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만큼 혈압조절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하지만 최근의 고혈압 관리동향에서는 혈압의 높고 낮음이 하나의 마커(marker)로 작용하기 때문에, 혈압조절과 더불어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되는 여타 동반 인자와 질환으로까지 치료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는 패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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