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동맥질환
2013년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고혈압은 허혈성 심장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급성 심근경색증의 발생에 관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수축기혈압이 140mmHg 이상이면 모든 연령에서 허혈성 심장질환의 발생이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 120mmHg 이상에서는 혈압이 높아짐에 따라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관상동맥질환(CAD) 환자의 고혈압 관리는 심혈관사건 2차예방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심혈관질환 환자 역시 혈압이 경계치(140/90mmHg) 미만이라도 130~135/85~90mmHg인 고혈압전단계 2기부터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지침은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경우 수축기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낮추는 것은 증거가 일관되지 않기 때문에, 목표치를 140mmHg 미만으로 권고한다”고 밝혔다.

항고혈압제 치료와 관련해서는 “급성 심근경색증 후 1일에서 1개월 사이에는 베타차단제(BB)가 고려돼야 하며,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외의 다른 허혈성 심장질환에서는 어떠한 혈압약도 사용 가능하다”며 “증상이 있는 협심증에서는 BB와 칼슘길항제(CCB)가 우선적으로 고려된다”고 부연했다. 지침은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항고혈압제 선택에서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 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CCB를 내세웠다.

한편 지침은 “대사증후군이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 치료는 강압효과 뿐만 아니라 대사이상과 인슐린감수성에 유리하거나 적어도 해로운 영향이 없는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며 “ACEI, ARB, CCB를 우선적으로 선택한다”고 밝혔다.

심부전
2013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고혈압은 심부전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라며 “이뇨제, BB, ACEI, ARB 등 대부분의 고혈압 약물이 심부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BB, ACEI, 알도스테론차단제가 심부전의 악화요인인 교감신경과 레닌-안지오텐신-안도스테론계(RAAS)를 억제하는데 유효하므로 우선적으로 권한다”고 부연했다.

심방세동
“고혈압 환자에서는 심방세동이 흔하게 나타나지만, 혈압을 잘 조절하면 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의 설명이다. 고혈압 환자에게 심방세동이 동반되면 혈전색전증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대부분에서 항혈전치료가 요구되는데, 이들 환자에서 혈압조절이 항혈전치료로 인한 출혈을 예방하는데도 효과가 있다.

지침은 약물치료와 관련해 “심방세동의 맥박수 조절을 위해 BB와 비디하이드로피리딘 CCB를 권한다”는 설명과 함께 “좌심실비대가 있는 고혈압 환자에게는 ACEI와 ARB가 심방세동의 1차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심방세동이나 죽상동맥경화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ARB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설명이 추가됐다.




올해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인 54.6%가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비당뇨병 환자(22.7%)와 비교해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문제는 고혈압과 당뇨병이 동반되면 심혈관질환, 뇌졸중, 신장질환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의 조절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UKPDS, HOT, ADVANCE 등의 연구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적극적으로 조절했을 때 심혈관사건의 발생률을 22~69%, 사망률은 14% 감소시킬 수 있었다. 2013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영국에서 시행한 한 연구에서 수축기혈압이 10mmHg 낮아질 때마다 당뇨병과 관련된 사망률은 15%, 심근경색증은 11%, 미세혈관 합병증은 13%까지 감소했다”며 “이외에도 많은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의 적절한 혈압조절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자료를 보면, 당뇨병 환자 가운데 혈압 목표치(130/80mmHg 미만)를 달성하는 경우는 39.5%에 불과했다. 68.5%가 목표치에 이르는 비당뇨병 환자와 비교해 매우 열악한 조절률이다.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어디까지 낮출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 왔는데, 이번 고혈압 진료지침은 140/85mmHg 미만으로 개정·권고했다. 최근 일부 내용을 선보인 대한당뇨병학회의 가이드라인 개정판도 140/80mmHg 미만으로 혈압을 조절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최근 연구에서 보다 낮게 혈압을 유지한 환자에서 전체 심혈관사건 발생을 줄이지는 못했다”며 “비용효과와 더불어 부작용 위험도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130/85mmHg부터 약물 치료 시작할 수도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조절을 위한 항고혈압제의 선택이다.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경우 130/85mmHg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다. 혈압은 140/90mmHg로 경계치 미만이지만, 당뇨병에 의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침이 환자의 동반질환 등 개별 임상특성에 기반한 약제의 선택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강하력 이외에 추가적으로 심혈관 보호효과를 제공하는 약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지침은 당뇨병 환자의 항고혈압제 선택과 관련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지속성 칼슘길항제, 이뇨제, 베타차단제를 처방할 수 있으나 ACEI와 ARB를 우선적으로 권한다”는 입장이다.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내분비내과의 이정민 교수는 “고혈압이 동반된 제2형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IDNT 연구와 신장질환 동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RENAAL 연구에서 ACEI와 ARB가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효과적인 혈압강하와 단백뇨 억제효과를 입증했다”며 “이를 토대로 ACEI와 ARB가 당뇨병 환자의 항고혈압제 선택으로 선호된다”고 말했다.

