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25세 이상 성인 인구 10명 가운데 4명의 유병률을 보일 정도로 고혈압은 흔한 만성질환이자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750만명이 고혈압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사망의 12.8%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질병관리예방센터(CDC)도 2008년 기준 미국에서만 하루 1000명이 고혈압을 일차 원인 또는 기여 원인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남성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10만명을 6년간 추적 관찰한 국내 코호트(KMIC) 결과에 따르면 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사람은 130/85mmHg 미만인 사람에 비해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2.6배 높았다. 코호트 내 환자-대조군 연구에서는 고혈압이 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로 꼽혔다.

혈압이 130/85mmHg 미만인 사람을 기준으로 관상동맥질환 위험도를 평가했을 때 2기 고혈압전단계(130~139/85~89mmHg) 환자에서는 2.51배, 180/110mmHg 이상인 경우 5.0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혈압이 135/85mmHg 이상일 때 혈압이 높을수록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뇌출혈도 증가했다.

뇌혈관질환에 대한 고혈압의 기여 위험도는 35%로 흡연 26%, 고지혈증 5%, 당뇨병 3%보다 크게 높았다. 허혈성 심질환의 경우에도 21%로 흡연 41%보다는 낮았지만 당뇨병 2%, 고지혈증 9%를 현저히 웃돌았다.

수축기 혈압이 20mmHg 증가할 때마다 허혈성 뇌졸중과 뇌내출혈, 지주막하출혈 위험도가 남성은 각각 1.79배, 2.48배, 1.65배, 여성은 1.64배, 3.15배, 2.29배 높아지는 것도 확인됐다. 때문에 적극적인 관리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다양한 약물과 치료 전략도 등장했지만 여전히 관리되지 않는 비율이 높아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부담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CDC는 고혈압으로 인해 발생하는 직접적인 의료비 지출만 연간 4760억 달러(한화 약 504조원)이며, 매년 35억 달러치 만큼 생산성에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미국 성인 5명 중 1명(20.4%)은 자신이 고혈압 환자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환자도 47%로 절반에 가깝다.

전세계적으로 고혈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환자 수는 이미 1980년 6억명에서 2008년 10억명으로 상승했고 WHO는 앞으로 인구 고령화로 인해 더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캐나다 맥마마스터대 Clara K. Chow 교수팀이 PURE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고혈압 관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JAMA. 2013 Sep 4;310(9):959-68)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 중 46.5%가 의사 진단을 받았다. 고혈압을 인지하고 있는 환자 중 대다수(87.5%)가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으나 치료자 중 관리가 되고 있는 사람은 소수(32.5%)에 불과했다.

인지율과 치료율은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높은 경향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고소득 국가의 인지율과 치료율은 각각 49.0%, 46.7%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고혈압 진단과 치료 개선을 위해선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결과에 따르면 검진 당시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 또는 확장기혈압 90mmHg 이상이거나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를 고혈압이라 정의했을 때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이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유병률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소폭 변화는 있지만 대체로 30%대 전후에 고정돼 있다. 그러나 60세 이상 노인에서는 2명 중 1명 이상이 유병자고, 정상혈압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하에 불과해 안심하기엔 이르다.

또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60세 이상에서 유병률이 54.0%, 70세 이상은 66.4%에 이르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향후 인구 고령화로 유병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여성은 폐경기 이후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고혈압에 대한 지속적인 건강 캠페인과 국민 인식 향상으로 인지율과 치료율, 조절률은 한동안 급격히 개선 됐으나 최근 5년간 다시 수그러들고 있다.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 유병자 중 의사 진단자와 약물 복용자, 혈압 조절자 비율은 각각 66.3%, 60.7%, 42.5%였다<그림>.

치료자 중 혈압 조절자 비율도 69.2%에 그쳤다. 이는 다시 말해 고혈압 환자 10명 중 3명은 자신이 고혈압인지 모른채 지내며, 4명은 치료를 받지 않고 있고 6명은 혈압을 조절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지율과 치료율, 조절률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30~40대 남성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진료지침에서 “젊은 고혈압 환자에서 조절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중에서 조절률은 연령에 따라 차이가 없었다”면서 “고혈압 환자는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약물을 복용 중인 40세 이상 고혈압 환자가 체중 조절과 운동, 절주, 저염식, 금연 중 3가지 이상 생활요법을 실천하는 비율이 38.2%에 불과해 지속적인 생활요법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또 70대 이상의 치료율은 60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조절률은 전체 고혈압 환자나 치료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70대 고혈압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만성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의 혈압 관리도 중요하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2013년 Fact Sheet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중 고혈압 유병률은 54.6%로 비당뇨병인 22.7%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그러나 목표 혈압 도달 비율은 39.5%에 불과해 비당뇨병인 68.5%보다 2배 낮았다.
대사증후군 유병률도 고혈압전단계 및 고혈압 환자에서 각각 26.2%, 53.3%로 일반 인구에서의 유병률 24.1%에 비해 현저히 높다. 고혈압학회도 “대사장애는 정상혈압에서 고혈압으로 진행하는데 관여하는 중요한 인자”라며 “생활요법의 주요 목표가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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