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용 가능한 항고혈압제의 강압효과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해 혈압수치에서 더 나아가 환자의 심혈관 위험도 등 전반적인 임상특성에 적합한 약제의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환자의 동반질환이나 무증상장기손상 등 임상특성을 파악하고 적응증과 금기사항 등에서 이에 부합하는 약제를 선택·적용하라는 것이다.

채성철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 제정위원장(경북의대)은 이와 관련해 “혈압강하력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전제 하에 어떤 특정 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 심혈관 보호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는 약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1차선택
1차선택은 현재 사용 가능한 항고혈압제들을 최대한 자유롭게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지침은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BB), 칼슘길항제(CCB), 이뇨제 모두가 1차약물로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들 약물은 강압효과의 강도는 서로 비슷하지만, 개개인의 강압 및 장기적 심혈관 예방효과와 부작용 발생에 있어 차이를 나타냈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다른 질환을 동반하거나 위험인자가 있을 때는 이를 고려해 약물을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지침은 이를 위해 동반질환에 따른 항고혈압제 선택전략을 표로 제시하고 있다<표 1>.

지침은 여기에 더해 “어떤 약이 다른 약보다 우위에 있다고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도록 고혈압 약을 선택해 투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표 2>


약제선택의 원칙
2013 지침은 약제의 처방과 관련해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약을 처음 투여할 때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저용량으로 시작할 것과, 약효가 24시간 지속되고 1일 1회 복용이 가능한 약을 선택하도록 주문했다. 1일 1회 복용이 가능한 약을 처방할 때는 가급적 최저/최대효과 비(trough/peak ratio)가 0.5 이상인 약제의 선택에 무게를 실었다. 이 같은 약이 환자의 순응도를 높여주며 혈압변동을 최소화해 혈압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하루 1회 복용으로도 혈압이 안정적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2회 이상 나눠 복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설명도 추가됐다.

병용요법
2013 지침은 고혈압 환자의 3분의 2 정도에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부분이 두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로 치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혈압이 160/100mmHg 이상 또는 20/10mmHg 이상 강압이 필요할 경우에는 1차부터 바로 병용요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술적으로는 병용시에 기전이 다른 약제를 조합하도록 주문했다. 또한 단일약제의 용량을 증가시킨 후에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아 병용으로 갈 때에는 저용량으로 시작하고, 저용량의 2제병용에도 불구하고 목표치 도달이 어려울 때는 2제의 용량을 증량하거나 3제를 저용량으로 병합하는 전략을 권고했다.

병용제의 선택
병용제의 선택과 관련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기전이 다른 두 가지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단일 약물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보다 혈압강하 효과가 우수하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배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택의 조합에 있어 선호도에는 다소 차등을 두었다. 지침은 “ACEI와 ARB(RASS억제제), CCB, 이뇨제에서 두 가지 약물의 복합은 비교적 좋은 결과를 보여 우선 권장된다”며 “BB와 다른 기전 약물과의 배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표 3>.
한편, ACEI와 ARB의 병용은 금기사항으로 제시됐으며 BB와 이뇨제의 병용은 당뇨병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서 주의를 요한다는 설명이 추가됐다.

저항성고혈압의 약물치료
2013 지침은 저항성고혈압과 관련해 세 가지 다른 기전의 약을 충분한 용량으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이뇨제 용량을 증량하거나 아밀로라이드를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신장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티아지드 이뇨제 대신 루프 이뇨제를 사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침은 대부분의 저항성고혈압 환자에서는 다른 기전의 네 번째 약물이 필요하며 스피로노락톤 또는 독사조신과 같은 알파차단제를 추가한다고 다제 약물요법의 전략을 제시했다.



RAAS억제제와 이뇨제
ASH는 ACEI·ARB와 저용량 티아지드 이뇨제의 병용을 통해 추가적인 혈압강하 효과를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뇨제는 초기치료 단계에서 RAAS를 활성화시켜 혈관수축과 염분 및 수분저류(salt & water retention)를 야기하는데, RAAS억제제를 추가하면 이러한 이뇨제의 약리학적 보상반응(compensatory response)을 상쇄시킨 상태에서 강압효과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RAAS억제제와 CCB
ASH는 또 “ACEI 또는 ARB의 추가를 통해 CCB의 내약성 프로파일을 유의하게 개선할 수 있다”며 “이들 약제의 병용으로 충분한 추가적 혈압강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RAAS억제제는 항교감신경 효과를 통해 디하이드로피리딘 CCB에 동반될 수도 있는 심박동 증가를 완화시키며, 말초부종 역시 부분적으로 누그러뜨린다는 설명이다. ACCOMPLISH 연구에서는 심혈관 고위험군 환자에서 고정용량 ACEI + CCB와 ACEI + 이뇨제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두 그룹 간 대등한 혈압강하에도 불구하고 ACEI + CCB군에서 상대적으로 유의한 심혈관사건 감소효과가 확인됐다. 한편 ASH는 “궁극적인 심혈관사건을 본 임상시험에서 ACEI와 ARB의 효과가 비슷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ARB + CCB의 병용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CCB와 이뇨제
이뇨제와 CCB의 병용 역시 부분적으로 추가적인 혈압강하에 기여하는 전략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부가효과는 CCB가 이뇨제와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신장의 염분 배출력을 증가시키는 등 두 약제의 약리학적 특성이 겹치는 데서 기인한다. 반면 ASH는 “CCB와 이뇨제의 병용이 ACEI 또는 ARB와 이뇨제의 병용처럼 부작용 프로파일을 개선하지는 못한다”고 부연했다.

베타차단제와 이뇨제
BB 역시 ACEI나 ARB와 같이 이뇨제 사용시에 동반되는 RAAS 활성화를 약화시키는 만큼, 두 약제의 병용은 충분한 추가적인 혈압강하 효과를 제공한다. 하지만, ASH는 이들 개별 약제와 혈당내성 증가 등의 연관성을 고려해 두 약제의 병용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분류했다.

CCB와 베타차단제
두 약제의 병용은 BB와 디하이드로피리딘 CCB의 경우에만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사용이 권고됐다. 반면, 비디하이드로피리딘 CCB(베라파밀, 딜티아젬)와의 병용은 두 약제가 심박동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일반적인 사용을 금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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