베타차단제+이뇨제 병합요법은 주의 필요
한편 대한고혈압학회 지침은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들이 충분한 강압을 위해 두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병용해야 하므로, 특정 약을 먼저 선택할 지의 여부는 실제적으로 의의가 적다”며 혈압 목표치 달성을 위한 병용요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베타차단제와 티아지드 이뇨제의 병합은 인슐린 저항을 증가시켜 혈당조절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이상돈 기자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혈압치료 혜택은 이미 많은 근거들을 통해 입증돼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내과학회(ACP) 가이드라인에서도 고혈압 동반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 대한 ACE 억제제, ARB 제제의 치료를 높은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서는 사구체여과율 저하(60ml/min/1.73㎡ 미만), 요검사 이상, 세뇨관 기능장애에 따른 전해질 이상, 신장의 구조적 이상, 신장이식 등 신장의 손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를 만성 신장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혈압 관리 통해 신장기능 악화 늦출 수 있어
진료지침에서는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에서 혈압 상승은 흔하게 발생하고, 많은 연구들에서 혈압 관리를 통해 신장 기능의 악화 속도를 늦추고, 심혈관 합병증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타깃 혈압수치는 일반적인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서는 수축기혈압 140mmHg, 이완기혈압 90mmHg미만으로 제시했다. 단 알부민뇨가 있을 경우에는 당뇨병 여부에 상관 없이 수축기혈압 타깃을 130mmHg 미만으로 설정할 수 있다.

진료지침에서는 이전 국내 및 외국 진료지침에서는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타깃을 130/80mmHg 미만으로 권고했지만,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기준을 완화했다. 이에 대해 한양의대 김근호 교수(한양대병원 신장내과)는 “AASK 연구를 비롯해 메타분석 연구들에서 단백뇨를 동반하지 않는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 140/90mmHg 미만 조절군과 125/75~130/80mmHg 조절군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메타분석 연구에서 단백뇨가 있는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수축기혈압을 110~129mmHg 수준으로 조절했을 때 효과를 보였지만, 100mmHg 미만에서는 효과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ACE 억제제와 ARB 제제 우선 권고
국내 진료지침에서도 ACP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고혈압 치료에 ACE 억제제와 ARB 제제를 우선 권고하고 있다. 이는 지난 진료지침과 변하지 않은 부분으로, 진료지침에서는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은 목표혈압 달성을 위해서는 여러 개의 약물요법이 필요하고, 모든 종류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ACE 억제제와 ARB 제제만 임상결과를 개선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CE 억제제와 ARB 제제에 대한 권고사항은 심혈관 합병증 보다 신기능 보호효과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당뇨병성 및 비당뇨병성 만성 신장질환 모두에 적용된다.

하지만 진료지침에서는 모든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게 일관된 혈압 타깃을 적용하는 것보다 연령, 알부민뇨의 정도, 동반질환 등을 고려해 맞춤치료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인과 당뇨병 환자의 경우 기립성 저혈압의 위험도가 있기 때문에 일어설 때 현기증이 발생하는지 확인해야 하고, 양측 신장동맥 협착증이 있을 경우에는 ACE 억제제와 ARB 제제가 신장기능의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죽상동맥경화증 환자에게 사용할 때 유의해야 한다.

한편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혈압관리에서도 생활습관 개선은 강조된다. 생활습관 개선이 임상적인 혜택으로 이어졌다는 임상시험 보고는 없지만, 진료지침에서는 국내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근거로 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체질량지수(BMI)가 높고 복부비만이 있는 환자들에서 사구체 여과율이 낮게 나타났다.

이에 진료지침에서는 BMI를 20~25kg/㎡로 유지하고, 1일 나트륨 섭취량을 2g 미만으로 권장하는 동시에 운동, 절주 등 생활습관도 개선할 것을 당부했다.


