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오브라만차

나는 돈키호테 라만차의 기사
운명이여 내가 간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서울충무아트 대극장 무대서

미쳐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라오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주어진 길을 갈 뿐

그대들 모두 라만차의 기사


1965년 11월 22일 워싱톤 스퀘어 극장에서 저조한 예매율과 큰 기대감 없이 한편의 뮤지컬이 소개됐다. 그리고 초연 다음날 아침 이례적으로 찬사가 담긴 리뷰들이 쏟아지고 극장은 발디틈 없이 관객들로 가득찼다. 바로 수십년간 리바이벌되며 한국에서도 2005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브로드웨이 최고의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의 시작이었다.

주옥 같은 대사·울림을 주는 피날레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제작 (주)오디뮤지컬컴퍼니/연출 데이비드 스완)'는 스페인 작가 미구엘 드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로 지난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6번째로 한국 관객을 찾는다. 소설, 발레, 연극으로도 친숙한 돈키호테를 뮤지컬로 만나야 하는 이유는 바로 주옥 같은 대사와 넘버, 극중극 형태로 진행되는 독특한 구성 그리고 관객에게 큰 울림을 주는 이 작품의 피날레에 있다.

극중극 형태로 진행되는 독특한 구성은 단연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신성모독죄로 감옥에 들어온 극작가 세르반테스는 지하감옥에서 자신의 희곡대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 희곡의 가치를 극의 형태로 죄수들에게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다른 뮤지컬 작품과는 달리 무대 뒤에서 진행되는 분장과 의상체인지가 무대에서 바로 진행된다. 작가 세르반테스가 본인의 희곡의 주인공인 기사지망생 '돈키호테'로 변화하는 장면에서 세르반테스는 극 중 화자가 되어 설명을 하면서 의상을 바꾸고 돈키호테가 된다. 이러한 변화는 관객을 감옥 속으로 이끌고 극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게 한다. 이러한 구조는 마지막 장면에서 극중 인물이 다시 작가로 돌아온 세르반테스에게 투영되면서 큰 감동을 준다.

정성화·조승우 세르반테스로 분
이 때문에 맨오브라만차는 돈키호테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주연의 몫이 크다. 이번 시즌 가장 주목할 부분도 바로 캐스팅이다.

2007년에 나란히 캐스팅돼 최고의 뮤지컬 스타로 발돋움한 정성화와 조승우가 오랜만에 다시 나란히 캐스팅됐다. 당시 최고의 캐스팅이라는 찬사를 얻었던 조승우는 6년 만에, 당시 산초로 오디션 제의를 받았지만 과감하게 돈키호테로 캐스팅을 따낸 신예 정성화는 첫 주연으로 시작한 이 작품을 통해 이제 뮤지컬계 최고의 흥행보증수표가 됐다. 조승우는 능수능란하게 관객을 이해시키는 돈키호테로, 반면에 정성화는 원작에 가까운 우직한 돈키호테로 분한다.

조연들도 솔로넘버 열창
남우 주연뿐만이 아니다. 맨오브라만차는 조연들의 극중극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모두가 라만차의 기사라는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하듯이 각각의 조연이 본인의 캐릭터를 가지고 솔로넘버를 모두 가지고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특히 돈키호테의 기사로서 꼭 지켜야 할 대상이 되는 둘시네아 역에도 역대 최고의 캐스팅으로 손꼽히는 김선영, 이영미가 돌아왔다. 이 밖에도 산초 역에 이훈진, 정상훈이 도지사에 김영주, 닥터까라스꼬의 배준성, 이발사 김 호 등 대부분 이 작품을 오랜 세월 함께 했던 배우로 믿고 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잘 알려진 돈키호테의 이야기처럼 이 작품도 자신이 기사라고 착각한 알론조라는 노인과 시종인 산초의 모험이야기로 시종일관 풍자와 해학을 통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꿈을 잃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풍차를 괴수 거인이라며 달려들거나 여관주인을 성주라고 착각해 기사작위를 수여받고 여관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여종인 알돈자를 귀족인 둘시네아라고 우기며, 비정상적으로 행동하는 전반부에는 우스꽝스럽지만 화려한 안무와 극중장치들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주는 돈키호테 덕분에 알돈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또한 이러한 극은 첨엔 위협을 가하던 다른 죄수들도 설득하게 된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알돈자도 알론조도 본인의 처지를 깨닫고 그 꿈을 접으려는 그 순간 다시 돈키호테는 관객들을 통해 살아난다. 마지막 장면의 깊은 울림은 관객들에게 삶의 큰 방향이 무엇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하고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로 시작하는 '이룰 수 없는 꿈'은 이 작품을 관통하는 최고의 뮤지컬 넘버이다. 특히 커튼콜에서 한번 더 불려지는 이 노래는 단연코 뮤지컬 최고 걸작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희곡이 도입되다 보니 명대사도 유난히 많은데, "현실은 진실의 적",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주어진 길을 갈 뿐" "그대들 모두 라만차의 기사입니다" 등은 대사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준다.

내년 2월 9일까지 공연
내년 2월 9일까지 서울충무아트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맨오브라만차는 사전지식 없이 이해하기 쉬워 남녀노소가 보기엔 큰 무리는 없지만 초등학생 이하가 보기엔 좀 난해한 설정과 일부 폭력적인 장면이 있다. 주조연 배우의 대사와 연기들이 중요한 탓에 가급적 일층 중앙블럭을 추천한다. 연말 연시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한번 꼭 보길 권한다.


송혜경 객원기자가 추천하는 연말 뮤지컬

● 위키드
2014년 1월 26일까지 서울샤롯데씨어터
● 고스트
2014년 1월 26일까지 서울디큐브아트센터
● 디셈버
2014년 1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대극장
● 친구
2014년 1월 12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 명성황후
2013년 12월 29일까지 대구계명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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