혈압은 뇌졸중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혈압이 높을수록 허혈성 및 출혈성 뇌졸중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진료지침에서는 115/75mmHg 이상일 때 수축기혈압 20mmHg, 이완기혈압 10mmHg가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 사망 위험도는 2배 이상 증가하고, 반대로 각각 10mmHg, 5mmHg 감소할 경우 사망률을 약 40% 감소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뇌졸중 1차 예방을 위한 혈압타깃은 140/90mmHg 미만이다. 1차 예방 관리전략으로는 생활습관 개선을 시행하고, 필요한 경우 약물요법을 병행하되 별도의 1차 약물은 제시하지 않았고, 환자별로 적합한 약물을 적용할 것을 당부했다.

급성기 허혈성뇌졸중·뇌실질내출혈 혈압관리 전략 제시
이번 진료지침에서 급성기 허혈성 뇌졸중의 혈압관리와 급성기 뇌실질내출혈의 혈압관리 전략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급성기 허혈성 뇌졸중에서 우선 강조된 부분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치료다. 급성기 허혈성 뇌졸중 환자는 혈압이 보통 높기 때문이다. 기존 진료지침에서는 혈압 상승의 이유로 허혈 상태의 뇌조직에 대한 혈류공급 증가를 위한 자동보상작용만 언급했지만, 이번 지침에서는 스트레스, 기존의 고혈압 병력 등도 잠재적인 원인으로 추가했다.

적절한 뇌관류와 함께 갑작스런 혈압 하강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진료지침에서는 “허혈성 뇌졸중 1주일 이내의 급성기 환자를 대상으로 ARB 제제를 1주일간 투여한 결과 12개월째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고, 오히려 혈압 상승에 대한 적극적인 처치가 뇌경색 부위의 관류를 감소시켜 오히려 뇌경색 부위를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급성기 1주 동안은 적극적인 혈압치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220/120mmHg 이상 수축기혈압 85~90% 감소 목표
목표혈압은 초급성기 허혈성 뇌졸중과 급성기 허혈성 뇌졸중으로 분류해서 제시했다. 초급성기인 경우에는 혈전용해 요법을 시행할 경우 출혈 발생 여부는 치료 과정 전후의 혈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목표혈압을 185/110 mmHg 이하로 설정했다. 목표혈압에는 tPA로 혈전용해요법을 시행하기 전에 도달해야 한다. 약물로는 정맥 혈압강하제인 라베타롤, 니카르디핀, 딜티아젬, 니트로글리세린, 니트로프루사이드를 추천했다.

급성기 허혈성 뇌졸중에서는 수축기혈압 220mmHg, 이완기혈압 120mmHg 이상인 경우 수축기혈압의 85~90% 감소를 목표로 설정했다. 혈압감소를 위해 약물치료를 시행하되 뇌경색 부위의 관류 감소로 인해 뇌경색 부위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사항으로 꼽았다. 단 고혈압성 뇌병증, 대동맥 박리, 급성 신부전, 급성 폐부종, 급성 심근경색은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에 더 무게를 둬 적절한 혈압강하를 권고했다.

급성기 뇌출혈에 대해서는 재출혈에 의한 혈종의 확장과 부종 억제를 목적으로 고혈압 치료를 권장한 부분은 동일하지만, 세부적인 권고사항이 추가됐다. 전반적으로는 수축기혈압이 200mmHg 이상이거나 평균혈압이 150 mmHg 이상이면 5분 간격으로 혈압을 측정하면서 조절하도록 했다. 하지만 뇌압상승 소견이 동반됐고 수축기혈압이 180 mmHg 이상이거나 평균혈압이 130 mmHg 이상일 경우에는 뇌관류압을 60~80mmHg로 유지하면서 혈압을 강하시켜야 한다.

수축기혈압이 180 mmHg 이상이거나 평균혈압이 130 mmHg 이상이면서 뇌압상승이 없으면, 15분 간격으로 혈압을 평가하면서 이전 혈압의 80% 또는 평균혈압 110mmHg, 혈압 160/90 mmHg까지 혈압을 강하시킨다. 정맥 투여용 혈압강하제는 급성기 허혈성 뇌졸중 치료제 권고사항과 동일하다.


노인 고혈압 관리에 대해서도 별도의 타깃과 관리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노인환자의 고혈압에서는 중심대동맥의 경직도 증가로 인한 수축기혈압과 맥압의 증가, 죽상동맥경화에 의한 신장혈관성 고혈압, 감소된 야간 혈압의 하강, 1일 혈압의 심한 변동, 기립성 저혈압이나 식후 저혈압 등 심한 혈압 변동 등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목표 수축기혈압 140~150mmHg
노인 환자에서도 고혈압 약물을 통한 치료효과는 명확하다. 이에 수축기혈압이 160mmHg 이상일 경우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140~159mmHg인 경우에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목표혈압은 수축기혈압 140~150mmHg로 여유를 뒀다. 진료지침에서는 노인환자의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낮추기는 쉽지 않은데다가 일부 연구에서 수축기혈압 타깃 150mmHg 미만과 140mmHg 미만을 비교했을 때 예후에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하는 정도의 혈압 강하는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가적인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이전 진료지침에서는 80세 이상 환자의 고혈압 치료가 심혈관질환의 유병률 및 사망률 감소에 혜택이 된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80세 이상 1기 고혈압 환자에서의 약물치료 효과는 명확하지 않고, 초고령자, 노쇠한 노인 고혈압은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치료를 시행할 것을 당부했다.

약물의 초기 용량은 안전성을 고려해 젊은 성인의 절반 용량에서 시작하고, 충분한 강압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합병증 발생 유무를 관찰하면서 서서히 증량한다. 1차 약물은 다른 동반 질환이 없는 경우 ACE 억제제, ARB 제제, 칼슘채널차단제, 이뇨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베타차단제는 다른 약물들에 비해 노인 고혈압 환자의 예후 개선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진료지침에서는 협심증, 심부전, 빈맥 등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선택해 사용하도록 했다.

목표 혈압에 도달하지 못할 때는 병용요법도 고려할 수 있지만, 타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이를 고려해야 한다.

폐경 이후 여성 더 관심 가져야
연령에 따른 고혈압의 위험도를 고려할 때 60세 이상 여성도 관심을 가지고 봐야한다. 여성의 고혈압 유병률은 젊을 때는 남자보다 낮지만, 갱년기가 지나면서 빠르게 증가해 60세 이상에서는 남녀 차가 없거나 오히려 여성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나고, 폐경 이후 여성은 폐경 이전보다 수축기 및 확장기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단 갱년기 이후의 여성에서는 백의고혈압에 대한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진단해야 한다. 치료에서는 성별에 대한 약물효과 차이는 없다.

이와 별도로 주의해야할 여성 환자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우선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 환자의 경우 일부 소폭의 혈압상승이 나타고 드물게 가속성 혹은 악성 고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고혈압 가족력, 임신성 고혈압 과거력, 잠재적 신장질환, 비만이 있거나 장기간 경구 피임약을 복용했을 경우 위험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호르몬 대체치료를 받는 폐경기 여성의 혈압 상승 여부도 관찰할 필요가 있다. 과거 폐경기 여성에게 호르몬 대체요법이 널리 권장됐지만 최근의 임상연구 결과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진료지침에서는 폐경기 여성에게 호르몬 대체치료를 권고하지 않았고, 호르몬 대체치료를 받는 여성 중 고혈압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초기 몇 달 동안 혈압관찰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최근 발표된 대한고혈압학회와 유럽고혈압학회의 진료지침에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고혈압환자에서 위험인자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위험인자에 따라 차별화된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약물치료와 함께 반드시 위험인자 교정을 병행하고, 저염식, 체중조절, 금연, 운동 등 생활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 선택에 있어서는 혈압 수치보다는 반드시 동반된 질환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혈압강하제 투여로 심혈관질환, 뇌졸중, 사망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혈압강하제의 적절한 혈압 강하 효과뿐 아니라 약제 자체가 갖고 있는 심혈관질환 감소 효과도 중요하다.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 Angiotensin-Converting Enzyme) 억제제는 1981년 처음 개발된 이래 고혈압, 심부전 등 다양한 심혈관계 질환 환자의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약은 우리 몸에서 혈압을 상승시키고 동맥경화를 진행시키는 핵심 물질로 알려져 있는, 비활성형인 안지오텐신 I 을 활성형인 안지오텐신 II 로 전환하는 ACE가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억제한다. ACE는 신장에서 염분과 물의 재흡수를 방해하고, 동맥을 확장시키는 작용이 있으므로, ACE 억제제를 복용하면 염분과 물이 재흡수되지 않아 혈액의 양이 감소하고, 심박출량도 떨어지므로 혈압이 낮아진다. ACE 억제제는 칼슘차단제나 혈관확장제의 단점인 반사성 교감신경의 활성화 작용으로 생기는 심장박동수의 증가가 발생하지 않으며, 지질대사나 당대사에도 영향이 거의 없는 약물로 알려져 있다. 흔한 부작용으로는 마른 기침이 있다.

특히 많이 발생하는 마른 기침은 약 15~20%의 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으며 혈관부종, 고칼륨혈증 등도 일어날 수 있으므로, 노인이나, 신장기능이 감소되어 있는 환자에는 주의해서 사용해야 하며, 태아 및 신생아에 대한 부작용으로 인해 임신부는 복용하지 않도록 한다.

기존에 발표된 연구들에 의하면 ACE 억제제는 관상동맥질환과 심부전을 예방하고 새로운 당뇨병의 발생을 감소시키는 데 우월한 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심방세동의 발생을 감소시키며 신질환이나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서 단백뇨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최근 진료지침들에서는 비교적 젊은(55세 이하) 나이의 고혈압 환자나 심부전, 심근경색, 당뇨병성 신장병증, 단백뇨, 심방세동, 대사증후군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는 ACE 억제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ACE 억제제가 나타내는 혈압 감소 효과 이외의 이점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약제의 증량은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을 경우 혹은 목표 혈압 이하로 조절하기 위해 시도한다.

하지만 심혈관 사고의 재발을 예방하는 용량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고용량으로 투여 시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ACE 억제제 투여와 관련된 기침 등의 부작용으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ngiotensin II type 1 receptor blocker, ARB)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ACE 억제제에 비해 심근경색증의 예방이나 심혈관계 사망 감소 효과는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메타 분석 결과에 따르면 ACE 억제제가 ARB보다 심근경색증 발생이나 사망률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보여줬는데, 이는 항고혈압제 투여를 통한 고혈압의 궁극적인 치료 목표가 심혈관 사건 발생 및 사망의 감소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반면, 고혈압 환자에서 ACE 억제제와 ARB를 직접 비교했던 ONTARGET 연구에서는 ACE 억제제인 ramipril과 ARB인 telmisartan이 동등한 심혈관 보호 효과를 나타냈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ACE 억제제는 최근 발표된 진료지침에서도 중요한 일차선택 약제로 강조하고 있고, 특히 심부전, 심근경색증, 단백뇨 등을 동반한 경우 반드시 사용해야 할 약제로 권고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13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의 3분의 2 이상에서 한 가지 종류의 항고혈압제로는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기 때문에 기전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강압제 병용이 필요하다. 한 가지 루트만 표적으로 공략하는 항고혈압제 단일요법으로는 혈압을 정상화시키기 어렵다는 것으로, 병용요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혈압이 160/100mmHg 이상이거나 20/10mmHg 이상 강압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1차부터 병용요법을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의 혈압 목표치 도달률이 아직도 50%를 밑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병용요법의 중요성은 더해진다. 이에 따라 실제 임상현장의 병용전략과 관련해 어떤 약물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하느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와 이뇨제의 복합제 요법에 대한 조명이 새롭게 이뤄지고 있다.

병용조합의 선택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는 요인은 어떤 조합을 선택하냐는 것이다. 미국고혈압학회(ASH)는 지난 2010년 발표한 항고혈압제 병용 가이드라인에서 약제조합 시에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유효성, 내약성, 순응도를 제시하고 있다. ASH는 우선 “상호보완 작용이 있는 계열의 약물을 병용할 경우 단일약제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에 비해 5배 정도의 강압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장기적인 심혈관사건 감소효과의 항고혈압제가 병용선택에 우선적으로 고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전반적인 내약성의 개선 역시 병용약물을 선택하는 데 주요 고려사항이다. 이는 추가되는 항고혈압제의 약물학적 특성을 통해 단일약제의 부작용 위험을 상쇄시킬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순응도 역시 항고혈압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같은 혈압강하력의 두 항고혈압제를 놓고도, 순응도에 따라 효과의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순응도를 놓고 본다면 두 가지 이상 항고혈압제를 하나의 정제에 혼합한 복합제가 선호된다. 치료를 간편화시키고 알약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ASH는 복합제와 이를 구성하는 개별 약물을 비교한 9개 임상시험의 메타분석 결과를 인용, 복합제를 통해 약물 순응도를 26%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RB + 이뇨제
2013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병용요법과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기전이 다른 두 가지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단일 약물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보다 혈압강하 효과가 우수하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배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택의 조합에 있어 선호도에는 다소 차등을 두었다. 지침은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와 ARB, 칼슘길항제(CCB), 이뇨제 가운데 두 가지 약물의 복합이 비교적 좋은 결과를 보여 우선 권장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ARB와 이뇨제의 조합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이유는 각 약제 단독요법 특유의 강압 및 심혈관 보호 효과에 더해 병용 시에는 상호보완 기전을 통한 추가적인 혈압강하 혜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RAAS억제제를 대변하는 ARB는 혈압강하 효과 이외에도 심혈관보호효과를 인정받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고혈압 환자의 1차약제로 권고되고 있다. 특히 2013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심부전, 좌심실비대, 관상동맥질환, 당뇨병성 신장병증, 뇌졸중, 노인 수축기고혈압, 심근경색증 후, 심방세동 예방, 당뇨병 등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 추천되는 항고혈압제로 ARB를 명시하고 있다.

이뇨제는 ALLHAT 연구 등을 통해 효과를 입증받아 왔고, 올해 미국심장협회(AHA)와 심장학회(ACC)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동으로 발표한 고혈압 치료 알고리즘에서도 1차선택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2013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이뇨제와 관련해 “사용 초기에는 콩팥세뇨관에서 나트륨 흡수를 감소시켜 혈압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말초혈관 저항을 감소시켜 강압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이 OECD 기준 2배 정도 높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뇨제를 통한 항고혈압 치료가 한국인 고혈압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ASH는 항고혈압제 병용요법 가이드라인을 통해 “ARB와 이뇨제의 병용을 통해 추가적인 혈압강하 효과를 충분히 담보할 수 있다”며 두 약제 병용의 상호보완 기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뇨제가 초기치료 단계에서 RAAS를 활성화시켜 혈관수축과 염분 및 수분저류(salt & water retention)를 야기할 수도 있는데, RAAS억제제를 추가하면 이러한 이뇨제의 약리학적 보상반응(compensatory response)을 상쇄시킨 상태에서 강압효과를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사항은 유럽고혈압학회(ESH)와 유럽심장학회(ESC)가 올해 발표한 고혈압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심혈관 위험이 경증에서 중증에 이르는 전반적인 고혈압 환자들의 혈압 목표치를 140/90mmHg 미만으로 통일시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의미는 당뇨병·심혈관질환·신장질환 환자 등 심혈관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130mmHg에서 140mmHg 미만으로 완화해 권고했다는 데 있다. 혈압이 160/100mmHg 이상인 2기 고혈압부터는 1차부터 병용요법이 권고되는데, 수축기혈압이 170mmHg 이하인 환자들에서는 ARB + 이뇨제로도 충분한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인 2기 고혈압 환자에서 강압효과 확인
ARB와 이뇨제의 병용에 대한 기대효과는 한국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연세의대 최동훈, 서울의대 이해영 교수팀이 진행한 CAESAR (Clinical Therapeutics 2011;33:1043-1056)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용량 칸데살탄과 하이드로클로로티아지드 이뇨제(HCT)의 병용요법이 2기 고혈압 환자의 3분의 2 이상에서 혈압 목표치를 달성하는 등 단독요법 대비 탁월한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칸데살탄을 고용량으로 증량한 경우에도 부작용 위험의 증가 없이 혈압을 추가적으로 강하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ARB 칸데살탄과 HCT의 병용이 칸데살탄 단독요법과 비교해 우수한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내는지를 비교하기 위해 한국인 2기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환자들은 칸데살탄 16mg 또는 칸데살탄 16mg + HCT 12.5mg 그룹으로 나뉘어 치료를 받았고, 치료시작 4주 후에는 두 그룹 모두에서 혈압강하 효과를 평가하고 칸데살탄 용량을 32mg으로 증량해 치료했다. 최종 8주 시점에서도 혈압 강하효과를 평가해 칸데살탄 + HCT 병용군과 칸데살탄 단독군을 비교했다.

치료·관찰결과, 4주 시점에서 칸데살탄 16mg + HCT 12.5mg 그룹의 혈압강하 효과(28.7/17.8mmHg 감소)는 칸데살탄 16mg 단독군(20.5/14.0mmHg 감소)과 비교해 유의하게 우수했다. 특히 칸데살탄 16mg을 32mg으로 증량해 8주 시점에서 혈압강하력을 평가했을 때는 추가적인 강하효과도 확인됐다. 8주 시점에서 병용과 단독그룹의 혈압 목표치 달성률 역시 70.6% 대 53.2%로 칸데살탄 + HCT 병용군이 유의하게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칸데살탄 고용량의 내약성이 병용군과 단독군 모두에서 우수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 이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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